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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회향식-해인사 소리길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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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재윤┃ 해인아트프로젝트 자원 2011년 10월 356호

해인사에서 4개월간의 자원봉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려할 때 나에게 마지막 두가지 미션이 내려졌다. 하나는 누에 뽕잎주기, 다른하나는 소리길 감상문 쓰기. 누에밥은 세끼 갖다주기만 하면 되지만, 소리길 감상문쓰기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다. 소리길 개통식 이후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핑계만 대며 안갔기 때문에 쓸 말이 없었던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와있던 사진과 글을 보며 대충 쓰려 했지만, 고작 10문장밖에 써지지가 않아 오랜만에 아침공양을 하고 소리길로 향했다.
해인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역으로 가는거라 소리길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건 “홍류동 테마로드를 마치셨습니다. ‘나를 만나는 여행’은 즐거우셨나요?”라는 마지막 인사말이 적힌 팻말이었다. ‘나를 만나는 여행이라…’
해인사에 온 이유는 자아를 찾고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축전이 끝날때까지 있지 못하는 이유도 서울로 다시 올라가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소리길 같이가자는 엄마를 떼어놓고 혼자 엉금엉금 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나를 마난는 여행’이란 문장을 머리에 새기며 자연 그대로의 소리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른아침이라 사람이 없어 혼자 노래도 부르고 약간은 축축한 흙길을 걸으며 물소리, 새소리도 듣고, 그야말로 지상낙원에 온 듯 했다. 온갖 잡생각이 사라지고 소리길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기에 바빠졌다. 소리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야19명소에 관한 안내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중 내눈에 확 들어온건 낙화담이었다. ‘꽃이 떨어지는소, 낙화담’. 시원하게 떨어지는 골짜기와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답고 맑고 깊은 물색깔 그리고 힘차게 내려오는 물줄기. 그동안 이런저런 생각으로 찌든 내 가슴을 활 깎아내린 기분이었다.
소리길이 개통되고 난 후 나는 ‘자연을 훼손시키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낙화담을 지나 걷다보면 자연그대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니 길상암에서 스님이 ‘석가모니불’을 하며 목탁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걸었던 길은 홍류동 테마로드 중 마지막 길인 명상의 길이었는데, 스님의 석가모니불과 목탁소리를 들으며 멋진 풍경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상을 했던 것 같다.
소리길을 걸으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자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짜증나는 모든 것들을 잊고 그 순간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던 걸로 만족한다. 어쩌면 부모님, 주변 환경에 끄달리지 않고 내가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걸 찾는 것이 내 진로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답은 다 알고 있다’ 라는 비슷한 말을 자기 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알고만 있을 뿐 느끼지는 못한다. 해인사에서 지냈던 시간과 나만의 회향식인 소리길 걷기는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을 느끼게 해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리길 걷기를 통해 4개월동안의 해인사 생활을 정말 아름답게 회향한 것 같다. 처음엔 미션을 내리신 스님을 조금 원망도 했지만, 막상 소리길을 갔다 오니 정말 스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참고로 예전에 소리길 이름 공모할 때 나도 자연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을 지닌 순 우리말인 온새미로(路) 제출했는데 안타깝게도 안되었다. 소리길을 걷고나서 든 생각은 극락으로 가는 길인 소리길도 좋지만 내가 제출한 온새미로(路)도 꽤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 욕심이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