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투르크메니스탄의 우민화 정책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1년 03월 349호
지난달 ‘중앙 아시아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그리고 지금은 사망했지만 한때 절대권력을 누리고 신격화됐던 전 대통령 니야조프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니야조프는 생전에 취향이 꽤 독특해 국민들을 통치하는 데 있어 탈레반 저리가라 할 정도의 갖가지 흥미로운 정책을 펼치기도 했으며, 국민들은 이에 따라야 했다.
첫째, 투르크멘인들은 노래를 부를 때 립싱크를 하지 못했다. 립싱크를 못하는 것 뿐아니라 우리처럼 MR, 즉 음악 프로그램에서 미리 녹음된 반주를 따라부르는 것도 금지했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공연뿐 아니라 주민들의 결혼식에도 온통 라이브 음악으로만 연주하게 했다.
둘째, 니야조프는 수도인 아슈하바드에서 개를 키우지 못하게 했다. 개 냄새가 싫어서라고 한다.
세째, 운전석이 왼쪽으로 된 수입차는 운전하지 못하게 했다.
넷째, 니야조프 본인이 심장수술을 받은 뒤, 온 국민들에게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했으며, 토마코를 씹는 행위도 금지했다.
다섯째, 남자들은 장발을 하거나 수염을 길게 기르지 못하게 했다. 투르크멘 전통 중 하나가 남자들이 긴 수염을 기르는 것이었다면, 이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마치 구한말 단발령을 연상케 하지만 목숨을 건 반발은 없었다.
여섯째, 투르크멘 방송에 나오는 모든 여자 앵커들과 리포터들은 화장을 못하게 했다.
일곱째, 니야조프는 구소련 시절 유행하던 투르크멘인들의 ‘금니’를 못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 있는 데, 우민화 정책이었다. 이 우민화 정책은 남학생들의 군대 징집연령과 관련이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 남학생들은 만 17세면 고등교육을 끝내고 18세면 군대로 징집된다. 우리식으로 치면 고등학교는 2학년까지만 하고 3학년때부터 군대에 가는 것이다.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들의 교육년도를 줄이면서까지 교육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을까? 우리로썬 상상도 못할 일이다.
사실 니야조프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교육을 받아 똑똑해 질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장기집권하면서 암살 위험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정적들은 모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고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그 수많은 가스와 석유 수입이 있음에도 불구, 대부분의 국민들이 천 년 전과 같은 기본적 생활을 하고 있다. 굳이 더 잘 살 이유도, 체제를 전복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
어제 기사를 읽어보니 북한에서 난쟁이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고, 키가 작은 장애인들에게 불임 주사를 놓는다는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나치 독일도 유대인 뿐 아니라 흑인, 집시, 장애인도 함께 포로수용소에 가두었었다고 한다. 거의 100년전 일이 21세기인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북한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인권에 대해 아예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남자들은 군대를 10년간 복무한다고 하니, 이도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