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달랐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행정안전부가 곧바로 인사감사를 벌였고, 의혹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뒤이어 여러 건의 특채 의혹이 불거졌다.
유 장관 딸 특채 사건으로 장관이 도중하차한 것을 두고 정치적 제스처로 평가절하 하는가 하면, 여권의 일각에서는 “여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비판 반 우려 반의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정치적 입지에 따라 호오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장삼이사는 어느 장단에 어깨를 들썩여야할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이름의 정부 기관이 있다. 공정거래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이다. 위원장이 장관급이니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기관이다. ‘공정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들춰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규제하는 법률인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월한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이 필요한 것은 이해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첨예한 각축을 벌이는데, 이를 제어할 규칙이 없다거나 규칙이 느슨할 경우 한 사회가 만인투쟁의 난장판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라는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국가를 합법적인 폭력집단이라고 규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관계를 조정해 사회 전반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심판자로서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 사회의 유지 발전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헌법을 수호하며 각종의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토에 대해 외국의 침탈이 있을 경우에는 군사력까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20세기 지성사에 빼놓을 수 없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국가와 다른 사회단체의 비교를 통해 국가의 특징은 물리력의 강제 사용을 들었다. 즉, 경찰과 군대의 동원이라고 했다.
공정사회를 얘기하면서 국가를 얘기하는 것은 공정의 정점에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의 한국 사회만 보더라도 국가 폭력이 횡행했다. 일본 제국주의 침탈과 이에 이은 해방정국의 혼돈과 전쟁, 군사쿠데타에 의한 권력 점령과 독재의 점철이었다. 국가 권력을 총칼로 휘어잡은 정권의 무자비함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억압했으며, 목숨까지 앗아갔다. 국가에 의한 불법과 탈법 등 온갖 수단이 작동되었다. 심지어는 법의 이름으로 헌법이 유린되기도 했다.
과거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민간인 사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활동가인 박원순 변호사가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폭로하자 국가정보원이 박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법원은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시민의 권리에 속한다며 국가기관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권력의 남용이며, 시민의 비판과 감시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행태는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과 최근의 행태를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국가권력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기구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며 헌법 가치를 구현하도록 작동될 때 공정사회의 조건은 비로소 갖춰지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강제적인 물리력을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기관의 낮아짐이다. 시민과 법에 봉사할 때라야 공정사회가 된다. 그래야 국가권력도 당당해진다. 불교에서는 국가권력과 시민과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약적 관계로 본다. 즉, 지도자에게 사회운영의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의 관계를 지지하고 있다.
칠불쇠퇴법七不衰退法은 승가의 운영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지만, 적용 범위를 확장하면 한 사회공동체로 확장할 수 있다. 마가다의 국왕 아자따삿뚜가 밧지족을 공격하기 위해 부처님께 자문을 구하자 이 법을 설했다. 부처님은 시자 아난다에게 밧지족 사람들이 자주 모여 논의하고 화합 하냐고 물었으며, 아난다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마가다 국왕 아자따삿뚜는 밧지족을 공격하지 않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수행자들에게 아래의 일곱 가지를 지키면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첫째, 출가자들이 종종 회의를 열고, 회의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한,
둘째, 출가자들이 화합해서 집합하고, 화합해서 행동하며, 화합해서 승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한,
셋째, 출가자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정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것을 마음대로 깨지 않으며, 이미 정해진 대로 올바르게 계율을 지키고 실천하는 한,
넷째, 출가자들이 경험이 풍부하고 법랍이 높은 장로들, 승가를 이끌어가는 자를 공경하고 대접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다섯째, 출가자들이 윤회를 불러일으킬 갈애에 지배되지 않는 한,
여섯째, 출가자들이 숲속의 주처에서 머무는 것을 바라는 한,
일곱째, 출가자들이 각자 ‘아직 오지 않은 선한 도반들이 오기를, 또 이미 온 선한 도반들은 쾌적하게 보내기를’이라고 마음을 내는 한 승가는 쇠퇴하는 일 없이 영원히 번영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또 시왕법(十王法)을 가르치셨는데, 통치자가 지켜야 할 열 가지 덕목이다. “만일 국왕으로서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열 가지란 무엇인가. 이는 국왕으로서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또 조그만 일로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이것은 첫째 법으로서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으로서 신하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말을 거스리지 않으면 이것은 둘째 법의 성취로서 오래 보존할 수 있느니라.”
이어 보시로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 할 것이며, 그른 법을 쓰지 않으며, 남의 여자를 탐하지 않을 것이며, 술을 마시지 않아 마음이 거칠지 않으며, 바깥 적을 항복 받으며, 법을 따라 다스리며, 신하들과 화목하며, 병이 없어 기력이 강성하면 이것이 열째 법으로서 오래 보존할 수 있으며, 아무도 어찌할 이가 없다고 설했다.
공정사회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즈음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