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현충일 연휴를 맞아 3년만에 해인사를 찾았더니 종현 스님께서 나를 반가이 맞아주셨다. 편집실 옆에 있는 작은 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작년에 출간된 “정은진의 희망 분투기” 책을 드렸다. 스님께서는 내 책을 주욱 훑어보시더니 <아프리카 사진 여행자를 위한 일곱 가지 조언> 이라는 부분을 보시고는 “바로 이런 걸 써달란 말이야!”라고 주문하셨다.
책에는 7가지가 비교적 간단하게 적혀있지만, 이번에는 해인지 독자를 위해 예를 자세히 들어가면서 추가 설명을 하고자 한다.
우선 7가지란 1) 아프리카 여행 시 비자요건 사전 조사 2) 미국 달러화를 챙겨가기 3) 예방접종 받기 4) 말라리아 조심 5) 언어 문제 숙지 및 현지 통역을 잘 고용하기 6) 인내심 갖기 7) 취재원에게 함부로 대가성 현금을 주지 말기 등이었다. 물론 7가지가 모두 중요하지만, 6번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도 이탈리아인과 맞먹을 정도로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하는 일. 우리의 “빨리 빨리” 근성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을지는 몰라도, 한국 밖을 나가면 우리가 생각보다 성격이 ‘아주 심하게’ 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가면 더 하다.
아프리카도 다른 저개발 국가와 마찬가지로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법이나 규칙이 별로 통용되지 않는 곳이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복잡화된 관료화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들에게는 “효율적”이라는 단어가 자신들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말이다. 일을 빨리 하건 늦게 하건 그다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공무원이면 공무원, 상인이면 상인이 손님이나 주민, 혹은 민원 청구 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은 별로 갖지 않는다. 그들도 대식구를 먹여 살리기 힘들고, 어차피 돈은 윗분들이 다 가로채는 데 민원 청구인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서비스 정신은 선진국의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일례로 취재허락을 받는 일도 그렇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북부에 위치한 고마 (Goma)라는 주요 도시의 감옥을 취재하기 위해 근 3 주라는 긴 시간을 기다린 후 비로서 취재허가를 받았다. 물론 감옥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하고, 각 기관에서도 과연 누구에게서 허락을 받아야 되는 지 모르는 지 귀찮은 지 나와 통역을 다른 부서로 계속 떠넘기기만 했다.
처음에는 노르키부 (고마의 주) 고등법원으로 갔다가, 그 다음에는 항소법원, 그 다음에는 주정부 인권 및 법무부에 가 장관을 만나 설득작업을 했다. 그것도 다들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서로 몰라서 통역과 함께 일일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 했다. 또한 전화나 이메일로 미리 약속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 무작정 육탄돌격식으로 가서 관련 판사를 계속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결국 가장 상위조직인 주 법무부에 가서 법무부 장관을 가까스로 만나 설득작업을 했고, 2주 후에 다시 그를 찾아갔더니 자신의 자문관을 만나라고 한다. 자문관을 찾아가니 그제서야 서면 신청서를 여권 및 기자증 사본과 함께 제출하라고 한다.
그래서 법무부 인근 문서작성만 되는 PC방에 가서 문서를 작성하고, 여러 사본을 제출하러 다시 자문관에게 가니, 오후 1시임에도 불구, 벌써 퇴근해버렸다.
그래도 나는 ‘도 닦는 심정으로’ 며칠동안 자문관에게 계속 찾아가 부탁을 했고, 그가 작성한 최종서류가 장관 책상위로 올라오기 까지 거의 3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바로 주의해야할 점! 한국처럼 일이 조속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로 윗돈을 얹어주면 안된다. 대가성 현금으로 그들의 관료주의적 서비스를 사는 행위는 결국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오는 선량한 기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나 한명 편하자고 현지인들에게 돈을 주기 시작하면, 그들이 다음에 다른 기자들에게도 돈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또다른 한국인 기자도 피해를 입게된다. 선의의 취재경쟁 및 보도활동에 먹칠을 하게되는 것 뿐아니라 언론인의 윤리강령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나름대로 “인샤알라 (알라신의 뜻)”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일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다. 잘 안된다고 해도 이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면 아프리카라해도 될 일은 되기 마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