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행行하고 홀로 앉아
매인 것 없으니
너그러운 생각 얻은 곳에서
다시 한 번 너그러울지니라.
야부冶父 송頌
水月軒 日記
작년 1월 천장암 선원에 선일, 덕문, 행선 스님이 정진중이어서 대중공양을 갔었다. 공양 가는 날 아침부터 눈이 펑 펑 내렸고, 덕분에 삼준산 준령이 허옇게 굽이쳐 흘러가는 모습을 보았다. 산중山中분위기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며, 천천히 산을 올라 법당에 참배하고 도반스님들과 차담을 가졌다. 경허 스님이 머무시던 원구문圓求門 작은방을 둘러보고 도량 여기저기에서 경허, 만공, 혜월, 수월 스님의 발자취를 엿보았다. 산에 산다는 것, 눈보라가 휘도는 준령의 굽이굽이 그늘진 저 차가운 품속에 천년 유랑의 봇짐을 풀어 놓고, 기댈 곳 없는 회색 좌복에 앉아 만근의 시름을 달래야 한다.
호계삼소虎溪三笑처럼 동안거 3개월 산문을 나서지 않고 편안히 거居하시길…
동진의 고승 혜원慧遠은 어린 시절 유교와 도교를 배워 널리 6경에 통달했으며 특히 노장에 뛰어났다. 21세에 출가하여 반야경을 배운 후 ‘유교와 도교의 가르침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뒤 ‘반야성공般若性空’의 학문을 연구하여 나이 24세에 《반야경》 강의를 열었는데, 듣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반야학을 장자학설과 비교하여 가르쳤다. 47세에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바랑을 내린 후 82세에 입적 할 때 까지 근 35년 여산을 떠나지 않았다. 영부출산影不出山 적부출속跡不出俗 ‘그림자는 산을 나서지 않고, 발자취는 속세에 들이지 않는다’는 글을 걸고 손님을 배웅할 때는 절 아래 개울인 호계를 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정하여 지켰다. 이런 혜원이 유학자儒學者인 도연명陶淵明과 도교道敎의 대가인 육수정陸修靜을 전송하다가 이야기에 몰두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호계虎溪를 넘고 말았다. 한참을 지나친 뒤에야 이를 깨달은 세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박장대소拍掌大笑하였다. 호계삼소의 일화다.
소동파, 백낙천등 여러 문인文人들이 여산을 좋아했고 호계삼소는 동양화의 화제畵題로 많이 실렸다. 훗날 이백도 아래와 같이 시를 남겼다.
별동림사승別東林寺僧 이백李白
동림송객처東林送客處 월출백원제月出白猿啼
소별려산원笑別廬山遠 하번과호계何煩過虎溪
동림사 스님과 헤어지며…
동림사에서 손님을 보내는 곳
달 뜨고 흰 원숭이 우네
웃으며 떠나가매 여산이 멀어지니
어찌 호계 지남을 번거롭다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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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大田 스님은 송광사 스님이며 1990년 출가, 범어사승가대학을 졸업 후 제방선원에서 10 하안거를 지냈다. 현 순천 대승사 주지이며 재가불자를 대상으로 금강경오가해, 대승기신론을 강의하고 있다. 스님이 머무는 곳이 수월헌이며 여기 실리는 글은 오가해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