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박사박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
성근 비 내리는 줄 알았네
스님 불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시내 남쪽 나뭇가지에 달이 걸렸다 하네.
송광사 도성당 2011
삼세三世 비구比丘들에게 찾아올
깨달음의 봄 향기처럼…
水月軒 日記
여대비구중천이백오십인구與大比丘眾千二百五十人俱
六祖 與者 佛與比丘同住金剛般若無相道場 故言與也 大比丘者 是大阿羅漢故 比丘者是梵語 唐言能破六賊 故名比丘 眾 多也 千二百五十人者 其數也 俱者同處平等法會
-육조 혜능 스님의 오가해 주석-
삼동三冬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아직 1월이려니 하면 도적 같은 세월의 무상無常함은 어김없이 2월을 나에게 안겨준다. 마치 아직도 2011년이라고 입 속에서 웅얼거리는 것처럼.
월간 해인海印 종현 스님과는 김천 수도암 시절부터의 인연이다. 15년여 쯤 되었을 거다.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스님, 포행 길에 가끔 마주치는 괴목 처럼 가람의 풍광을 은은히 빛내주는 산중山中에 있어야 하는 이.
육조 혜능 스님의 오가해 주석은 친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금강경 본문에 “큰 비구 대중 천이백오십 인과 더불어 함께 하시니… ” 라는 대목에서
비구자시범어比丘者是梵語 당언능파륙적唐言能破六賊
비구比丘란 범어이니 당唐의 말로는 능히 여섯 도적을 부순다하여 비구라 이름 한다.
6근六根이 바깥의 대상경계를 인연因緣하여 생기는 6식六識의 세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이, 더 이상 의식의 흐름이 내면의 세계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잘 단속하는 이를 비구比丘라하는 것이다.
물이 새듯이 바깥으로 향해가는 마음을 잘 단속하지 못하는 것을 도적이 마음을 훔쳐가는 것에 비유하였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 내 귀에 들리는 좋은 소리, 코로 맡아지는 좋은 향기, 좋은 맛, 좋은 감촉, 좋다는 생각 혹은 그 반대로 나쁘고 거칠다 생각되어지는 그 양면의 경계에 탐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송광사 본사本寺에 들어갈 때는 도성당道成堂이 올려다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한다. 소담하게 세월의 흔적을 담은 돌담 너머로 20여 년 전 계룡 노스님이 계셨었지. 삼시예불三時禮佛에 거르는 일 없이 불전佛前에 지극히 머리를 조아리시던 스님. 사천왕문부터 영산전, 약사전, 지장전, 승보전, 관음전, 보조국사 감로탑, 삼일암 나한전을 참배하고 선원 국사전에 멀리서 예를 올린 후 대웅전에 드신다. 365일 하루도 거르는 일 없이 그리 하셨다.
강원시절 도량석 목탁이 늦어지면 학인學人들을 손수 깨우러 오셨던, 산중山中 한 켠에서 당신의 자리를 잘 지키다 가신 스님….
스님이 머무시던 도성당 담장에 가지가 풍성한 산수유가 보인다. 가지마다 노란 꽃이 봄날의 따듯한 기운처럼 가만히 피어나겠지. 육근六根의 여섯 도적을 깨어 부순 천이백오십 비구의 뒤를 이어가는 삼세三世 비구比丘들에게 찾아올 깨달음의 봄 향기처럼….
거조암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