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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대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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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 종암 1988년 02월 72호
시비가 엇갈린 많은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제6공화국에게 수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것은 당사자도 좋고 남도 좋다고 인정하는 평범한 정치를 해 달라는 것뿐이다. 지난 역사 속에서 정치인들에 대하여 국민들은 신뢰감보다는 불신의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실을 염두에 두고 제6공화국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선거 전에 국민들에게 약속한 일들을 하나하나 착실히 실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한 표를 준 자나 주지 않은 자나 모두들 새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껏 알게 모르게 언론의 매체를 탄압해 왔던 정책을 모두 풀어내는 일로써 모든 민중에게 이익을 주는 길을 내디딤으로써, 청사에 길이 남을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국민의 아픈 곳과 가려운 데를 알 수 있는 길은 ‘언론의 자유’ 속에 있기 때문이다. 비판받기를 두려워하는 정치 지도자는 시민사회화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의 올바른 지도자상이 아닐 것이다.
국가란 틀 속에는 삶의 다양한 형태들이 공존하는데, 그것을 크게 집약시키면, 통치자(관료인들), 방어자(外 군인內 경찰), 민중(일반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민중은 상, 중,하의 계급 체제로 다시 세분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지금껏 국가 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나라를 다스려온 지난날의 정치사에서는 선량한 하층민들을 동원하여 갖은 방법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착취를 해 왔는가 하면, 단 일회적 삶인 인간의 생명마저도 권력자와 자본가와 식자층에 있는 자들이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한낱 미물의 생명 다루듯이 다뤄 왔던 일들을 부인 못하리라.
제6공화국의 집권자들은 지난날의 일들을 거울 삼아서 소수자인관료, 자본가, 상류층에 주체를 두지말고, 궂은일을 불평없이 해내고 있는 하층민들을 ‘주체자’ 로 삼이야 할 것이다. 민중을 이루고 있는 상•중•하층민들을 집에 비유하면 하층민은 지반과 주춧돌에 해당된다. 이 하층민이 없으면 기둥인 중산층과 지붕인 상류층은 존재할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가 나온다. 이렇듯이 사회의 구성에서 하층민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막중한 임무를 묵묵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하층민을 주체자로 삼을 충분한 까닭이 있다.

제6공화국의 집권자들은 불교의 ‘지장보살님’과 같은 대자비 보살들이 되어 하층민들을 돌봐주기 바랍니다. 또한 전체 민중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관자재보살님’처럼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실천적 자비관을 지녀 주시기를 바랍니다.

