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바라보며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승려시인 창작시 - 돈연 1988년 01월 71호
저문 들녘으로
사라지는 시간들은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슬픔의 자랑

무거운 신음을 껴안은 채
도시로 밀려드는
가난한 사람들의 욕망과 바람

그리하여
휴전선의 젊은 병사가 겨누고 있는
싸늘한 총부리로 해가 진다.

아-아 찢긴
자유와 사랑과 분노의 생명들이
제왕절개 직전의 포만을 참고
찍어 댄 천이백만의 주권 의지


고장난 척추
폭력과 비굴의 공존선(共存線)
밤마다 쓸어가는 바닷가의 서치라이트,
거기를 기어오르는 북쪽 병사처럼
훈수 없는 장기를 두지도 못하는
너와 내가 이토록 처참해야 하느냐.

마을회관, 구두표, 양복권, 봉투, 시계
욕정에 눈 뒤집혀
썩어 문드러진 한밤의 분탕질,

아-아
우리는 내일을 위하여
범법자도 되지 못하는 처참한 자기 소멸,

주춤거리는 우리의 발길 아래
공산과 민주가 대립의 뿌리를
깊게 깊게 내리고 있다.

1987년 12월 I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