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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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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2010년 11월 345호
2001년 원주소임을 볼 때 일이다.
선원이 있기 때문에 식당에서 봉사를 하며 스님들을 시봉하는 보살들이 많았다.
부처님시대 수자타가 수행자들을 시봉했던 것처럼.

한해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국내로 들어와 후원에서 스님 시봉을 하며 공양주를 자청한 보살님이 있었다.
화가로서 그림도 그리며 제법 넉넉한 생활을 하던 분인데 잘 아는 스님이 절에서 봉사하면서 마음좀 닦으라는 말에 단숨에 후원일을 자청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보살이 나이는 50가량 됐는데 아가씨에다가 소위 집에서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은 보살이었다. 그래서 부쳐준 별명이 공양주의 ‘양’자를 뺀 공주님이었다.
하나하나 배운다는 마음으로 공양주소임을 보면서 부처님께 마지를 올리며 정진하는 스님들 공양을 지어드리라 하여 공양주 소임을 맡겼다.
공양주소임은 밥을 일단 앉혀노으면 시간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채공보살(반찬담당)을 도와 국이며 찌개, 반찬들을 만드는데 보조역할도 하였다.

한해 여름, 하안거 해제를 하고 후원보살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가다보니 이 공주님 혼자 남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당연히 밥과 반찬을 혼자 지어야 했다. 어지간히 고민을 하며 신경을 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해제하고 스님들도 많이 없으니 있는 밥에 간단한 찬만 준비해도 되요.”
“스님, 그래도 그렇지, 준비하는 사람은 굉장히 신경이 쓰여요. 오늘 저녁은 뭐로 할까요?” “자신 있는 것으로 준비하세요. 스님들이 언제 반찬투정 합디까???”
공주님이 한참을 고민하였다.
“스님, 제가 가끔 혼자 있을 때 해먹었던 건데 내도될까?”
“걱정 말고 할수있는 반찬 내세요. 스님들 반찬가지고 뭐라 안합니다.”

저녁시간이 돼서 스님들이 후원에 모여 앉았다. 차려진 상엔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국과 찌게가 올라와 있었다.
‘김국과 토마토 찌개’
먹는 내내 스님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저 맹물에 김가루 풀어 놓은 듯한 김국과 삶은 토마토찌게를 말없이 먹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반찬이냐고 투정하면서….

10년이지나 서울에 웰빙식당이라고 하는 데를 간적이 있다. 웰빙이다 보니 모두 채식 반찬이었다. 그런데 이 식당에서 낯익은 메뉴를 발견하게 되었다.
‘김국과 토마토 된장찌개’
10년 전 절에 있었던 노처녀 공주님이 그때 이미 10년을 앞서 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