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동안 여러 나라를 다녀왔지만 이웃나라인 중국에 자주 다녀왔던 때가 있었다. 중국하면 역시 베이징과 상하이를 자주 다녀왔지만 세 번째로 많이 다녀온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신장 자치구의 우루무치 (우룸치 : Urumqi)를 들고 싶다. 이 우룸치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위구르(Uighur) 족의 중심지이며, 신장 자치구의 수도이다.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크족의 사촌뻘인 위구르족의 자치구에 가면 이곳이 중국인지 중앙아시아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종교, 문화, 언어 등 모든 곳이 한족 중심의 중국과 다른 곳이다.
신장자치구는 중국어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라고 부르는 곳으로, 티베트자치구 바로 위에 위치한, 중국 서북단에 자리 잡은 넓은 땅이다. 이곳에는 타칼라마칸 사막이 자리 잡고 있어 석유 등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 중앙 정부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쪽으로는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과 접경하고 있어 동서무역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쿠처, 투루판, 둔황, 카슈가르 등 실크로드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종도 투르크계이기는 하지만 초록색 눈에 뾰족한 코를 가진 백인계 위구르족도 있지만 한족의 혼혈종같은 검은 머리, 검은 눈을 지닌 위구르족도 많이 있는 등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
9세기에는 이곳에 불교가 성행했던 흔적도 있다. 우룸치 동남쪽에 위치한 투루판의 북과 동의 산기슭에 베제클리크, 생김 아기스, 트유크 등의 석굴 군이 발견되어 동서 문화의 교류를 표시하는 복잡한 양식을 나타내고 있다. 이 석굴군 중 키질 동굴에는 230개 동굴에 석가모니와 불제자의 모습이 그려져있었으나 11세기 이후 이슬람교도들의 침략,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 독일인들이 석굴의 벽화를 통째로 가져가는 바람에 많이 훼손돼있는 상태다. 지금은 위구르족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으며, 중국의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테러사건이 자주 발생, 중국에서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고 있는 형편이다.
어쨌거나 신장에는 여름에도 가보고 가을, 겨울에도 가봤지만 지난 2007년도 12월에 갔었을 때를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가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베이징에 있는 투르크멘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은 뒤 우룸치를 거쳐 아슈하바트로 들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룸치에서 다시 사흘간 머물렀다. 그런데 문제는 우룸치가 너무 추웠었다. 바깥 날씨는 섭씨 영하 20도! 도로는 두꺼운 눈으로 뒤덮여 사람들이 엉금엉금 걸어 다니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나도 내복을 껴입고 희뿌연 공기를 헤치며 얼음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신장은 베이징보다 2시간 늦기는 했지만 중국 전역이 베이징 시간을 준수했기 때문에 아침 10시가 돼야 사람들이 아침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자주 머문 아주 후진 호텔은 우룸치의 위구르족 시장과 가장 큰 모스크가 자리 잡고 있는 얼다오챠오 마켓 옆에 자리 잡고 있던 웨이마오 빙관(호텔)이었는 데, 화장실 물도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 분위기가 이상한 호텔이었지만, 잘만하면 얼다오챠오 모스크의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그 호텔에서 머문다.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오전 10시쯤, 즉 위구르족 시간으로 오전 8시쯤부터 시장과 그 주변 동네를 걸어 다니다 보면 중앙 아시아인들이 즐겨먹는 동그랗고 큰 난 (naan) 빵을 굽는 빵집이나, 위구르족의 만두라고 할 수 있는 추추라(chuchura), 양고기 꼬치구이인 케밥 (kebab), 등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너무 춥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을 직접 지펴 그 주위에 앉거나, 아침 일찍부터 식당에 가 친구들과 함께 차 (chai)를 마시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식당에서 아침 차를 마시면 몸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두와 케밥, 차를 끓이거나 빵을 굽는 식당가를 거닐다보면 음식 조리 중 나오는 수증기가 찬 공기에 맞서 가게 입구를 가릴 정도로 크게 형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침녘 각 가게마다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는 장관을 이룬다. 위구르인들은 서로 ‘살라마리쿰’이라고 아침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는다. 카메라로 촬영을 할 때에도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때도 많다. 외부인에게 친근한 이슬람교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룸치의 아침은 평화스러워 보일지는 몰라도 신장자치구는 2008년 올림픽 기간을 전후해서 올해 중반까지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서 티베트 다음으로 소수민족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8세기인 청나라의 건륭제때부터 계속 중국의 지배를 받아온 위구르족. 지금 신장에서는 한족들의 이주로 인한 한족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들 간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인종도, 언어도, 종교도 판이하게 다른 이들이 앞으로 중국내에서 어떻게 살아갈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