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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학생들과의 귀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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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0년 12월 346호
올해 가장 놀라왔던 일 중 한가지는 지난 8월말 받은 이메일 한통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온 이메일에는 대구의 한 중학생이라고 밝힌 독자로부터 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름을 깜빡잊고 밝히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본인을 “대구 도원 중학교 3학년 이혜진”이라고 소개했는 데, 이메일 내용이 중학생이 쓴 것치고는 너무 성숙했었다. 그녀의 사연은 이러했다.

늦깍이인 중학교 2학년때까지만 해도 저는 꿈을 찾지 못한 채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과학자를 꿈꾸다가 저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깨달은 뒤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저는 정은진 기자님의 \'내 이름은 눈물입니다\'를 읽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지금도 그렇지만-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빈곤, 기아, 질병만을 떠올렸던 미숙한 저에게 아프리카 여성들이 겪는 성폭행의 아픔을 가르쳐 주어, 세계를 편협하게 보았던 저의 시선을 한층 넓혀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이 자신은 저널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으며, 자신이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직업임을 알게됐으며, 드디어 꿈을 갖게 됐다고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중학교 2학년이 늦깍이? 이 학생이 중학생이 맞나? 과연 내 책을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 진짜 중학생이 맞다면, 이 책을 읽을 정도라면, 아프간에서 폭탄테러를 무릅쓰면서 그야말로 “목숨걸고” 학교를 가는 또래 친구들의 얘기를 해줄수도 있지 않을까?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학생에게 책을 추천했던 선생님을 소개시켜달라고 했고, 이미 다른 학교로 전근가셨지만, 그 선생님은 이 양이 다니는 도원중에 연락, 대구에서의 저자 강연회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도원 중만이 아니었다. 점차 칠곡 중, 북동 중, 능인중에서도 연락이 왔다. 이혜진양의 이메일 한통으로 대구의 다른 수천명의 학생들도 아프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갖게 된 것이었다.
나는 10월말 이들 학교의 축제기간 방문,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이혜진양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 어떤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참석했으며, 다른 학교에서는 약 100명이 시청각실에,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비디오로 강연을 지켜봤다. 약간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 특유의 농담 (비록 썰렁 개그이긴 했지만…) 을 섞어가며 아이들에게 강연을 했고, 북동 중학교에서는 강연 도중 수 초간 (!) 아이들이 강연에 몰입했다라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강연 후에는 사인회도 가졌으며, 어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는 내용을 적어달라는 학생도 있었고, 또 어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귀여운 종이 장난감과 싸인펜을 내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 강연이 끝난 지도 벌써 한달이 됐다. 그 학생들이 내 강연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강연 내용이 아니었다. 한 학생의 진실된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보내려는 용기 덕분에 나는 대구에서 소중한 만남과 인연을 갖게 됐다. 그 만남과 인연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학생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의 희생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공부하기 싫고 학교가기 싫을 때, 목숨걸고 학교로 가 배움에 정진하던 아프간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을 기억하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