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부처님’이라고 하면, 지금으로부터 2635년 전에 카필라국의 왕자로 태어나 29세에 성을 넘어 출가하셔서 35세에 깨닫고 80세에 열반을 보이신 석가모니부처님을 떠올린다. 하지만 《법화경》의 중심안목이자 불교의 중심안목이라고 하는 <여래수량품>에서는 역사적 석가모니부처님은 사실 오랜 옛날(오백진점겁 전)에 성불하셨고, 수명은 상주불멸常主不滅하여 중생 교화하는 일을 끊이지 않았음을 얘기한다.
역사적 석가모니부처님은 세상에 발자취를 나타낸 적불迹佛이라 하고, 적불을 보임은 사실 구원실성의 본불을 나타내기 위함인 것이다. 여기서 《법화경》을 설하는 목적이자 여래출현의 목적인 부처님이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출세하시는 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의 지견을 열어 보여주고 깨닫게 하여 부처의 지견에 들게 하기 위함(불지지견佛之知見 개시오입開示悟入)임이 드러난다. 이는 모든 중생을 남김없이 성불시키고자 하는 부처님의 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생들이 근기가 약하고 어리석음의 미망에 덮여있기 때문에, 방편으로 역사적 발자취인 적불(석가모니부처님)을 드러내 구원실성의 본불을 깨닫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구원실성의 본불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삼신불三身佛 중의 법신불法身佛이라고 할 수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오랜 옛날에 이미 깨달았지만 방편으로 인간 세상에 응화해서 금생에 성불과 열반을 보인 것을 <여래수량품>에서 ‘양의치자유良醫治子喩’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양의치자유의 내용을 보자면, 의사인 아버지가 멀리 다른 나라에 간 사이, 그의 아들들이 독약을 마시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에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들이 아버지를 반기며, 잘 다녀오셨는지 여쭙고 자신들이 어리석어 독약을 마셨으니 자신들을 치료해달라고 간청한다. 이에 아버지는 훌륭한 처방전에 의지해 좋은 약을 지어 아들들에게 주어 먹게 하면서, 이 약을 먹으면 고통이 씻은 듯이 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들들은 아버지를 너무 믿은 나머지 약 먹기를 차일피일 미룬다. 아버지는 자신이 있으므로 아들들이 약을 먹지 않자, 거짓으로 아들들에게 죽음을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아들들은 이제 믿을 것이 사라지자, 약을 복용해 독약으로 인한 고통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바로 ‘양의치자유良醫治子喩’이다. 이와 같이 구원실성의 본불인 법신불이 현생에 석가모니부처님으로 응화해서 방편으로 성불과 열반을 보인 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이 낳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약을 먹게 하기 위한 의사 아버지의 자식 사랑의 자비심과 같이 모든 중생들이 석가모니부처님의 열반을 보고 보리심을 내어 구도해 불지견에 들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구원실성의 법신불은 곧 모든 중생에게 불성佛性이 있다는 여래장如來藏사상으로 이어진다. 법신은 온 법계法界에 편만한 것으로, 모든 중생이 가지고 있는 불성은 영원불멸永遠不滅하고 늘어남도 줄어듦도 없는 부증부감不增不減인 것이다. 이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과 무한한 인간 신뢰의 사상을 보여준다.
여타의 다른 경전들에 비해 《법화경》에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인간 신뢰의 사상은 <제바달다품>에 잘 나타난다. <제바달다품>에 보면 악인과 여인의 성불의 내용이 나온다. 악인성불이란 부처님을 해치고 교단을 분열시켜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졌다는 오역죄인인 제바닷다와 같은 극악한 악인일지라도 성불한다는 내용이다. 또 여인성불이란 중생들 중 제일 하근기인 8세 용녀가 즉석에서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인도 성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에 여인은 5가지 장애로 인해 성불할 수 없다는 부파불교의 설을 완전히 뒤집는 무한한 인간 긍정과 인간 신뢰의 사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간 긍정에서 필연적으로 <상불경보살품>의 인간에 대한 찬탄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상불경보살은 돌팔매질을 당하면서도 중생들을 향해 “여러분은 부처입니다”라고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구나가 부처인 것이다. 이는 ‘나는 중생이다’라는 미망에 빠져있는 중생들에게 자신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하는 인간 신뢰의 사상을 잘 보여준다.
《법화경》은 이같이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갖추어져 있는 불성을 인정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뢰를 설하고, 그 약속을 인간 각자가 실천하여 성불하도록 구체적인 실현을 설하고 있다. 그것은 근원적인 선행의 장려이다. 인간의 세계에 범람하는 5탁濁, 즉 무질서한 시대의 혼란인 겁탁劫濁과, 욕망이나 의혹 등의 번뇌가 치성하는 번뇌탁煩惱濁과, 인간의 악업의 과보를 두려워하지 않는 중생탁衆生濁과, 이기주의와 편견과 사견이 횡행하는 견탁見濁과, 인간의 생명이 비명으로 감축되는 명탁命濁의 상황 속에서 인간의 회복, 다시 말해서 불성의 발견과 개발을 위해 선행할 것을 설하고 있다.
그러나 《법화경》은 그러한 악을 본질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아무리 5탁이 극에 달한다 해도 그 악이 크면 클수록 부처가 출현하여 악을 제거한다고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예언이야말로 불성을 가진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 것이며, 이 점에서《법화경》은 인간의 진실한 구원의 생명을 설한 경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