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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상징하고 종통 계승하니, 권위가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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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2년 04월 362호
제13대 종정예하 진제眞際법원法遠 대종사 추대법회가 지난 3월 28일 총본사인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됐다. 추대법회는 성대했다. 1만여 명의 불자들이 동참해 새 종정예하의 추대를 축하했고, 새 어른을 모셨다는 것에 대해 마음 든든해 했다. 추대법회는 BTN(불교TV)을 통해 생중계되어 전국의 불자들이 함께 했다.

추대법회는 육법공양, 명종, 종정예하 입장, 개식, 삼귀의, 반야심경(한글),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봉행사, 행장소개(중앙종회 의장), 원로호의 의장 종산스님의 추대사,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 등단봉청, 불자 봉정, 법장 봉정, 예경삼배, 청법게, 입정, 종정추대 수락 법어, 하단, 헌사(김의정 중앙신도회장, 랍비 잭 벰포라드, 박근혜 새누리당비상대책위원장,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축가, 사홍서원의 순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진제법원 종정예하의 임기는 3월 26일부터 시작되며, 총무원은 종정예하의 추대를 맞이하여 전국 사찰 및 기관에 종정예하의 새 교시와 근영을 제작 배포하여 게시하도록 했는데, 진제 스님은 ‘지계청정持戒淸淨 정진화합精進和合 광도중생廣度衆生’, ‘계율을 받들어 청정히 하고, 끊임없이 정진하여 화합하며, 중생에게 널리 법을 펼쳐라’는 교시를 내려 사부대중에게 정진을 당부했다. 교시는 사부대중을 이끌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지남指南이다. 이에 총무원은 새 종정예하를 여법히 모시고 종단의 사부대중들이 힘을 합쳐 ‘자성과 쇄신 결사’를 통해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수행 정진할 예정이라고 다짐했다.

종정宗正은 말 그대로, 가장 높은 법, 정법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종정의 말이 곧 법이며, 봉행奉行해야 할 가르침이다. 종헌 제6장(제19~25조)에서는 ‘종정’의 지위와 권한 등에 관해 명시하고 있는데, “종정은 본종의 신성神聖을 상징하며 종통宗統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제19조) 이를 실행하기 위해 종정은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 위촉권을 가지며, 종헌 종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포상과 징계의 사면, 경감, 복권을 행할 수 있으며(23조), 종단 비상시에 원로회의 재적 3분의 2 이상의 제청으로 중앙종회를 해산할 수 있다.(24조)”

종정 추대법회는 2002년 4월 18일 제11대 종정 법전 대종사 이후 10년만이다. 법전 스님이 2007년 12대 종정에 재추대되어 추대법회는 생략했다. 10년 전 추대법회도 조계사가 대웅전에서 열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낭독됐고, 각계의 인사들이 동참했다. 법전 종정예하는 이날 \"봄마다 피는 꽃은 성불의 소식이라…일체만유가 낱낱이 부처요\"라는 내용의 법어를 내렸다.

종정의 대수는 13대에 이르는데, 1962년 4월의 통합종단이 출범하면서 효봉 스님을 초대 종정(1962~1966년 재임)으로 추대했다. 청담(1966~67), 고암(1967~72, 72~74), 서옹(74~78), 고암(78~81), 성철(81~91, 91~93), 서암(94), 월하(94~99), 혜암(99~2002), 법전 스님(2002~2012)이 뒤를 이었다. 62년 이전의 ‘조선불교’ 시기인 1945~1954년의 기간에는 한영, 한암, 만암 스님이 종정을 역임했으며, 통합종단 출범 직전인 ‘조선불교 조계종’ 때에는 한암 스님을 종정으로 추대했다.

한때 종정이 행정권까지 행사하는 시기도 있었으나, 그리 길지 않았다. 종정은 행정에 관여하기보다는 지금의 종헌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로써 자리 잡았다. 이는 매우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 하듯, 말과 글로써는 진리는 물론이고 뜻한 바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 종종 말과 글은 시비를 불러오는 화근이 되기도 한다. 부득이 정치 행위를 하는 사판은 늘 시비의 연속이다. 이해관계는 합의 이전까지는 다툼이 상존한다. 그러므로 종정이 사판에 관여해 시비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며, 신성과 종통이 온전히 보전되어 ‘권위’의 중심이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부대중의 간절함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종정이 침묵의 존재가 아니다. 때론 우레보다 큰 죽비로 경책한다. 성철 스님의 삼천배도 그렇거니와 최근의 일명 ‘아쇼카선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법전 종정예하는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의 취지는 긍정할만합니다. 준비한 노고를 아끼고 만인이 공감하는 선언의 완성을 위해 지적을 합니다”라면서 “서두르면 불조의 근본을 소홀히하고 대중의 공의가 충분치 못하니, 불조혜명의 교의와 명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 널리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부디 지혜와 공의를 모아 새로운 어른의 청정한 기운으로 새롭게 완성해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당부합니다\"라고 교시를 내렸다.(2011. 11. 25) 이렇듯 때론 분명히 언행을 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정체성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지향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종정예하는 신년, 부처님오신날, 하‧동안거 해제와 결제 법어를 내린다. 1년에 최소 여섯 차례, 그리고 원로회의장(葬)과 종단장 때 법어로써 고인을 추모하고 정법을 더욱 빛나게 한다. 10년 동안의 종정 소임을 내려놓고 다시 해인사 어른으로 돌아간 법전 스님의 최근 법어는 신년법어였다. “여러분의 눈앞에 좋은 날을 만드는 묘용이 있으니 버린 자는 얻고 취하는 사람은 잃습니다”라며 마음 속 본래 자리를 잘 활용하라면서 “화복(禍福)을 다스리는 기용機用을 지닌 사람은 일기일경一機一境 속에 무생법락無生法樂을 나툴 것이요. 본분의 철추鐵鎚로 원통圓通의 문을 여는 이는 마음 하나 가지고 새 우주를 지을 것이니 비우지 않고는 일체를 포용하는 기략을 얻을 수 없으며, 낮추지 않고는 바다 밑 소리를 듣는 귀가 열리지 않습니다”라며 집착을 버리고 포용하는 삶을 살아 갈 것을 당부했다.(법어 전문, www.buddhism.or.kr)

권위는 법조항에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고 받들어지지 않는다. 사부대중의 자발적인 동의와 권위에의 복종으로 성립되며, 이는 권위자의 위의와 언행에 의해 사부대중의 지남이 되고 지향이 될 때 만들어지는 고도의 공동체성의 발현이다. 그러므로 모든 권위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공동체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

종정의 권위는 조계종에 한정되지 않는다. 불교계에 두루 미치며,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에도 적용된다. 일찍이 성철 스님은 대통령에게도 삼천배 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끝내 성철 스님을 만나지 못했다. 가정을 용인한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성철 스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성철 스님은 그에게 무슨 화두를 던졌을 것인가. 이번 진제 종정 추대법회에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헌사를 했다. 중산층과 서민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두 거대 정당의 대표들이 종정스님에게 헌사를 한 것은 조계종 종정의 사회적 지위를 말해주는 상징적 행위다. 자신들이 대변하는 국민을 대신해 축하의 뜻과 함께 당부의 말을 한 것인데, 이는 조계종의 종정이 우리 사회 어른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소임을 마치고 산중의 어른으로 돌아온 법전스님을 이어 새 종정예하로 진제스님을 여법하게 추대한 것은 우리 사회의 경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