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내가 살다가 온 ‘가고 싶은 나라’ 이야기를 좀 해드릴까요?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듣고 그곳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안다면, 또 거기까지 태워다 줄 배만 있다면 모두 그 나라로 가 버리려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이 나라로 가는 길은 아무도 모릅니다. 나도 그곳에서 살다 왔지만 지금은 알 수가 없읍니다. 어쨌거나 이 아름다운 나라는 그 이웃나라 말로는 ‘불타는 나라’ 라고 불리운답니다.
이 나라는 집집마다 지붕은 빵으로 되어 있고 문과 벽은 꿀이든 과자 대들보는 구운 돼지고기로 되어 있읍니다. 우리나라에서 만원짜리면 거기에서는 1원밖에 안 합니다. 어느 집이나 마당가엔 울타리를 두르고 있는데 그 울타리는 소세지로 엮어져 있읍니다. 거기에는 불에 구운 것도 있고 그냥 삶은 것도 있어서 제각기 좋아하는 것을 누구든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읍니다. 그리고 모든 개울에는 향기좋은 고급 포도주나 삼페인 같은 술이 넘쳐 흐르고 있어 빨대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마음껏 마질 수가 있읍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듣는 술꾼들은 이 나라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리고 어떤 개울에는 우유가 굽이쳐 흐르고 있고 개울가의 버드나무에는 막 구운 빵이 열립니다. 빵이 열려 저절로 개울물에 떨어지면 우유에 적당히 적셔지므로 그냥 건져서 먹기만 하면 됩니다. 특히 식사 준비를 하기 싫어하는 주부들에게한 아주 좋은 곳이지요. 어때요, 아주머니? 한 번 가보고 싶으시죠. 물고기는 이 나라에서는 물 위로 헤엄치고 있읍니다. 그 물고기들은 이미 구워지거나 삶아져서 냇가를 헤엄치고 있답니다. 그러나 잡기를 귀찮아하는 진짜
게으름뱅이라면 그냥 “이리 와, 이리 와”하고 부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물고기는 뭍으로 올라와서 게으름뱅이의 손바닥 위에 깡총 뛰어올라와 주니까요. 허리를 구부릴 필요도 없지요.
그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는 꿩, 닭, 참새 등 모든 새들이 잘 구워져서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 여러분은 곧이듣지 않겠지요? 하지만 믿지 않으셔도 그건 사실입니다. 손을 하늘로 뻗치기를 귀찮아하는 사람에게는 새들이 자진해서 곧장 그의 입으로 들어가 줍니다. 맛이 기막히게 요리되어 있는 것이니 그저 두어 번 씹어서 꿀꺽 삼키면 되는데, 씹기도 귀찮은 사람은 그냥 삼키기만 해도 됩니다. 안 씹어도 소화가 잘 되게끔 요리가 되어 있으니까요. 이것도 귀찮은 사람은 그낭 입만 벌리고 있으면 요리된 새가 스스로 위장까지 날아 들어가 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읍니다. 게다가 이 나라에서는 또 소나 돼지가 잘 자라는데, 그게 모두 요리가 된 채로 돌아다닙니다. 그러니 누구든지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포식할 수가 있읍니다.
또 이 ‘가고 싶은 나라’에서는 길가에 흩어져 있는 돌멩이가 모두 맛있게 양념을 해서 구어 논 햄버거입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비가 오는데, 이 비는 꿀이 빗방울이 되어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든지 좋아하는 만큼 입으로 받아 먹기도 하고 핥아 먹을 수도 있어 여간 즐거운 게 아닙니다. 눈이 오면, 이건 또 얼
음과자지요, 우박은 알사탕이랍니다.
이 나라의 말은 또 더러운 똥을 싸는 대신, 한 번에 커다란 광주리에 달걀을 하나 가득씩 낳아 놓습니다. 그러니 1원만 내도 달갈을 천 개나 살 수 있을니다. 그리고 돈은 나무에 열리는데, 나무를 흔들면 늦가을의 알밤처럼 후두둑후두둑 떨어집니다. 누구든지 제 마음대로 나무를 흔들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돈이니까, 돈은 그다지 소중한 것으로도 여기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는 또 커다란 숲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모든 나뭇가지에 예쁜 옷이 열려 있읍니다. 저고리, 외투, 바지. 조끼등 가지가지 옷이 색깔도 검정색, 초록색, 노랑, 파랑, 빨강 등등 가지각색으로 열립니다. 새 옷을 입고 싶은 사람은 이 숲에 가서 돌을 던져 떨어뜨리거나 활로 쏘아 떨어뜨려 주워 가지면 됩니다.
