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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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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정인 2012년 02월 360호

옛적에 산골마을에 농부가 살았더랍니다.
천성이 게을러 가난하고 가난하니 배필도 없이 홀로 살았답니다.
자신이 게으른 것은 탓하지 않고, 없이 사는 제 처지만 괴로워 한 나머지
뒷산 산신령에게 시도 때도 없이 종주먹질을 날렸답니다. 제가 못사는 것이 산신령이 돌봐주지 않은 탓이라면서요….

하루 이틀도 아닌 원망을 듣다 못한 산신령이 노총각 꿈에 등장하는데
네놈 못사는 게 게을러서 그런 게지 왜 내 탓이냐고 준엄히 꾸짖고 난 뒤
그래도 내 산 언저리에 사는 것을 감안해 세 번의 기회를 준다 하시고는 이르길

“꿈을 깨고 나면 곧장 몽둥이 튼실한 놈을 골라 집 밖에 서 있으면 멀리서 금빛 말에 금빛 옷을 입은 자가 달려 올 테니 냅다 휘둘러 거꾸러뜨린 뒤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라.
만약 실패하면 다음엔 은빛 말과 은 빛 옷을 입은 자가 달려올 것이고 또 실패하면 동빛 말과 동빛 옷의 사람이 차례로 그리 할 것이다.
부디 이 세 번의 기회를 잡아 궁상스러운 생활을 청산하고 제발 나를 향해 종주먹질 그만하도록 하라”고 당부한 뒤 뿅하고 사라졌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너무 생생한지라 속는 셈 치고 몽둥이를 들고 집 밖에 우두커니 섰더니
산신령이 이른 대로 정말 저쪽에서 금빛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지라 디립다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아뿔사 실패라. 너무 빨라 은빛 동빛 마저 놓쳐 버렸지 뭡니까.
평소 게을러 삽질 곡괭이질 제대로 안 해 봤는데 제대로 맞힐 리가 없지요.
세 번의 기회를 놓치고 공연히 산신령만 탓하며 집 쪽으로 돌아서는데
어라 산신령도 말하지 않았던 네 번째 말이 터덜터덜 오고 있는거에요. 잠시 망설이다가 속력 없는 그놈을 냅다 후려쳐 떨어뜨리고 나니 말이랑 타고 있는 사람 모두 행색이 거지꼴이라 재수 없다 침 한번 뱉고 집안으로 홀로 들어서는데 이 거지꼴한 사람이 따라 들어옵니다.
당신 갈 길 가라고 밀쳐내니 이 사람 하는 말이
“내가 자네 운명일세. 그러니 같이 사세나” 하며 안방에 드러누워 버리더랍니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저 농부처럼 자기 것이 되지 못하겠지요.
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부디 준비되어 있는 불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