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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배우는 인생의 세 가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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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김이곤 2010년 12월 346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당구 처음 배울 땐 온 통 세상이 당구공의 삼각 방정식만 보이고, 자장면집 주인은 모든 돈이 자장면의 갯수로 환산된다더니, 나는 콘서트 제작을 오래 하다 보니 인생의 많은 면을 그것에서 발견하게 된다.

목소리 잘 내기와 프리젠테이션 잘 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의 해법도, 학생 잘 가르치는 방법 알려달라는 요구도 공연에서 답을 찾아 강의를 하곤 한다. 요즘은 스님들 만나서 강단에 서는 재미가 쏠쏠하고 스님들께 오히려 많은 배움을 얻어 좋다. 공연에서는 정말 많은 해답들을 알려준다.

공감의 대상에 대한 최선의 노력
탄탄한 시나리오, 철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 그리고 감성을 울리는 방법을 총 동원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나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들은 모두 공연의 해법을 적용하면 속된 말로 아주 “딱” 이다.

어떤 이가 아름다운 여성에게 반하여 사랑 고백을 말로도 해보고, 편지로도 써 보았음에도 결과가 안 좋자, 결국에 거리의 악사를 데리고 그녀의 집 앞 테라스에서 노래를 부르니 그녀의 창문이 열렸더라… 는 세레나데(밤의 노래)가 알려 주 듯 공연은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최고의 표현 방법이다.

실제로 삼총사라는 소설로 유명한 뒤마의 서자가 고급창녀를 사랑했고 그녀가 죽자 그녀의 순결함을 알리려, 동백꽃 처녀라는 소설을 썼고, 그 소설에 동감한 어느 연극제작자가 연극으로 만들었고, 그 연극을 보러 온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는 자신의 상황에 공감하여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만들고, 결국 20세기에 들어서 어느 영화 제작자가 다시 이 내용에 공감하여 영화 귀여운 여인을 만든 것을 보면 오페라나 영화는 의사전달의 극점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공연이라는 종합 장르가 표현의 극점에 있다는 것은 그 상대방 즉 관객에 대한 무한한 정성과 사랑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철저한 시나리오와 연출, 끝없는 연습, 무대 장치, 조명, 음향, 특수 효과까지… 한마디로 동원할 건 다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무대인은 관객을 하나의 객체로서 지상에서 최고로 사랑하는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위에 열거한 것들을 다 갖추고 준비하고 그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이려고, 혹은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 쏟는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노래 가사처럼 많은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의 허탈감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대를 은퇴한 후에도 무대에서의 최고의 사랑과 공감의 장소를 잊지 못해 컴백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TV의 연예가 소식을 보면 많은 연예인들의 복귀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왜 그들이 다시 복귀하는가는 많은 관객 앞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만큼 강렬한 사랑과 공감과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사람과의 관계, 각자의 공간에서 최선의 준비
언젠가 공연을 마치고 지방에서 돌아올 때의 일이다. 딸 같은 나이의 아나운서 K양과 같은 차를 타고 오던 중 평소에 이런 저런 인생사를 나누던 사이라 그녀는 대뜸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연애를 하는 중인데 참 힘들다 라는 이야기…연애도 이리 힘든 데 결혼 생활은 오죽하겠냐며 걱정된다는 것이다.

나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을 조언을 해 달라니 난감했지만…어쩌랴? 일단 던지고 봤다. ‘공연처럼 사랑하라’고 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과 쫑긋한 귀를 보고 멈출 수가 없어 평소 생각을 이야기 해 줄 수 밖에….

공연처럼 하는 사랑이란? 음…공연은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수 없이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공연의 효과는 그대로 나타난다. 서로 최고의 것을 보여주려 애쓰고 칭찬하고 박수를 쳐 줄 뿐… 서로 깊숙이 개입하여 콩 나라, 팥 나라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고 모든 걸 공유하고 뒤섞이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사랑할수록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들이 필요하다. 생명처럼 사랑하는 관객을 대하듯 그렇게 연인을, 부부의 연을 지켜가야 한다”고 대답해 준다.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부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방을 꼭 써야 한다고… 하지만 부부도 각자를 객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각자에게 최고의 관객처럼 최고의 것을 보여주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각 자의 공간에서 준비할 수 있게 각 자의 공간과 시간을 줘야 한다고… 그래서…..돈 없어 결혼의 시작을 전세로 시작한다면 각 자의 방을 갖는 게 좋겠고 돈 좀 여유 있으면 901호, 902호 에서 살라고 했다. 옆 자리에 앉아서 듣고 있던 그녀의 고개가 끄덕였다. 맞긴 맞는 이야긴지 잘 모르겠다만, 그녀는 감동이란다.

자기 비하도 자만심도 아닌 중용의 미
얼마 전 공연에서는 조명이 인생의 균형감을 알려줬다. 콘서트 사회를 보는 나에게 너무 밝은 집중 조명을 비추니 관객의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관객과 눈 빛을 교환하며 호흡하고 싶어 조명을 줄여주고 대신 객석을 조명을 밝혀 달랬다. 그제서야 관객들이 어떤 반응이 있는 지 표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은 때론 주변 사람들을 안 보이게 하는 마약 같은 역할을 한다. 무대의 조명이 너무 어두우면 존재감을 상실한다. 조명은 꼭 무대에서 뿐 만 아니라 작게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는 그 어떤 집단에서도 누군가에게 집중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라도 한번쯤은….
하지만 그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절대 절명의 위기의 순간이다. 모든 조명이 나에게만 집중될 때가 다른 사람들이 안하무인 격으로 전혀 보이지 않을 때이니까. 적당히 다른 사람에게도 조명을 돌려 그들의 마음을 살필 줄 알 때 같이 더불어 사는 삶이 될 거라고 공연은 나를 꾸짖는다.
난 오늘도 콘서트 준비를 하며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