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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가수 장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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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템플 - 최현태 2010년 11월 345호
11월과 10월은 달력 한 장의 차이지만 벌써 한해가 다 간 듯해서 마음 한 편이 아려온다. 가을이 끝날 무렵, 숲이 색을 비우고 잎사귀를 떨구는 11월이면 그래서 또 가슴이 절절하다. 겨울의 초입, 비워지고 마른자리엔 침묵이 그럴듯하지만 가끔은 팡! 하고 터지는 샴페인처럼 가벼워지고 싶은 것이 또 우리네 마음인 것을 어쩌랴.이렇게 저렇게 휘둘려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당신에게 장윤정이 가볍게, 샤방샤방하게 올래~올래...하고 다가선다. 프로필 종교 난에 불자라고 당당히 밝힌 트로트가수 장윤정을 만나본다.
어여쁜 그녀, 줄자이신 부모님, 불자가수 장윤정
가을이 무르익어 절 마당까지 물든 강화도의 유서 깊은 도량 전등사에 산사음악회가 열리던 날, ‘언니!! 윤정님!! 한 번만 돌아봐요‘ 라며 꺄아악~~~소리 지르는 팬들과 경호원을 따돌리고(?) 전등사 다실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장윤정이 유명연예인, 그리고 스타임을 실감하는 것도 잠시, 사진 찍어 달라 부탁하며 카메라는 매니저 손에 쥐어주고 녹음기를 켜고 장윤장과 마주 앉았는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이 또한 말로만 듣던 연예인들의 살인적인 스케줄이려니 하며 상투적인 인사는 생략하고 이것저것 묻는데 “어머, 질문지까지 준비하셨어요?”하며 눈을 반짝거리며 무릎을 맞댄다. 아~~ 정말로 예쁘다. 불가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만남의 어려움을 두고 맹구부목盲龜浮木이라 했다. 백년에 한 번씩 바다위로 떠오르는 눈 먼 거북이 파도에 떠다니는 판자사이로 목을 집어넣는 것처럼 어렵고 귀한 일이다. 어렵사리 그녀를 만나고 보니 거북이가 판자를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처럼 공연에 쉴 틈 없는 장윤정에게 산사의 청정한 기운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사 사무실이나 방송국, 또는 카페가 아닌 천년고찰에서 만나고 보니 더 반가워요. 부처님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나요?
“어려서부터 대대로 불교집안이었어요. 대학 다닐 때 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용인의 와우정사에 다녔구요. 요즘에는 부모님께서 원주에 계시는데 가까운 곳에 천운사가 있어 가끔 가지요. 아! 또 있어요. 오늘처럼 이렇게 산사음악회에 초청되면서 여러 사찰에 갈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부처님을 찾아가요.”
불자가수 장윤정이 여러 사찰과 절집행사장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그런데 그녀의 뒤꼭지만 봐도 몰려드는 팬들과 스타에게 쏠리는 시선 때문에 부처님께 인사드리기는 과연 어떨까?
“아! 시선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데 좀 전에도 보셨잖아요.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니 사고날까봐 개인적인 참배가 어려운 것이 좀 그래요. 그렇지만 산사음악회에서 노래 부르고 불자님들을 만나는 것은 좋아요. 특히 종교시설인 산사에서 음악회를 통해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 아주 멋있어요.”
그렇다면 장윤정이 다니는 사찰의 산사음악회는 0순위 섭외에 1순위 출연 아닐까?
그런데 그건 아니란다. 유감스럽게도 그곳에서는 아직까지 산사음악회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문제 삼을 일이 없다. 축축 늘어지는 삶에 톡톡 튀어 오르는 그녀만의 리듬감으로 세상시름을 달래주니까.
<어머나>에서 <올래 올래>까지 신 트로트의 여왕
장윤정은 20대부터 80대까지 세대불문의 인기가수다. 트로트가 장년층의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고 그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면서 신 트로트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그녀.
-많은 후배가수들이 닮고 싶어 하는 가수 1위로 꼽힌다는데 지금 이 시간에도 스타를 꿈꾸며 혹독한 훈련을 마다않는 연습생, 또는 후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도움말이 있다면요?
