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속이 성을 걱정하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1년 12월 358호

국민들은 여전히 종교를 걱정하고 있다. 2007년, 신정아씨의 동국대 학력위조 임용 사건과 아프가니스탄 선교사 피랍 사건 등으로 우리 사회가 온통 들끓었다. 이런 사건을 촉발시킨 진원지가 종교계였다. 신씨 사건의 경우, 조계종립 동국대학교 이사들 간의 알력이 도화선이 되어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현지의 문화와 전통을 무시한 채 공격적이고 안하무인의 선교 방식이 피랍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개신교계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당시 동아일보는 ‘속俗이 성聖을 걱정합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종교계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했다.(이 기사는 당시 편집상을 받았다.)
지금은 어떨까. 최근 <연합뉴스>는 ‘세상이 종교 걱정하는 시대-참신앙을 찾아’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여전히 종교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는 반증이다.
지난 11월 1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한국의 사회문화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기초분석보고서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 조사는 9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16세~69세 남녀 1,512명를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것으로,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했으며,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2.52%다.
많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보도했는데, 종교계의 신뢰도가 대기업보다 낮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5점 만점 척도에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는데, 분야별로는 종교계가 3.00이었다. 의료계 3.22, 시민사회 3.22, 학계 3.16, 대기업 3.12, 교육계 3.01보다 낮았다. 국회·정당(2.17), 정부·지방자치단체(2.48), 언론계(2.86), 금융계(2.88)보다는 높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종교계의 신뢰도가 가장 높게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여론조사라는 것이 주관적인 생각의 반영이기 때문에 실제 신뢰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객관적인 척도를 만들어 신뢰도를 측정한다 해도 누구나 수긍할만한 잣대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신뢰도 조사는 언제나 논란이 뒤따른다. 가령, 선거에서 당선한 사람이 낙선한 사람보다 인격이나 정책에서 월등하다고 보지 않는다. 선호도에서 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집합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실제 종교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신뢰도를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객관화된 잣대로 측정한다면, 대기업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종교계에 거는 기대가 대기업보다 높았던 탓에 작은 삭감 요인에도 종교계의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종교인의 비리가 극히 일부분에 한정되었다 하더라도 종교인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종교계에 거는 기대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종교宗敎는 글자 그대로 으뜸의 가르침이다. 종교는 사회적으로 한 사회의 윤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가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을 때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데, 이는 종교에 사회적 중재자 또는 어른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으뜸의 가르침이 종교이며,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종교인이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묵시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여론조사 결과 중 관심 가는 부분을 살펴보자.[이하 www.btnnews.tv, ‘자성과 쇄신결사‥불자들도 모른다는데\' 인용]
자신의 종교가 불교인 응답자 중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이 49.9%로 나타나 종단이 종책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심사업이 불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불교의 81.7%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사운동의 동참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찬성’이 43.8%, ‘반대’가 5.5%, 유보적인 응답이 50.7%로 나타나 종단의 핵심사업의 홍보와 불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종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템플스테이의 인지도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 중 ‘전혀 모르거나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응답자가 44.7%나 됐으며, 자기 종교가 불교인 응답자 중에서도 29.7%가 ‘모른다’로 답해 10주년을 맞은 템플스테이 인지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종교차별과 종교간 갈등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종교로 가장 많이 지목된 종교는 개신교(57.0%)이며, 불교(12.7%), 이슬람교(8.7%), 원불교(3.8%), 가톨릭(2.8%)의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종교로 개신교를 지목한 개신교 응답자는 30.7%로 자기 종교를 종교간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가장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종교는 불교(40.0%)로 나타났으며, 자기 종교가 차별받고 있다는 비율은 불교가 50.0%로 가장 높았으며 개신교도 45.2%로 나타나 역차별 인식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종교ㆍ다문화사회의 평화와 공존을 보장하고, 종교차별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종교평화법’ 혹은 ‘증오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찬성이 29.3%로 반대 10.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교별로는 가톨릭이 35.4%로 가장 높았으며, 개신교 32.8%, 불교 25.7% 순으로 나타나 개신교가 불교보다 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7.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한국불교의 교단ㆍ사찰 재정운영의 투명성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45.2%로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응답(9.1%)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으며, 스님의 역할에 대해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에 전념하는 것’(52.0%)을 가장 바람직한 역할로 꼽았다. 이어 ‘자비정신을 사회에 구현하는 것’(22.0%), ‘계율을 잘 지키면서 청정하게 생활하는 것’(16.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문제를 더욱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했다. 문제를 해결해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인지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청정교단, 국민에게 신뢰받는 불교,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하는 것이 불교의 본래면목 아니던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하고 해결방안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 종단 지도부가 자임해야 할 의무이다. 2012년, 통합종단 출범 50주년의 해이다. 초심을 돌이켜 다시 초석을 쌓듯 나아갈 일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