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의 신뢰도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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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11년 03월 349호
종교가 다시 언론과 사회의 이슈가 되었다. 몇 해 전 동국대학교 교수 채용과 관련해 허위 학력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냄비 물 끓듯 요란스러웠다. 여러 유명인의 허위학력이 드러났으며, 능력을 중시하기보다는 학연이 출세를 가르는 상황의 심각성이 지적되었다. 이때 한 언론은 ‘속(俗)이 성(聖)을 걱정한다’는 제목으로 종교계의 자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종교가 사회의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부정적인 사안인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언론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면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쟁과 여론재판이 벌어진다. 이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성역’이랄 수 있는 종교, 더 정확히 특정의 종교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종교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이슬람채권(수쿠크) 수익에 대해 면세한다는 관련법 제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에 맞게 발행한 채권인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를 받지 않는 것이 독특하다. 특정 사업에 투자하고 그 사업수익을 나중에 이자가 아닌 일정한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형식을 취한다.따라서 이자수익이 아니므로 면세한다는 내용으로 법을 제정해 이슬람 자금의 투자 유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데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있기도 전에 개신교 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독교가 망한다” “법을 통과시키면 찬성한 의원들을 내년 4월 총선에서 낙선시키겠다”는 거친 말들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쏟아졌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작 수쿠크의 독특한 문화를 우리나라에서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논쟁은 사라지고, 개신교의 권력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개신교측이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의원들의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대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언동\"이라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수쿠크법 제정에 대한 개신교계의 거친 반발을 보며,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기독교실천운동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가 떠올랐다. 종교가 사회 전반적인 상황을 살피기보다는 자기 종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심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신뢰도를 각 종교별로 보면, 가톨릭이 41.4%로 가장 높았다. 불교는 33.5%, 개신교는 20.0%였다. 여기에서 어느 종교가 높으니, 낮네 하고 따질 일이 아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살펴야 한다. 신뢰도와 함께 호감도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가톨릭 35.5%, 불교 32.5%, 개신교 22.4%로 나타났다. 열 명 중에 서너 명만이 한국의 종교를 신뢰하고 호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2008년의 같은 조사외 비교해보면 가톨릭에 대한 호감도가 5.7%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는데, 가장 호감을 가지고 있는 종교는 불교가 31.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가톨릭 29.8%, 개신교 20.6%, 없음 15.0%, 유교 2.5%, 기타종교(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등) 0.6% 순이었다.
이런 결과는 충격적이다. 종교간의 순위가 바뀌었을 뿐 신뢰도와 호감도는 향상되지 않고 있다. 종교(宗敎)는 말 그대로 ‘으뜸의 가르침’이며, 종교단체와 종교인은 사랑, 자비, 평화, 화합, 배려 등 그 종교가 가르치는 가치만으로도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다. 이런 결과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종교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도 조사 결과를 전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왜 신뢰도가 낮으며, 어떻게 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종교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국민들도 언론에 대해 신뢰 회복을 위한 대안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다. 언론이나 우리 사회가 종교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일까?
종교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해 12월 나온 <한국종교를 컨설팅하다>는 제목이다. 2010년 5~6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주최한 ‘종교대화콜로키움’이 여섯 차례에 걸쳐 열렸으며, 한국 종교 전반 및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연구자들이 참여해 오늘의 한국 종교가 초심에서 멀어져 갈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과 조화하지 못한 채 사회와 불화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의식을 구체화시켜 이들 종단이 종교 본연의 자리를 찾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발표 및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이 책은 그 발표와 토론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종교에 대한 비판은 종종 있어왔으나 그리 활발하지 않았으며, 특히 특정 사안에 대해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지속성을 띠지 못했다.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해온 탓이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비판적 글이나 주장은 종교 내지 종단에 대한 관심과 애저이 없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저 종교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이번 콜로키움과 책으로 인해 한국의 종교적 현실이 건강하게 폭로될 수 있었고, 진정한 의미에서 상호 이해의 첫 걸음을 떼었다고 생각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은 ‘한국불교, 문제와 발전방향’에서 한국불교의 문제를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업화․세속화․대형화 추세 △교단 내 비구-비구니, 승가-재가 차별 구조 △붓다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일의 횡행 △이웃종교와의 갈등 △세상의 아픔 외면 등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의 말씀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나는 불교 신도 수를 늘리는 것엔 관심이 없다. 다만 다양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 또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할 뿐이다.”
최준식 종교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한국 종교, 어디까지 왔나?’라는 글을 통해 “한국 종교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답은 희망적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보다 분명 이지(理智)가 앞서고 이해타산에 대단히 밝기 때문에 현재 한국 종교가 벌이고 있는 부조리한 작태를 감내하면서까지 종교시설을 출입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한국 종교가 한국 사회의 변화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간판을 내리든가 아니면 세가 사정없이 졸아드는 장면을 뜻하지 않게 이른 어느 날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73-74쪽)
조계종은 지난 1월부터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 총무원장)가 주최하는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2월 23일에는 ‘한국불교 교단과 국가’를 주제로 열었다. 전 총무원 총무부장 원택스님이 발제하고,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총무부장 영담스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조계종은 매월 한 차례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의제를 정해놓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가운데 종단 운영 방향을 사부대중이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토론 주제는 불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내용이어서 사회적인 관심도 높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종교가 자기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나아갈 길을 찾는 열린 마당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화자찬 같아 저어되지만, 조계종이 지금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