“일단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되면 어떤 이유든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구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점이 한 번은 있어야 될 것 같애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그런 일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보라 말해주고 싶어요.”
-<어머나> 이후로 <짠짜라, 콩깍지, 이따이따요, 첫사랑, 장윤정트위스트>그리고 최근 곡<올래 올래>까지 내놓는 곡마다 히트하고 일본음반회사에서도 좋은 반응인데 굳이 일본진출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모든 일에 완벽해야하는 스타일인 것 같애요. 일어공부가 아직 덜 끝났고, 제 음악이 댄스나 발라드였다면 팝이라는 음악쟝르로 세계가 하나로 될 수 있는데 트로트는 우리 전통가요잖아요. 좀 더 신중해야 될 것 같아서요.”
그녀의 노래가 살랑살랑, 말랑말랑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무척 진중하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모습이 노련하면서도 깍듯한 예의바름에 짧은 시간이지만 인터뷰 내내 기분이 좋다. 아름다운 환대라고나 할까?
-노래공연이외에도 방송MC활동, 연기, 각종 CF모델까지 종횡무진입니다. 일을 즐기는 편인가요?
“가끔 그렇지 못할 때도 있어요. 피곤에 몸이 정신을 눌러버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다시 정신 차리고 힘을 내죠. 힘들어도 노래하고 팬들을 만나면 신기하게 또 힘이 나요. 무대 위의 가수는 다른 그 무엇보다 앵콜~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방송활동을 통해서는 MC역할로 이끈다기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낯가림이 심해서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하고 들어야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배워가요.”
인간관계...그렇다. 노래도 방송도 광고도 다 사람 사는 일이고 어우러지는 것일진대 혼자라는 느낌을 털어내고 함께하는 의식으로 끌어 올리면 모두가 조화로울 것 같다. 그것은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연기의 또 다름 아닐까? 또한 배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자신을 여는 일로 출발해서 삶의 온갖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삶의 너름새를 키워가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되며, 꿈과 현실을 동시에
-언제나 입담과 재치로 익숙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그래서 장윤정씨의 활동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싶기도 해요. 이제는 특별히 해보고 싶은 분야가 없을 것도 같은데 어떠세요?
“기회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자신 없는 분야는 배워가면서 도전하려고 해요. 특히 연기는 잠깐 했지만 불편했거든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구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라디오DJ에요. 가까이서 전화통화를 하는듯한 느낌으로 팬들과 호흡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애요.”
키는 훌쩍 크지만 가녀린 체구 어디에 그 많은 열정이 자리 잡고 있을까? 꿈과 현실은 별개가 아니라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되며 혹은 꿈과 현실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있는 한 장윤정은 그 모두를 가능케 할 것 같다.
-공식 펜 카페에 가봤어요. 윤정씨도 자주 들리는 것 같애요.
“그곳이 유일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라 자주 들어가서 글도 남기려 애쓰죠. 7,8년 되니까 이제 가수와 팬 사이가 아니라 가족 같애요.”
친절한 윤정씨. 그녀의 공식 팬 카페 레모네이드에는 그녀의 답글 뿐 아니라 방송스케줄과 공연날짜를 비롯한 온갖 소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광고계가 원하는 시너지 파워가 뭔지를 아는 광고계의 블루칩이라고 하죠? 여자 연예인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화장품광고도 찍었구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한 일이죠. 광고는 이미지로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광고할 때마다 감사합니다.”
1999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도 전 국민의 애창곡이었던 <어머나>가 히트하기까지 오랜 침체기를 지나는 동안 부모님의 힘이 도움이 되었지만 불법의 인연을 믿으며 자기 자신을 믿었던 장윤정. 촬영과 인터뷰로 주어진 시간은 마하의 속도로 지나버리고 나는 전등사 산사음악회 마지막 순서로 그녀를 이렇게 소개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도량은 뭐라 말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사랑이 깊어질지 이별이 잦아질지 알 수 없는 이 아름다운 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가수 트로트의 여왕 장윤정씨가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기쁨은 달려들고 행복은 스며든다더니 치열한 일상에서 날카로워졌던 마음들이 그녀의 노래로 편안해지며 가을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