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는 해인사에 큰 행사가 있었다. 종단의 많은 어른스님들이 해인사를 찾았고 공양시간이 되어 후원으로 밀려들었다.
마침 갓 출가한 초심 행자가 바짝 언 자세로 안내소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중 어간석에 처음 보는 낮선 스님이 앉아서 공양하는 것이 아닌가.
경력이 붙은 행자라면 오늘 큰 행사니까 외부에서 오신 어른스님이겠지 하며 넘어가는데 이제 갓 출가한 행자는 융통성이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행자가 스님에게 다가가서 한 말씀 드렸다.
“스님, 여기는 어간석입니다.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공양하던 스님은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공양을 이어갔다.
행자가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
“스님, 여기는 어간석입니다.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하니 어간석에 앉아있던 스님들이 한두분씩 웃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이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행자에게 한 말씀 하셨다.
“내가 어간이다. 이눔아!”
그 한마디에 행자는 기가 죽어 그만 후원으로 들어왔다.
공양하던 스님은 총무원의 부장급 스님이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그러나 초심행자의 재미있는 실수로 여기고 스님들은 웃어 넘겼다.
어쨌든 이 행자는 소임에 충실했을 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