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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과 쇄신, 암초를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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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1년 10월 356호

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님께서는 월간 <해인> 7월호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란을 통해 “자성과 쇄신을 향한 5대 결사로 인하여 우리의 전통문화와 사상이 온전히 보전 계승될 것이며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이 인드라망 세계의 조화로움 속에서 더욱 빛날 것입니다”라며 자성 쇄신 결사를 격려했다.

“신라의 발징發徵화상은 금강산 건봉사에서 만일결사를 이루었고, 고려 지눌선사는 ‘정법으로 돌아가자’를 외치며 정혜결사를 주창하셨으며, 근대의 성철노사는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아래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습니다. 그 정신은 오늘에 이어져 우리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의 5대 결사를 발원하게 되었습니다.
결사結社란 생각을 함께하는 것이며 목적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안으로는 수행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고 밖으로는 남을 위해 실천행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제 사부대중은 수행결사 문화결사 생명결사 나눔결사 평화결사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청정하면 여러 사람이 청정하고, 여러 사람이 청정하면 온 세상이 맑아집니다.
내가 바뀌면 이 세상도 바뀐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요, 또 인과因果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모든 이가 함께 할 때 새로운 청정淸淨의 역사는 완성되는 것입니다.
올바른 가르침으로 우리 사회를 맑히고 종교적 감동으로 세상 사람에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이 ‘자성과 쇄신’을 향한 ‘5대 결사’로 인하여 우리의 전통문화와 사상이 온전히 보전 계승될 것이며,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이 인드라망 세계의 조화로움 속에서 더욱 빛날 것입니다.
모든 종도宗徒는 작금의 자성과 쇄신의 결사가 전 국민의 정신문화운동으로 승화되는 그 날까지 불퇴전의 자세로 여일정진如一精進토록 합시다.
인지이도자因地而倒者여
인지이기야因地而起也라
땅에서 넘어진 자들이여!
땅을 짚고 일어날지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금의 결사운동이 자신의 임기 동안이 아니라 한국불교가 중생과 함께 하는 한 주제를 달리하며 계속되어질 성격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자성과 쇄신 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대마다 시대가 요청하는 정신과 실천행이 늘 요청된다. 자성과 쇄신이 어느 정도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는 행복한 시기가 오면 어느 사이엔지 모르게 반드시 느슨함이 끼어든다. 익숙함을 눈치 채지 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자성 쇄신은 기계적 작동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할 시기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자성과 쇄신이 깃발에 쓰여 있는 구호처럼 나부낄 뿐이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외면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얼마 전 교계를 흔든 사건이 있었다. 교구본사의 주요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이 혼인을 한 과거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혼인증명서와 이혼증명서 사본이 증빙자료로 기자들에게 배포되었다. 혼인 경력의 사실여부를 떠나 수행자의 신상이 동료 수행자에 의해 폭로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혼인한 승려’로 지목된 A스님은 “서류는 맞지만 사실혼은 아니다. 승려로써 부끄러운 것은 없다. 위법한 사실에 대해서는 종단의 징계를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아직 사실을 모른다. 호법부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기다려봐야 한다. 성급히 재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나 또 충격적인 것은 폭로한 스님이 6개월 전에 호법부에 조사해달라고 진정했는데, 아직도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한 원로의원 스님의 일갈이 그 답이다. “당연히 위법되는 것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 진정을 접수하고 6개월 동안 처리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처리해 징계할 부분은 하고, 직권제적에 해당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종단을 맑게 하는 문제인데, 사실인지 아닌지 빨리 밝혀야 한다.”(만지작거리다 6개월‥직무유기다, www.btnnews.tv, 2011. 9. 13)

이 사건은 종헌에 규정하고 있는 비구의 자격과 관계된 것이다. 종헌은 제9조 1항에서 “승려는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하고 수도 또는 교화에 전력하는 출가 독신자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헌의 규정은 조계종의 정체성을 담보한다. 조계종일 수 있는 이유와 의미가 담겨 있다. 종헌은 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적용된다. 종헌의 규정이 흔들릴 때 조계종은 조계종으로서의 빛을 잃는다.

수행자 집단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거룩함으로 장엄되진 않는다. 사바세계의 수행자인지라 갈등과 반목의 발생은 불가피하게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문제가 터진 다음의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 집단의 도덕성과 진정성의 정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하여 비로소 중생들의 귀의처가 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절대다수의 청정수행자들을 모독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그러나 하나의 사례일 때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종헌의 권위를 지켜낼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여럿일 때는 집단의 안정 유지를 위해 하향평준화의 방안을 선택할 여지가 더 많아지는데, 이 경우가 한 집단이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성과 쇄신의 궁극은 중생들에게 회향하는 불교를 만드는 것이다. 회향은 불교가 중생들에게 무엇을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중생들의 귀의처로서의 불교를 일구는 것이다. 청정함으로 그 토대가 비로소 다져진다.

자성과 쇄신 결사의 행은 무엇인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발표한 담화문에 그 답이 나와 있다. “이제 출가 수행자를 비롯한 종도들과 불제자들 모두 역사 앞에서 겸허히 참회하고 자성해야 합니다. 지난 시기 어둡고 힘들었던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핍박받고 어려웠던 이들과 함께 하며 이웃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이웃 종교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 종단의 지나온 자취와 현실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합니다.”(총무원장 자승스님, ‘범종단적인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제안합니다’, 2011. 1. 26)

“조계종도 여러분! 그리고 모든 불자 여러분!
지난해 저는 총무원장 취임 이후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를 천명하고 임기 4년 동안 추진해야 할 여러 가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1년의 시간을 거치며 종단 내외의 과제 추진은 내부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처방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추진이 매우 어렵고 지난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부대중의 지혜를 믿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법대로 사는 것이 곧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생각합니다.”(자승 스님)

“땅에서 넘어진 자들이여! 땅을 짚고 일어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