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산伽倻山 영봉靈峰위에 별처럼 눈부신 이가 사대四大를 놓아버리고
천봉만학天峰萬壑에서 바람을 일으켜 겨울 풍광風光을 이끌고
환귀본처還歸本處 하셨습니다.
보고 듣고 깨닫는 것이 끊어진 적멸寂滅의 이 자리가 천길 벼랑 같습니다.
이처럼 종사宗師가 이룩한 적멸寂滅은 너무 깊고 고요하여 성성惺惺하던 그 주인옹主人翁이 어디에 계신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근진根塵을 벗어난 종사宗師의 담적湛寂하고 의연擬然한 진상眞相을 누가 깨닫고 보겠습니까?
종사宗師는 오늘 생사를 꿰뚫고 마음의 바탕을 열어서 몸 밖에 격외지기 格外之機를 드러 내었습니다.
말하고 침묵하는 것은 종사宗師의 본분本分의 현지玄旨요,
보고 듣는 것을 거두는 것은 종사宗師의 틀 밖의 수완입니다.
누가 이 자리에서 무두무미無頭無尾한 철추鐵鎚로 저 깊고 고요함속에
임운자재任運自在하는 종사宗師의 본분本分을 드러내겠습니까?
비록 오고감이 없고 생몰生沒이 없다지만 종사宗師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게 보입니다.
누가 이 빈자리를 메우겠습니까?
정안正眼과 현기玄機를 갖추지 않고는 빈 자리를 메울 수 없습니다.
종사宗師는 일찍히 우리 종문宗門에 귀의歸依하여 일념정진一念精進으로 삼장三藏을 통달하고 일승一乘의 현의玄義를 터득하여 교학敎學의 지평을 넓혀서 우리 종문宗門을 빛낸 눈 밝은 종장宗匠이었습니다.
이제 자애自愛스런 진용眞容과 사자후獅子吼를 어디서 뵙고 들어야 합니까?
참으로 종사宗師께 귀의歸依하여 해탈解脫의 진미眞味를 맛보고 실리實利를 얻은 사람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 어둠에서 벗어나는 길을 물어야 하고 태산泰山과 같은
기개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가려내는 날카로운 기용機用과 안목眼目을
누구에게 배워야 합니까.
종사宗師께서는 종교宗敎를 차별하여 불교佛敎의 바른 진리를 흔들고 자존自尊을 헤치는 무리들을 용납하지 않았고 절대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위법구망爲法軀忘의 정신으로 정법을 지켰습니다.
종사宗師는 임운자재任運自在하는 법계法界의 자유인으로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생멸生滅이 없는 곳에서 해탈解脫을 누리시니 얼마나 자유스럽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안락安樂을 누리시니 얼마나 즐거우십니까.
여러분!
우리와 더불어 했던 성성惺惺한 주인옹主人翁이 어디에 계십니까?
안심입명安心立命처에 성색聲色이 사라졌으니 어떤 것이 종사宗師의 본래면목本來面目입니까.
얼굴이 없는 늙은이가 진흙소를 거꾸로 타고 꽃 한송이를 들고 다가서고
달을 문 학 한 마리가 공겁空劫 밖으로 날아갑니다.
창천蒼天
창천蒼天 이로다.
불기 2556(2012)년 1월 6일 가산당 지관 대종사 영결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