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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간御間이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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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 해인지 편집장 2011년 02월 348호
절집의 공양간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스님, 신도, 탐방객 등 많은 사람들이 후원공양을 하며 수행과 생활의 양식으로 삼는다.
해인사 공양간은 언제나 스님과 신도가 북적이기 때문에 공양하는 자리를 분류하여 배정해놓았다.
공양간 맨 위 선원스님부터, 강원, 율원, 객스님, 신도 등 소속된 위치에서 공양을 할 수 있다.
그중 공양간 입구 테이블은 어간御間석이다. 사중 노스님, 주지스님을 비롯한 종무소 소임자스님들이 공양을 하는 자리이다.
간혹 해인사를 찾는 객스님이나 외부에서 오신 스님들은 어디에 않아 먹을지 두리번거리다 이곳 어간석에 앉아 공양을 드실 때가 많다. 이럴 때 행자들이 객스님들의 자리를 안내해준다. 행자들은 간혹 안내할 타이밍을 놓쳐 이미 어간석에 앉아 공양을 시작한 스님은 그냥 공양하게끔 둔다. 이미 숟가락 들었는데 옮기라고 하면 그것역시 여간 실례가 아니다.

한해는 해인사에 큰 행사가 있었다. 종단의 많은 어른스님들이 해인사를 찾았고 공양시간이 되어 후원으로 밀려들었다.
마침 갓 출가한 초심 행자가 바짝 언 자세로 안내소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중 어간석에 처음 보는 낮선 스님이 앉아서 공양하는 것이 아닌가.
경력이 붙은 행자라면 오늘 큰 행사니까 외부에서 오신 어른스님이겠지 하며 넘어가는데 이제 갓 출가한 행자는 융통성이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행자가 스님에게 다가가서 한 말씀 드렸다.
“스님, 여기는 어간석입니다.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공양하던 스님은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공양을 이어갔다.
행자가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
“스님, 여기는 어간석입니다.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하니 어간석에 앉아있던 스님들이 한두분씩 웃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이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행자에게 한 말씀 하셨다.
“내가 어간이다. 이눔아!”
그 한마디에 행자는 기가 죽어 그만 후원으로 들어왔다.
공양하던 스님은 총무원의 부장급 스님이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그러나 초심행자의 재미있는 실수로 여기고 스님들은 웃어 넘겼다.
어쨌든 이 행자는 소임에 충실했을 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