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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안목으로 중생의 안락 이끌 종교인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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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1년 07월 353호

6월 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종교지도자들의 오찬 간담회가 있었다.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만남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가입된 종단대표들이 초청 받았는데,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김운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총무,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대주교,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두우 홍보수석, 정부에서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종교지도자들의 만남은 주기적이지는 않지만 1, 2년에 한번 청와대 초청 형식으로 열린다. 국가 중대사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다. 2009년 6월 한-아세안 정상회담 후 열린 것이 가장 최근의 간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과 대등한 협상을 촉구하며 수입에 반대하는 수십만 시민의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던 2008년 6월에 열린 종교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촛불정국’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번 간담회는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간담회 전 조계종 총무원 주변에서는 천안함 사건 이후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 상황에서 대북 민간지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종교계의 의견이 제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불편해진 조계종과 정부의 관계가 화해국면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자승스님과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불러 모았다.
간담회가 끝난 후 청와대와 종교지도자협의회가 내놓은 발표 자료에 따르면, 그러나 남북관계를 의제로 삼지 않았다. 자승스님을 비롯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7대 종단 대표들은 국민통합을 위한 종교의 역할과 종교간 화합과 상생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특이한 부분은 종교지도자협의회가 인종, 문화, 종교 등의 분야에서 차별이나 혐오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을 막자는 취지의 ‘증오범죄방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증오범죄법과 관련해 종교지도자협의회는 간담회 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 서로가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여 줄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 의제는 사회통합, 증오범죄방지법, 근대유산, 템플스테이 처치스테이 향교스테이, 공정사회, 이런 단어들로 정리된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비춰볼 때 매우 좁은 의제들이다. 이에 대해 BTN뉴스(www.btnnews.kr)는 \'청와대 오찬, 어른 모습은 너무 작았다\'는 제목의 데스크칼럼을 통해 산적한 사회적 현안들을 외면한 간담회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은 종교는 우리사회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특별한 지위를 지녔는데, 자기 종교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너무 작은 모습을 보여줘 뒷맛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종교宗敎’라는 말 그대로 으뜸의 가르침을 추구하는 집단이니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데서 어른 또는 중재자의 지위가 부여된다. 또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중요한 고비에서 우리는 종교를 통해 위안과 에너지를 얻는다.
불교는 안락을 추구하는 종교다. 전도선언에서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오, 비구들이여! 나는 신들이나 인간들이 얽혀 있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롭다. 오, 비구들이여! 그대들 역시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롭다. 앞으로 가라! 비구들이여, 많은 이들의 선을 위해서,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세상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신과 인간들의 선과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마라. 오, 비구들이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법을, 형식과 내용이 모두 좋은 법을 설하라. 완벽하고도 순수한 성스러운 삶을 선포하라. 눈에 먼지가 덜 낀 중생들이 있을 것이며 그들은 법을 듣지 못하면 타락할 것이다. 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 비구들이여! 나 또한 법을 가르치기 위해
세나니가마에 있는 우루웰라로 갈 것이다. 지혜로운 자의 깃발을 올려라. 숭고한 법을 설하라! 다른 사람들의 선을 위해 일하라. 자신의 의무를 완수한 자들이여.\"
불교는 이 전도선언으로부터 세상 한가운데의 종교가 되었다. 모든 것이 연기緣起이니 당연히 안팎이 있을 수 없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상식이 흔들릴 때일수록 불교의 역할은 커진다. 세상이 사바이니 편한 날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러므로 안락한 세상을 향한 염원은 꺼지지 않는다. 지금도 삶은 팍팍하다. 지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주어져 있다.
반값등록금으로 논란이 뜨겁다. 등록금 부담으로 학생이 범죄까지 저지르는 상황이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생활고와 사회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가계부채 800조 원이라며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00조 원이면, 가구당 평균 부채가 4611만 원이다. 빚지고는 발 뻗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여기에 577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다. 빚더미 위에 앉았으니 열심히 일한들 빚 갚는 인생이라는 자조감이 밀려올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수십조원의 나랏돈을 쏟아붓고 있다. 공직사회는 뇌물로 얼룩져있다. 남북의 대결은 긴장의 일상화를 구조화시켰다. 사회 전체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 전체에 미친다. 국민들의 일상적 삶을 규정할 정도로 영향력의 폭이 매우 넓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안락하게 이끌지 못한다. 4, 5년 후의 선거에서 선택받아 권력을 잡는 것이 정치인들의 1차 목표다. 긴 안목으로 사회를 이끄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교육이 100년대계라면, 한국의 정치는 5년소계다. 종교宗敎는 말 그대로 으뜸의 가르침이니 시간을 초월한다. 그래서 종교가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직접 권력투쟁의 장인 정치에 뛰어들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들의 짧은 안목을 바로잡아 안락을 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종교지도자들은 이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대통령에게 임기 내에 템플스테이나 처치스테이, 향교스테이와 같은 각 종교별 문화를 직접 체험할 것을 제안했다. 또 근대유산을 포함한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보전과 발전에 노력하여 줄 것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위에서 인용한 칼럼은 \"종교간 경쟁의 냄새가 더 짙게 풍긴다.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이 특정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개신교계의 주장이 있었던 터였다. 템플스테이, 처치스테이, 향교스테이 체험을 제안한 것에는 정부 예산을 골고루 지원해달라는 속내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골고루 \'스테이\' 체험을 함으로써 종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종교간 갈등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종교 갈등의 문제를 진정 염려하고 있다면, 종교지도자들이 먼저 이웃종교 스테이를 하면 되지 대통령을 앞세울 일은 아니다. 오늘 청와대에서 오찬을 한 종교지도자들은 자기 종교의 대표라는 점을 너무 크게 드러냈다. 오늘이 힘겹고 내일이 불안한 우리 사회를 걱정하는 어른으로서의 모습은 너무 작았다\"고 꼬집고는 \"씁쓸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중생의 안락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긴 안목으로 세상을 맑힐 종교인의 모습이 간절한 이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