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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전에 나타난 욕망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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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일참┃해인사 승가대학 4학년 2012년 02월 360호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자본주의와 과학문명을 바탕으로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보다는 오히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 그리고 국가, 종교, 종족 간의 갈등으로 인한 전쟁과 테러 등 현대사회의 수많은 병폐들을 낳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붓다도 일찍이 “세상은 결핍을 느끼고 갈망하고 있으며 탐욕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설했다. 또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싸움과 분쟁은 작게는 가족들 사이의 사사로운 다툼에서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기적인 ‘탐욕’에서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나 모순 등 인간의 모든 괴로움은 개인의 이기적인 탐욕에 뿌리박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불교는 인류의 근원적인 괴로움을 해결하고 고(苦)의 세계인 윤회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해탈과 열반의 성취를 목표로 삼는 종교이다. 따라서 붓다의 최초설법인 사성제의 가르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불교에서 고(苦)의 근원으로 나타나는 욕망[渴愛]에 대한 투철한 이해와 이러한 이해에 기초한 욕망의 극복이야 말로 붓다가 가르친 모든 교법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 도대체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본 논문에서는 위와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이 근원적으로 인간의 무한한 이기적인 욕망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붓다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이해하였고, 극복하였는지 초기불교에서의 근본교설을 통해 개괄적으로 논의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에 대한 논증으로 북방 불교권에 전해져서 한역된 네 가지의『아함경』과 남방 불교권에 전해진 상좌부 전승의 다섯 가지『팔리 니까야(Pāli nikāya)』 등 역사적으로 붓다의 교설을 가장 가깝게 원초적인 형태로 전승하고 있는 초기불전에 의거하여 욕망의 의미와 속성, 욕망의 근원과 발생과정 및 생멸구조 등을 다루고자 한다.
본론에서는 먼저 초기불전에서 욕망이라 번역되는 여러 가지 팔리어 용어들 가운데 대표적으로 찬다(chanda), 까-마(kāma), 라-가(rāga), 딴하(taṇhā) 등 초기불전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가지 욕망 개념들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각각의 욕망 개념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특징을 전개하였다. 이와 같이 ‘욕망’이라는 용어가 초기불전에서 다양한 개념과 의미로 언급되고 있으나, 필자는 초기불교에서 욕망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 이유는 초기불전에서 보이는 붓다의 가르침이 무엇보다도 욕망 자체의 본질에 대한 논의보다 욕망이 바람직하지 못한 마음의 여러 가지 상태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욕망인 갈애를 제거, 소멸, 극복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붓다가 이해한 욕망은 ‘욕망’ 그 자체가 아니라 번뇌를 부추겨서 인간으로 하여금 윤회를 반복케 하는 ‘갈애’임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불전에서 대부분의 내용들을 보면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을 위해 괴로움의 직접적인 원인인 갈애를 소멸시켜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갈애의 소멸을 위하여 우리는 욕망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인식의 과정을 따라 욕망의 발생경로들을 자세히 살펴보아야한다. 이처럼 갈애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근원들과 그 발생과정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각각의 대상으로부터 욕망을 단속하여 제거하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어 본 논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 갈애의 근원과 갈애가 어떤 과정과 원리를 통해 생겨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는 초기불교의 근본 교설 가운데 우리 인생을 중심으로 한 일체만유의 분류법으로 흔히 삼과설(三科說)로서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눈앞에 드러나는 현상계의 일체존재에 대한 분류법에 있어서는 오온, 십이처, 십팔계로 설명되는 온(蘊)·처(處)·계(界)의 삼과설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발생 원인을 존재론적 입장에서 분석하였다. 즉 십이입처설과 십팔계설은 인간존재의 주관과 객관이 맞물려 전개되는 욕망의 세계를 보여주고, 오온과 오취온설은 욕망으로 연기하는 인간 존재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근원과 발생과정을 현상계의 존재 속에서 찾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일체법의 참된 모습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욕망이 일어나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고, 집착함으로써 그것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결국 우리의 모든 삶이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수행을 통해 우리가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십이입처, 십팔계, 오온에서 생긴 의식들이 기억되어 모여 있는 것임을 자각해야함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만약 오온 안에 내가 없다면, 현 존재로서 있는 나는 어떻게 해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인가? 붓다는 이러한 물음에 오온의 존재는 영원한 실재는 아니지만, 오온의 현상적인 작용으로서 인간존재는 인정하고 있다고 설한다. 즉 이러한 작용을 ‘조건 지어져 일어나는 것’이라고 파악하게 되었고, 그것을 인간존재에 대하여 12단계로 설명한다고 해서 흔히 십이연기라고 부르게 되었다. 따라서 마지막 십이연기설에서는 형성된 오온이 식(識)의 증장을 통해 끊임없이 상속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근원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어떻게 하면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인가 등 욕망의 생멸구조까지 살펴볼 수가 있다.
이제 이러한 단계로 욕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므로 우리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구체적 행동만이 남아 있게 된다. 이러한 강력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중생 앞에 펼쳐 보이신 붓다의 교법이 바로 네 가지 성스러운 길인 사성제(四聖諦)이다. 그 가운데에 붓다가 깨달음을 이루신 내용인 연기설 중 대표적인 십이연기의 환멸문과 제자들에게 최초로부터 가르친 법문 가운데 사성제의 도성제, 즉 팔정도를 통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격렬하게 작용시키는 욕망의 소멸방법을 실천철학적 입장에서 전개하였다. 그리하여 이러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즉 갈애를 소멸하는 문제는 이러한 연기법과 사성제를 투철하게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가능함을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럼 도대체 붓다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에 대해 붓다는 자신의 설법 가운데 ‘무욕(無欲)’이 아니라 ‘소욕(小欲)’을 칭찬하고 ‘지족(知足)’을 강조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만족할 줄 모르는 과도한 욕망의 작용이야말로 괴로움의 삶의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붓다는 이러한 욕망의 소멸을 위해 두 가지의 극단을 버리고 중도(中道)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도는 앞에서 서술한 사성제 가운데 도성제, 즉 팔정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상으로 본 논문의 연구에서는 초기불전에 의거하여 욕망의 의미와 속성에 대해 알아보고,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 삼과설과 십이연기설 그리고 사성제를 바탕으로 욕망의 근원과 생멸과정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붓다가 이해하고 극복한 욕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는 종전의 연구된 방식에서 초기불전에 나타난 욕망에 대한 교리적 이해를 중심으로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면상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관련하여 초기불전에서 나타난 욕망에 대한 극복 대안으로서 부정관, 자애관, 사념처관, 팔정도와 계정혜의 삼학(三學) 등 초기불전에서 보이는 보다 구체적인 수행방법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움으로 남기며 이에 대한 빠른 후속 연구를 기대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