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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 아래의 일척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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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11년 03월 349호
2010 동안거 해제일에 살인도혜殺人刀兮여 활인검혜活人劍兮여
안관동남眼觀東南하되 의재서북意在西北이로다
사람을 죽이는 칼이여! 사람을 살리는 칼이여!
눈은 동남쪽을 바라보나 뜻은 서북편에 있도다.

조주 선사에게 한 납자가 찾아왔습니다.
“어디에서 오는가?”
“설봉 선사의 회상에서 옵니다.”
“선사께서는 어떤 법문을 하시던가?”
“선사께서 ‘시방세계전체가 모두 실상을 꿰뚫어보는 납자의 일척안一隻眼인데, 이 자리에 있는 대중들은 어디에 똥을 누겠는가?’라고 하십디다.”
이 말을 듣고서 조주 선사께서 말씀했습니다.
“자네가 다시 그 회상으로 갈 때에는 설봉 스님에게 드릴 삽 한 자루를 들려서 보내겠다.”

조주 선사는 북쪽인 산동성 하북성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설봉 선사는 강남인 복건성을 무대로 독특한 종풍을 고취시켰습니다. 동시대를 살면서 강북과 강남의 확연한 가풍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각기 수많은 납자를 제접했던 대종장들입니다. 이 화두는 두 선지식이 직접 나눈 법거량은 아니지만 양쪽을 오가는 납자를 통해 두 선사의 안목을 짐작케 해줍니다.

설봉 선사께서는 ‘온천지가 납자의 일척안’이라고 했습니다. 일척안은 정문안頂門眼이라고도 부릅니다. 제대로 된 공부인으로서 안목을 갖추고 있는 것을 선종집안에서는 ‘정문유안頂門有眼’즉 ‘정수리에도 눈이 있다’고 했던 것입니다. 부처님의 양 미간사이에 있는 광명안光明眼이 바로 일척안입니다. 이런 눈을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정법안장正法眼藏인 것입니다. 임제문하에서 이 정법안장을 갖추려면 모름지기 화두를 타파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본분납자가 일척안을 갖추었을 때 그 안광은 사방팔방을 비추기 마련입니다. 바른 안목을 얻었을 때 비로소 공안公案과 법문의 제대로 된 낙처落處를 알게되는 것입니다.

근대의 선지식인 효봉선사는 일척안을 갖춘 후학을 찾기위해 늘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법문할 때마다 뭔가 한 마디씩 대중들에게 던지기를 다반사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중 가운데 일척안을 갖춘 이가 있으면 확실한 증처證處로 대답해라. 절대로 장난삼아 함부로 대답하지 말라.”
격외도리를 참구하는 납자들은 모자라는 부분은 오히려 조금 덜어내고 남아도는 부분은 오히려 조금 덧붙여줍니다. 어째서 모자라는 부분을 다시 또 덜어내고 남아도는 부분에는 더욱 덧붙이는지 그 도리는 일척안을 갖출 때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일척안을 가진 납자가 본다면 티끌 한 개가 날리면 온 하늘이 가려짐을 압니다. 그리고 겨자씨 한 개가 떨어지면 대지전체를 덮는 것도 알아차립니다. 뿐만 아니라 꽃 한송이가 피면 부처님이 나타나신 줄 알고 잎새하나가 떨어지면 천하에 가을이 온줄을 압니다. 제대로 안목을 갖춘 이가 바라보면 낱낱의 사물마다 낱낱의 존재마다 분명하고 뚜렷함으로 그 자리에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현상에는 갖가지 차별이 있지만 이치는 하나의 법도로 귀착됨도 알고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사방으로 통하는 눈을 가진 뛰어난 종사라야 비로소 이를 제대로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꿰뚫지 못한 자는 반드시 알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미 궤뚫은 사람은 반드시 꿰뚫지 못한 자와 함께 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알고서 보면 대지전체가 본분납자의 일척안인데 특별히 누구에게 알도록 해야할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실을 구현한 근본도리의 경지는 한 점의 티끌에도 물들지 않는 것인데, 가기는 도대체 어느 곳으로 간다는 말입니까? 그런 까닭에 이 산승은 남들이 머무는 곳에 절대로 머물지 않을 것이며, 남들이 가는 곳이라면 절대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남들과 함께 머무는 것이 어렵다거나 귀찮게 여겨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설봉 선사의 ‘시방세계 전체가 모두 실상을 꿰뚫어보는 납자의 일척안一隻眼인데, 이 자리에 있는 대중들은 어디에 똥을 누겠는가?’라고 하는 물음에 대하여 조주 선사는 ‘설봉에게 삽 한 자루를 보내야겠다’고 했습니다.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된 안목을 지닌 답변이 나올 때까지 해제 시 만행할 때에도 이 화두를 반드시 참구하면서 행각을 해주기 바랍니다.

단산생봉황丹山生鳳凰하고 사자산준예獅子産俊猊로다
방하일척안棒下一隻眼이여 도과제일기徒誇第一機니라
단산에는 봉황새가 나고 사자는 무서운 새끼를 낳는 도다.
몽둥이 아래의 일척안이여! 부질없이 제일의 기봉을 자랑하는구나.

2555(2011) 동안거해제일 도림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