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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언어에 대한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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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1년 09월 355호

아프리카를 여행하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왜 식민시대 언어를 그대로 사용할까?”
였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아프리카는 유럽의 열강이 갈기갈기 찢어놓은 조각보와도 같은 곳이다. 식민통치 당시 지도와 후의 지도 및 국경은 식민통치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극명히 달라진다.
“아프리카의 국가 (The State of Africa)\"라는 책의 도입부에는 1955년 아프리카 지도와 2005년 지도가 함께 나와 있다. 1955년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년이 흘렀건만 대부분 국가들이 1960년도 초에 독립한 사실을 볼 때, 아직도 식민통치 중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신기하게도 아프리카에는 식민통치를 받지 않았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이집트, 리비아,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남서아프리카(지금의 나미비아), 남아프리카연합(지금의 남아공) 등 6개국이 있었다. 나머지는 전부 식민지였다. 광활한 영토의 식민지를 갖고 있던 강대국은 역시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북으로는 튀니지, 알제리아, 모로코, 프랑스령 서아프리카(지금의 모리타니아, 말리, 나이제르), 중부에서는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지금의 챠드, 카메룬, 가봉, 콩고 공화국), 코트디부아르, 토고, 베넹, 동부의 마다가스카르 등이 있었다. 그러면 영국은? 프랑스와 당시 식민지 쟁탈전 치열하게 가졌던 영국은 수단, 소말리랜드(지금의 북부 소말리아), 감비아, 시에라리온, 가나,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로데시아(잠비아와 짐바브웨), 바수토랜드(레조토), 스와질랜드, 니야살랜드(말라위) 등이었다.
그럼 나머지는 어땠느냐하면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이탈리아 등이 나눠가졌다. 벨기에도 그 당시에는 소수인 프랑스어족이 지배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부 유럽 크기에 맞먹는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 브룬디 등 광활한 영토에서 모두 프랑스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모잠비크와 앙골라, 리오 데 오도, 카나리아 군도, 남부 소말리랜드 등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영어 아니면 프랑스어를 사용했는데, 60년대 초 독립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이들 나라에서는 아직도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한다.
공식 언어에 대해선 아주 재미있는 일례로는 르완다를 들 수 있는 데, 르완다는 원래 벨기에 통치령이어서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였지만, 1994년 인종청소(제노사이드) 이후 우간다 난민 출신인 폴 카가메 장군이 대통령이 되면서 르완다의 공식 언어는 영어까지 포함, 프랑스어와 키냐르완다어 등 3가지가 됐다. 카가메 대통령이 우간다 출신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당시 인종청소를 주도했던 후투파워(Hutu Power) 의 수장이었던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전 대통령과 영부인을 프랑스에서 비호해주었기 때문에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것은 자명한 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몇 해 전 르완다를 방문해서 관계개선을 하기 전까지 프랑스인은 르완다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왜 식민 국가들이 통치국의 언어를 아직도 사용 하는가” 였다. 우리도 35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던 뼈아픈 과거가 있고, 독립 후 지금까지 친일청산 및 일본어와 문화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1995년 해방 50주년이 되던 해에는 역사적, 건축적 의미가 있는 문화재나 다름없었던 전 조선총독부를 해체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런 한국에서 온 나는 식민문화의 청산은 고사하고 왜 나를 지배한 나라의 언어를 아직도 쓰는 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취재활동을 할 때 그 점을 현지 가이드인 칼렙에게 물어보았다. 칼렙의 대답은 이러했다. “우리는 부족언어만 사용해갖고는 많은 일을 할 수 없어. 공식문서도 작성할 수 없다.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게 우리에게는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하긴 일본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일본어를 아는 것보다는 아프리카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프랑스와 벨기에의 소수민족 언어(벨기에는 프랑스어와 플랑드르어를 사용)인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게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부족언어가 242개나 된다! 공식어는 프랑스어, 키콩고, 링갈라, 스와힐리, 트실루바 등 5개나 된다. 그러니 프랑스어만 알면 전국에서, 아니 아프리카의 반 이상에서 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콩고에서도 관공서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했지만 시골에만 가면 방언이 각각 달라서 동부에서 사용되는 스와힐리어만 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다. 링갈라어는 아주 외국어나 다름없었다.
콩고의 시골의 난민촌에서 유니세프에서 설치한 간이 학교수업 모습이 생각난다. 아이들이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프랑스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못 알아들어도 “위(Oui)!, 농(Non)! 이라고 합창하듯 대답하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