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에 스님 목소리 방송금지
대강에 대해 합의를 하고 추진을 하는데, 기독교방송이 빠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초 취지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터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차원에서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나쳤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처럼 늘 기자실에서 늘 만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 제작에서 빠지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당초 생각에서 크게 벗어났다. 기독교방송 기자가 회사 데스크에게 종교방송 3사간의 대화 프로그램을 건의했더니,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거절 이유가 궁금했다. 기독교 방송에 스님 목소리가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의외라는 생각을 넘어서 뭔가 벽에 부딪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기독교의 배타성은 들어도 봤지만, 방송까지 이렇구나 생각하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청취력이나 전파범위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특정 방송에 특정 종교인의 목소리가 나가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평화방송과의 아름다운 추억
결국 기독교방송이 빠지고 평화방송과 공동제작에 들어갔다. 어느 방송국에서 하든지 녹음장소도 편하게 하고, 섭외대상도 서로 협의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종교간 대화와 평화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분들로 결정해 가자고 합의했다. 제목만 종교간 평화이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실제 제작과정부터 종교간에 마음이 통하고, 서로 편안해야 내용도 제대로 만들어질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하다보니, 서로 방송국 스튜디오 사정도 얘기하게 되고, 데스크간의 차(茶)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출연하시는 분들도 기획취지가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 심지어, 어떤 잡지에서는 대담 내용을 풀 원고로 게재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당시 출연자 중에는 월주 스님을 비롯해서 공소사 청아 스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강원룡 목사님도 있었다. 또 가톨릭 대학 교수이자 신부님인 손희성 박사님과 홍창진 신부님, 그리고 이정재 목사님 등이 있었다. 평화방송과는 신부님과 스님 대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제작했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 제작을 두고 확대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방송사에 투영된 한국 종교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기독교방송 입장에서는 방송사 위상이나 역사, 전통, 그리고 전파범위 등을 봐서 불교나 평화방송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하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도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기독교 방송은 일반 지상파 방송 내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자부심이 클 것이다. 국내 최초 종교방송이자 민간방송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그리고 군사독재시절 어렵고 힘들 때 광고가 없는 가운데 민주방송의 고난을 겪은 경험은 국내 지상파 중에는 고귀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한때는 CBS가 Christian Broadcasting System이 아닌, Central Broadcasting System, 즉 중앙방송으로 사명을 바꾸고 지상파TV에 진출하려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CBS 출신이 80년대 방송 통폐합 당시 지상파로 옮기거나 신생 CATV로 진출하면서 대외 인적 네트워크도 적지 않다. 보도국만 보더라도, 종교사 가운데 인적 규모나 취재범위가 가장 많고 넓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종교방송의 본연의 사명을 볼 때는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전파력이 있다고 해서, 종교방송사의 본질이 더 강력해지고,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래 취지에 충실할 때 더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마 10년 전 새천년을 맞아서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을 불교방송이 아닌 기독교방송이 주도했다면 우리 사회에 보다 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방송사의 현실을 보면, 그 종교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불교는 타종교, 아니 이웃종교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다. 그래서인지,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에 거부감이 있거나, 배타성을 갖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천주교 역시 토착화 과정을 거친 때문인지 다종교 사회의 관용과 포용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기독교는 아닌 것 같다.
다종교 사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최근 봉은사 훼불사태를 보면서 기독교의 잘못된 선교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엄청난 말이 쏟아졌다. 불교인들은 일부 기독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대다수 목사와 개신교 신자들이 종교편향되어 있다. 심지어 명동성당 십자가를 훼손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자칫 종교갈등을 우려해 문제제기를 자제하도록 막았다는 말도 전했다.
현직 목사는 단언했다. 한국 기독교는 망해야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7년 7월 목사 2명이 죽고 21명이 43일간 억류사태를 빚은 아프간 선교인질사태와 이번 봉은사 사태와의 연계성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다만, 봉은사 훼불사태 주동자들과 주류 기독교와 분리 대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이번 사태의 주동자 행태를 보면 출애굽 이후 여호수와가 여리고성을 함락하는 것을 현실에 재연하는 것을 연상시킨다며, 본래 성경 가르침의 취지를 모르고 저지른 죄악이자, 방법론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독교가 급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병폐 가운데 대표사례라면서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보다는 미신(迷信)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런 행태의 잘못된 기독신앙은 대부분 신학대학에서 조차 공부를 하지 않은 무자격 목사이거나, 신도들도 교리보다는 인치적(人治的) 개별교회의 리더십에 복종하는 형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기총 등 연합단체의 해결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될 것이고, 개별교회에 대한 교단 지도력이 아예 없기 때문에 한국 기독교가 망하지 않으면 해결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한국 기독교는 일부 건전한 신앙인을 제외하고 하나님과 상관없는 상업집단에 불과하다고 통탄해 했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개인뿐 아니라 인류의 행복, 자비와 평화를 위해, 사랑의 실천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참회와 수행을 통해 참된 진리를 발견하고, 동시에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사는 길을 가는 것이다. 오늘의 이 현실에 닥친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선을 위한 본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