이번호 보기


배달사고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우소 - 종현 / 해인지 편집장 2012년 05월 363호

00스님은 오랜만에 승복 두벌을 주문했다.
얼마 전 은사스님께서 내린 법호를 받은 기념으로 신도들이 맞춰준 것이다.
옷을 주문하고 시간이 지나도 옷이 도착하지 앉자 답답하던 차에 승복집에 전화를 걸었다.
“주문한 승복 어떻게 됐습니까?”
“스님, 벌써 보냈는데요!”
아뿔싸!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중 노스님이 새로 받은 법호와 이름이 같았다. 느낌이 쎄~하다. 이리저리 살피며 안부 여쭐 겸 스님을 찾아갔다.
그러자 어른스님께서 반색을 하시며
“스님! 고마워.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옷에다 이름까지 새겨주다니. 잘 입을게!”
어른스님은 호를 받은 것을 당연히 알지 못하셨다.
“예, 스님… 옷 잘 입으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스님은 허탈해 하며 방을 나왔다. 결국 승복을 다시 주문해야 했다.

어느 비구니스님이 강원 다닐 때의 일이다.
배고프던 아랫반 시절 용기를 내서 아는 반연께 오징어 한 박스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러고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택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강사스님과 자기가 이름이 같음을 알았다.
들키면 큰일이다 싶어 오후 택배가 도착할 때쯤 종무소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잘못해서 이름이 같은 강사스님께 전달이 되는 날에 큰일 나기 때문이다. 초롱초롱 종무소를 살피다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택배아저씨가 도착을 하여 강사스님께 물건을 전달한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종무소로 뛰어가 막 물건을 전달받은 강사스님께 “이거 저한테 온 택배입니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뿔싸! 박스에는 큰 글씨로 ‘건어물’ 이라 쓰여 있었고 상자에서는 오징어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강사스님께서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씩 웃으며 물건을 건네주시곤 이내 모른척하셨다. 스님은 얼마나 떨었던지 오징어 한 마리만 내놓고 나머지는 상자체 마을 아주머니들께 나누어 드렸다.

우연한 배달사고로 본이 아니게 노스님께 승복선물을 한 스님, 배달사고로 하마터면 강당에서 쫓겨날 뻔 했던 스님. 과정이 좋다고 결과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늘 의외의 결과는 나오기 마련. 마음먹기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