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문화가 다변화 되어 가면서 선조들이 이룩한 위대한 호국문화를 우리 후손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홀히 취급하는 어이없는 장면들을 간혹 목격하게 된다.
지난 4월 말 경 어느 날 노신사 여러분들이 호탕하게 떠들며 장경판전 통로에 들어섰다 자기들 끼리 서로 이야기 주고받고 하는 사이에 그 중 한 분이 필자에게 같이 온 일행 중에는 전직 장관이 4명이고 모두가 대학교 총장과 교수들이라고 귀 뜸을 해 주었다 일부는 아직 장경판전에 올라오지 않고 밑에 있다고 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최상류층 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분들의 팔만대장경에 대한 인식도를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일행을 대장경 견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여 대장경판 구조에 대하여 설명을 해 드렸다 대장경은 글자가 세 겨 져 있는 원판과 양 옆에서 원판을 꼭 끼워 잡아주고 있는 마구리의 이중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 마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째 홈을 파서 대장경 원판을 양 옆에서 끼워 잡고 있으니까 원판의 뒤틀림을 방지해 줍니다. 둘째 원판보다 마구리가 두꺼우니까 81.350개의 많은 대장경을 꽉 붙여 보관하여도 대장경판 하나하나 사이로는 바람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통풍의 소통이 원활하여 대장경판의 부식을 방지 하고 천년 세월 이상 장기 보존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셋째 글자가 서로 부딪쳐서 손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여 줍니다.
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장경판전은 1995년도에 팔만대장경은 2007년도에 각각 세계문화유산과 기록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이곳은 2개의 세계 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참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노신사들은 조용히 설명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기들 끼리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필자와 함께 대장경 인경 본 진열대 앞으로 왔을 때 그 중에 한분이 김 교수 반야심경 인경 본 한번 읽고 해석해 보지하고 권하니까 김 교수라는 분은 읽고 해석 하는데 별로 막히는 곳이 없었다. 읽는 도중에 이것은 불교 용어 이겠고 하는 것을 볼 때 불교 신자는 아닌 것 같았다 잠시 뒤 일행은 반야심경 읽는 것을 도중에 그만두고 판전 마당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조금 뒤에 보니까 모두 법보전 오른쪽 주련 밑에 모여서 圓覺道場何處(초서체) 주련을 쳐다보며 읽고 해석 하다가 맨 끝에 處자를 두고 서로 이게 무슨 글자냐 處자 인 것 같다 하면서 이야기 하던 중에 그 중의 한 분이 주련 處자 위에 손가락을 대고 글자 그대로 따라 쓰는 것 이었다 멀리서 보고 있던 필자는 깜짝 놀라서 급히 뛰어 가면서 주련에 손을 대시면 안 됩니다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손가락이 지나간 수십 년 경과의 주련 글자는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하여 껍질 부분이 솟아올라 있던 글자 부위가 부스러기 되어 통로 바닥에 떨어지는 훼손을 당하고 말았다.
서도 삼매에 빠지면 사흘 밤낮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서도에만 몰두 한다는 일화로 유명한 홍류동 출신 남천 스님의 작품으로 장경판전의 법보전 문 양쪽 옆에 걸려서 모든 방문객들에게 한국 서예의 진수를 보이며 세계문화유산을 빛내고 있는 아름다운 주련글자는 이렇게 하여 경망스러운 한 상류층 인사에 의하여 약간의 상흔을 입고 말았다 그 분은 감히 뭐 이런 놈이 있나 하는 식의 눈길을 필자에게 보내고 일행들은 창피한지 다소 서두르면서 처음 들어왔던 수다라장 출입로를 통하여 장경판전 후문 쪽으로 황급히 빠져 나갔다 처음 말을 건넨 사람 좋아 보이는 그 분은 나가면서 필자에게 자신의 명함을 한 장 주고 갔는데 보니까 모 대학교 총장님이다.
이분들은 모두 해인사에 오랜만에 왔을 터인데 선조들의 호국정신이 서려 있는 민족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하여 경비원의 지적을 받고는 황급히 나가버린 것이다
필자는 그 분들의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일반 국민들도 이곳은 참으로 중요한 곳이니까 아저씨들이 잘 지켜 주셔야 합니다. 하면서 부탁을 하고 가는데 나라의 지도층 사람들이 민족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이렇게 예의 없는 행동을 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시대 우리 선조들이 몽고군의 침입을 받아 무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처님의 불력으로 나라를 지켜 내고자 했던 간절한 열망과 호국정신이 서려 있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개인의 종교적 입장이나 사회적 지위 고하를 떠나서 국난극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선조들의 염원을 마음으로 느끼며 경건하고 예의 있게 관람하는 자세가 국민으로서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