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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로 업장을 녹인 승혜 선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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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2011년 03월 349호
‘수행의 고향’ 문경 봉암사에는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이 있다. 공양만큼은 스님들이 장작을 때어 가마솥에 직접 짓는 것이다. 공양주 소임은 100명이 넘는 대중들의 공양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경험도 있고 신심이 있어야 되어 늘 스님들의 자원을 받아 소임자를 정한다. 이 공양주 소임자가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때가 있다. 점심공양을 마칠 때 공양주는 가마솥 누룽지를 긁어서 마루에 내놓는다. 그러면 공양을 마친 대중들이 누룽지 맞을 보기위해 너도 나도 공양간 앞으로 모인다. 이때의 인기가 최고다.

한해 여름 산철의 일이다.
아침공양 후 포행을 가는데 도반스님이 후원에서 누룽지 한 움큼을 얻어온 것이다.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봉암사 계곡 다리위에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도반스님이 먹던 누룽지를 잘게 씹어서 다리 및 계곡에 떨어뜨려 주는 것이 아닌가.
왜 누룽지를 계곡에 떨어뜨리냐고 물었더니 출가 전에 물고기를 좋아해서 많이 먹었더니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이와 잇몸이 부실해지고, 그래서 그 원인을 살펴보니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어서 그런 것 같아 그 업장을 녹이려고 물고기에게 누룽지를 씹어서 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생에는 튼튼한 이빨로 태어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런지 다리 밑에는 자지잔 토종 물고기들이 스님이 떨어뜨린 누룽지를 먹기 위해 몰려들어 만찬을 벌이고 있었다. 현생에 업장을 녹여 내생을 밝힌다니 역시 스님다운 발상이다.

그나저나 이빨이 부실하다는 스님이 딱딱한 누룽지를 어찌 그리 곱게 으깨는지 이제와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