건국 이래로 그동안의 짧지 않은 근대 정치사가 참되게 민중을 위한 정치를 베풀지 못하고 많은 허물만을 남기고만 것은 모든 것이 백지인 무정부상태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이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사십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을 먹으며 그 연륜이 깊어진 만큼, 모든 것에서 제자리를 잡고 한국과 한국인 전체가 진정한 풍요로움을 누리게 하는 것을 급선무의 정책 이데올로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항상 신흥 문물 앞에서 바람 부는 대로 쓰러지는 갈대와도 같이 행동하곤 하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가 주체가 되는 한국인의 정신 사장도 키워내야 될 것이다. 그러한 정신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주권 국가란 개념이 현실로서 살아나게 될 것이며, 그것은 또한 모든 종속 관계를 척결하는 데에 기폭제가 되리라고 본다.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전향하여 세계를 상대로 상업활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주권 확립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다. 과거 구한말의 개화기에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의 안일한 국가관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대외 종속 체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남과 북으로 나뉘어 동족끼리 총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 그런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와 이제 우리는 생활수준도 날로 향상되고 있고, 기성세대들의 자발적인 교육열로 전체 국민의 95 퍼센트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문화 국가가 된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그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실현시키기에 충분히 좋은 토양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수행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한 가지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향락주의에 빠질 시기는 아니라고 보이는데 대도시든 중소도시든 어디를 가든지 퇴폐적인 향락주의가 만연해 있는 점이다. 이러한 병폐는 하루 바삐 막아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현대인들은 15분마다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싫증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철저한 직업 근성을 갖고 또 그 일에 대해서 하늘에서 준 천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그 일에 혼신을 바칠 때에,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선과, 악이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나 다름없어지니, 각 종교에서 내세우는 이상향의 경지를 생활 속에서 스스로 체험하게 될 것을 수행자로서 자신있게 말해 주고 싶다. 그러므로 제6공화국에게 또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직업 복지국가를 이루어 달라는 젓이다. 그러면 이천년대에 가서는 세계의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사상의 흐름까지도 한국인이 주도하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사회를 앞으로 이끌고 나갈 지금의 30대, 40대 세대들은 6.25 전후 세대로 한결같이 조국 통일에 대한 강한 염원을 갖고 있다.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반공’이란 명제 아래 철저하게 봉쇄해 왔던 이데올로기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활짝 열어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된다”는 말처럼, 국민들이 자본주의 논리와 사회주의 논리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남, 북한의 사회 실상도 과감하게 개방시켜 서로 보여줌으로써 국민 개인이 그 장-단점을 비꼬고 볼 수 있게 한다면, 그 때에는 정말 순수 이성의 예지를 키워 대화로써 조국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좀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통일론을 열어 달라는 요청을 빼놓을 수가 없다.
또 우리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이른바 지역 감정이라는 문제가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 지역 감정은, 지역마다 다르게 발전한 언어적 뉘앙스에서 오는 의식의 차이 및 자연의 풍수 조건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가지 특성을 다양성이라는 긍정적인 면에서 이해함으로써 승화,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 그것을 위하여서는 먼저 현존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시켜 줄, 형평의 원칙에 입각한 정책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감정의 대립 문제는 지역 감정이 아니라 종교 사이의 대립에서 참으로 심각하게 존재한다. 몰지각한 성직자들이 그러한 종교간의 대립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음에야 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실제로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의 종교 분쟁은 사회의 핵폭탄과도 같은 위험성을 그 안에 지니고 있다. 제6공화국의 정권 담당자는 항상 중간자의 처지에서서 각 종교 집단을 동등한 시각으로 인정하고 동등한 자유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화합의 차원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최근에 있었던 제주도 관음사와 대각사의 고의적 방화 사건과 같이 또다른 대립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야 말 맹목적인 대립 감정이 일으키는 불상사가 다시는 이 땅에서 재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땅의 화이트칼라층이라고 하는 지성인들이 정부와 국가 통치자가 잘못하는 일이 드러나면 과거처럼 눈치만 보지 않고 과감하게 그를 꾸짖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할 수 있도록 관용의 덕을 베풀 것을 부탁하고 싶다. 큰 귀를 가진 만큼, 어떤 부정적인 의견이라도 백분 수용하여 주어서 신시 개천 이래로 처음 맞는 참된 정치의 르네상스를 마침내 이루고, 그리하여서 이천년대에는 세계인들이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가게 되는 일등 국민의 통치이념을 베풀어 달라는 요청은 결코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을 하달하는 식의 정치가 아닌, 아래의 뜻을 위에서 수렴하는 상향 정치의 의지가, 그것을 위해서는, 새롭게 다져져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는 민(民)이 주인이다. 이것은 정부의 상향 정치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인 한편, 또한 민중들이 국가가 어떻게 해주려니 하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스스로 자율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민중은 자신의 개인적 주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폄으로써 이제까지 통치자와 자본가와 화이트칼라층이 독점해 오던 뭇 혜택을 고르게 나누어 받아야 할 것이며, 제6공화국 정부는 그를 위해 항상 계층간의 냉철한 중간자가 되어서 쌍방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중재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제6공화국 정부는 출범 첫해에 세계 올림픽이라는 큰 일을 떠맡게 되었다. 세계적인 대잔치를 행사 면에서도 성공적으로 치뤄내야 함은 물론이요, 이번 대제전이 세계의 황 ‘ 백 ‘흑의 모든 인류들이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손에 손을 맞잡고 강강수월래를 외쳐대는 개막 축제의 함성소리에는 반세기 동안 쇠그물의 철색선으로 꽁꽁 묶여 있던 한반도가 함께 목청을 돋우어 내는 소리가 한충 더 흥겹게 퍼지기를 기원한다.
엇몰이, 회몰이의 흥겨운 가락에 맞춰 남남 북녀들이 한데 어우러져, 남원 땅의 춘향전과 대동강 모란봉가를 적셨던 이 수일과 심 순애의 애틋한 순애보의 신파극을 한바탕 놀아보자꾸나.
시월 상달에는, 한라산의 백록담 물을 길어올리고 백두산의 천지연 물을 길어내려서 저 압록강변 금빛 백사장에 제단을 차려놓고,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에 사는 우리 백의민족 자손들은 남남북녀끼리 손에 손을 맞잡고서 반 세기 동안 맺힌 한을 씻어버리고 저 중원 대륙 장백산 신단수 그늘 아래서 조국의 온전한 번영을 염원하고 계신 단군님께 제사를 드려 반세기 동안 자손노릇 제대로 못한 잘못을 빌자꾸나.

제6공화국 정부 수립과 88올림픽 제전으로 안과 밖으로 풍성한 국운을 맞이한 이 때에, 가일층 국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대립과 불신으로 얼룩진 지나간 민족의 수치를 말끔히 씻어내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이천년대를 향하여 정부와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합심하여 총매진해 나갈 것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