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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物理學과 연기관緣起觀의 비교比較 연구硏究_(초끈이론과 법계연기法界緣起의 유사성類似性을 중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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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현장┃해인사 승가대학 4학년 2012년 01월 359호

본 논문의 목적은 물리학과 연기관의 유사성을 비교해 봄으로써,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관의 위대성을 더욱 밝게 드러내고자 함에 있다. 연기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고한 사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훌륭한 옛것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인의 사고思考에 부응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좀 더 보편적인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시대 학문의 총아 노릇을 하고 있는 물리학의 도움을 통하여 연기관의 가치를 한층 더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턴 역학에서 시작된 고전 물리학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분리되었다. 그리고 최근 수십 년 동안에는, 초끈이론에 의하여 이들이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뉴턴 역학의 핵심은, 모든 물체는 외부의 조건에 의하여 오차 없이 움직인다고 하는 인과성因果性에 있다. 이러한 뉴턴 역학은 물리학계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다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인하여 아성이 흔들리게 되었다.
상대성이론은 빛과 질량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시공간과 중력의 실체를 밝혀낸 이론이다. 이에 의하면, 중력重力이란 물체의 질량에 의하여 구부러진 시공간에서 생겨나는 인력引力이다. 반면,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을 규명하는 것은 양자역학의 몫이었다. 미시세계의 입자는 존재 자체를 확신할 수 없으며, 다만 존재할 확률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양자역학에서는 존재의 불확정성不確定性과 제삼자의 관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서로 모순관계에 있었다. 이것은 마치‘한 도시 안에 두 가지의 교통신호 체계가 병존하는 상황’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둘을 아우르는 근원적인 원리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에서 출발한 것이 초끈이론이었다.
초끈이론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하나로 조화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상계의 실체는 10차원 내지 11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감각하고 있는 4차원의 시공간은 그것의 일부 또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편, 연기관은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을 핵심으로 하는 석존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연기관은 교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쳐 설일체유부의 업감연기로 정형화되었다. 그리고 다시 뇌야연기와 진여연기로 나누어져 대립 양상을 보이다가, 화엄교학의 법계연기에 의하여 원융圓融을 이루게 되었다.
업감연기業感緣起는 업력의 작용으로 모든 것이 연기함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업의 보존처가 어디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유식에서는 뇌야연기賴耶緣起를 통하여, 일체 종자를 함장含藏하는 아뢰야식이 연기의 주체임을 주장하였다. 반면, 진여연기眞如緣起에서는 진여에 무명이 개입하여 아뢰야식이 형성되었음을 주장하면서, 진여와 무명이 연기의 진정한 주체라고 하였다.
이처럼 연기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은 불교철학의 깊이를 더하였으나, 상의상관성을 근간으로 하던 석존 본래의 연기관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뇌야연기와 진여연기의 융합을 통하여 연기의 진정한 의의를 회복한 법계연기法界緣起가 등장하였다. 법계연기에서는 ‘현상 그대로가 곧 진리(卽事卽理)’임을 강조하면서, 삼라만상은 어느 하나라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없으며, 이理와 사事가 어우러져 중중무진의 법계를 이루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상에서 약술한 내용을 서로 비교해 보면, 물리학과 연기관은 역사적 전개 과정, 핵심 개념의 의미와 특징 등에 있어서 매우 유사한 관계에 있다.
뉴턴 역학과 업감연기는 인과성을 극도로 강조하였다. 그러나 뉴턴 역학이 빛과 중력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처럼, 업감연기는 업의 보존처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상대성이론과 뇌야연기는, 물체의 질량과 시공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중력이 생겨난다고 하는 점과, 종자와 아뢰야식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연기의 작용이 발한다고 하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양자역학과 진여연기 역시, 소립자라고 하는 가능태에 제삼자의 관측이 개입되어야만 현상으로 비로소 드러난다고 하는 주장과, 진여라고 하는 가능태에 무명이 개입되어야만 아뢰야식이 형성되어 연기의 작용을 발한다고 하는 주장이 서로 흡사하다.
초끈이론은 현상계에 숨겨진 여분의 차원 개념을 도입하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조화를 가능케 하였으며, 법계연기는 원리(理)와 현상(事)을 있는 그대로 모두 인정함으로써 뇌야연기와 진여연기를 아우를 수 있었다. 즉, 초끈이론과 법계연기는 양자 모두 인식의 전환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진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본 논문의 핵심 논지는 아래의 도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도표> 물리학과 연기관의 유사성


불교는 주로 정신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물리학은 주로 물질적인 측면에서,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인류의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지탱해 온 두 개의 커다란 축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어느 하나로의 취사선택取捨選擇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물리학, 그 중에서도 최첨단에 있는 초끈이론은 ‘삼라만상의 실상은 연기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공空한 것’이라는 불교의 통찰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마치 길을 달리 하였던 두 개의 강이 한 곳에서 거대한 흐름으로 합쳐지는 느낌이다. 필자는 본 논문을 통하여 이러한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조화야말로 인류에게 더없이 큰 희망이 아닐까 하는 기대도 가져보게 되었다.

제6회(2011) 조계종 학인논문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일참 스님의 논문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