그것뿐인가요, 어디. 넓은 들판에는 비단이며 공단, 모슬린, 빌로드, 무명 등 고급 옷감이 무한정으로 깔려 있읍니다. 또 밤나무에는 브로우치, 목걸이, 반지 등 여
자용 패물들이 가지마다 휘어지도록 열려있는데, 거기 박혀 있는 보석들은 모두 가짜가 아닌 진짜 진주이고, 사파이어고, 다이아몬드들입니다. 전나무에는 아무리 일류 금은 세공사라 해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장식의 시계와 시계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읍니다. 키가 작은 나무에는 또 갖가지 신발이나, 모자, 머리핀 등 장신구들이 열려 있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가 있읍니다.
이 나라에는 또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아내를 바꿔 가는 그런 시장이 있습니다. 아내가 늙어서 싫으면 이 시장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바꿀 수도 있고, 덤으로 돈까지 받을 수 있읍니다. 또 늙어서 보기 흉해진 여자들은 이 나라에서 솟는 젊어지는 분수의 생물을 맞으면 됩니다. 이 분수의 샘물은 아주 영원한 물이어서 아무리 늙은 여자라도 사나흘 동안 맞으면, 열 예닐곱살 먹은 아름다운 처녀처럼 된답니다.
이 밖에도 ‘가고 싶은 나라’에는 여러 가지 좋은 것이 있읍니다. 무얼 하든지 잘 안 되던 사람이라도 그 나라에 가면 무슨 일이든 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입니다. 노름도 그렇고, 활쏘기, 창던지기, 총쏘기 등 우리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총을 아무리 쏘아도 언제나 빗맞아서 도무지 맞히지 못하던 사람도 이 나라에서는 백발백중, 아무리 먼 데서라도 보기 좋게 과녁 한복판을 맞힌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에 가난뱅이가 되고 파산을 하고 비렁뱅이 노릇을 해야 할 얼띤 잠꾸러기, 못난이에게도 이 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서는 한 시간을 잘적마다 1천원씩, 그리고 하품 한 번 할 적마다 5백원씩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노름을 해서 돈을 잃은 사람의 지갑에는 그 돈이 갑절이 되어서 도로 들어 옵니다. 술꾼은 가장 좋은 술을 거저 먹을 수 있고, 남자거나 여자거나 한 모금을 마실 적마다 300원씩 돈을 또 받을 수 있읍니다. 또 사람을 멋지게 놀리거나 골탕을 먹인 사람은 그때마다 1216원씩 생겁니다. 뭐든지 하면 꼭 돈이 생기고, 가장 큰 거짓말을 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금화가 629개씩 되는 상금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거짓말을 하지만, 그래 봤자 땡전 한 푼안 생기죠.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거짓말을 가장 훌륭한 기술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장관, 국회의원, 박사 그리고 학자라고 불리우는 사람, 브로커 등 이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내세우는 인물들은 마구 거짓말을 한 끝에 이 나라로 옵니다. 그 친구들은 이 나라에서 출세도 되게 빠르지요. 거짓말에는 숙련공들이니까요.
이 나라에서 학자가 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예절을 모르는 인간이 되려고 힘써야 합니다. 요즈음 예절을 우습게 아는 학생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읍니다만, 우리들의 나라에서는 그런 학생들은 사람들의 미움이나 받지, 존경은 어림없읍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훌륭한 학자가 되려는 사람은 예절 없고 게으르고 뽐낼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이 모두 훌륭한 학문이랍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이 거기에만 가면 훌륭한 대학 교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일하기를 좋아하고. 착한 일을 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가고 싶은 나라’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그런데 바보이고 아무일도 할 줄 모르면서 뽐내기만 하고 남을 짓밟는 사람들을 이 나라에서는 최고로 고상하고 공이 많은 사람으로 여겨 죄를 지어도 잡아가지 않는답니다. 자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는 일 외에는 아무 재주도 흥미도 없는 사람은 오히려 장관으로 임명이 됩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사람들에게서 가장 게으름뱅이고 가장 쓸모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이 나라의 왕이되어 더할 나위 없이 멋대로 편안히 지내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신 것으로 여러분들은 ‘가고 싶은 나라’의 모습을 대강 아셨지요? 그래서 이 나라에 가고 싶으면 길을 모르는 사람은 소경에게 길을 물으세요. 벙어리라도 좋습니다. 벙어리는 틀린 길을 가르쳐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나라 둘레에는 죽으로 된 벽이 산처럼 높다랗게 둘러싸여 있어, 이 나라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우선 그 죽으로된 벽을 다 먹어 치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