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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오픈 선원 데이, 그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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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박정은┃해인아트프로젝트 전시 2011년 10월 356호

2011년 9월 24일,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해인사의 선원이 드디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지난 몇 주간 수많은 분들의 선원 참여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기에 우리 해인아트프로젝트 전시팀은 당일에 몰릴 인파와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현장 대기자와의 실랑이(!)를 예상하며 초긴장 상태였다. 새벽 5시, 불빛하나 없는 컴컴한 산길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여 정수당 앞 예약자 확인 부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추위와 어두움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많은 분들이 이 의미 있는 날을 위하여 꼭두새벽부터 기다리고 계셨다.

사전 예약자를 우선으로 입장 준비를 하고 남는 자리는 현장에서 대기해 주신 분들을 순서대로 넣어드렸다. 참여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긴 기다림의 끝에 가까스로 참여자격을 얻은 보살님들은 마치 소녀처럼 박수치며 뛸 듯이 기뻐하면서도 혹시나 이 귀한 기회를 도로 뺏길까 후다닥 입장준비 라인으로 뛰어가셨다. 입장을 앞두고 다들 상기된 얼굴로 소란스럽게 말씀을 나누시다가도 선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한 걸음 옮기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숨소리마저 조심하며 경건한 자세로 선원으로 향했다.

선방에 들어서면 차분하면서도 엄숙한 노란색 조명이 시간조차 멈추게 할 듯한 기운을 내뿜으며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좌복이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가다듬게 한다. 참선은 달마전을 향하여 3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지도 스님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사람들은 108평 규모의 선방을 10분 동안 천천히 돌면서 참선하는 포행을 했고, 30분은 벽을 보고 앉아서 명상하는 좌선을 했다. 해인아트프로젝트 대표로 국제팀 Steven Garen이 참선 체험의 영광을 얻었다. 우리의 가엾은 Steven은 비록 지도 스님께서 하시는 귀중한 말씀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명상을 하고 싶으면 보통 혼자 조용한 곳을 찾아가는데 선원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면의 평안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 놀라웠고, 해인사 선원은 참선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고 했다. 또한, 생각처럼 “생각을 비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는데 그 때마다 고요한 방안을 뒤흔드는 날렵한 죽비소리가 그를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한다. 1시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선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모든 분들에게서 한결 차분하고도 안정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 만연한 만족감이 우리 해인아트프로젝트팀을 더욱 뿌듯하게 만들었다. 오후 5시 마지막 타임의 예약 확인이 모두 끝나자 오랜 기다림에도 결국 참여하지 못한 보살님들이 거친 항의와 불만을 토로했지만 사전에 협의된 440명 정원 외에는 입장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분들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애를 먹어야했다.

오랜 기간 스님들과 협의를 통한 준비와 스님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행사를 순조롭게 치를 수 있었다. 해인아트데이를 위하여 해인사 창건 1,200년 이래 최초 선원 개방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해인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더 많은 분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드릴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지만 참여하신 440명 모두 그 날의 감동과 영광을 오래오래 간직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