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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장 이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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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템플 - 최현태 2010년 10월 344호
시월.가을의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화려함 이면에 어딘가 허전하고 부족함이 있는 계절, 목마름을 채우려 사람들은 사람을 찾아, 또는 그 무엇을 찾아 떠나고 나선다.
허나 너무 멀리 나서지는 말자. 지척에서 당신이 만나러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또는 그 무엇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국민만족헌장이라는 아주 특별한 약속이 있는 곳! 국립대구박물관의 가을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 풍경 가운데 아직은 늦여름으로 보이는 이내옥 관장의 삶도 함께 있다.
박물관은 문화 창조의 용광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그곳 박물관에 유치원생들의 웃음소리 마당 가득하고 가을볕 순하게 들어앉은 중앙로비에는‘새로 태어나다’는 걸개가 리모델링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린다. 고대문화실, 중세문화실, 섬유복식실을 돌아보는 동안 내 눈길이 멈춘 곳은 역시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전시실이다. 정병, 향로, 쇠북등 공양구와 의식구 조각품을 지나 송림사전탑에서 발굴된 사리장엄구를 대하니 너무도 아름답고 정교하여 다시 한 번 오리라 맘먹게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70%이상이 불교정신이 깃든 산물인 것을 상기하며 박물관장에게 물었다. 30여년의 세월을 박물관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마음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예술품은 무엇인가 하고?
“한국의 불교사찰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전통사찰이 약 1,000여개에 이른다 하므로 우리나라에는 천여 개의 불교박물관이 있는 셈인데요. 그중에서 저는 아무래도 국보83호인반가사유상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깨달은 인간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예술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성취한 최고의 예술적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원융무애圓融無碍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그 현현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 좋은 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나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을 때마다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던 반가사유상 아니던가. 우리는 시간 내서 일부러 찾아가야하는 그곳이 일터인 이내옥박물관장.
-좋아하는 일이 밥벌이가 된다는 것은 축복이죠. 관장님의 경우는 어떤가요?
“요즘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생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는데요.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소리를 들어가며 좋은 전시를 기획해서 사람들에게 문화를 호흡하게 하는 일..진정 바람직한 일이죠.”
-요즘 들어 많이 희석 되었습니다만 박물관이라 하면 고리타분..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관장님의 견해는 어떤지요?
“박물관 유물들은 대부분 그 시대 최고의 정신과 기술이 반영되어 있고 당시 구조에서 이탈해 전시실에 위치하기 때문에도 이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만 이를 극복하고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지요. 98년 진주박물관장으로 있을 때 재즈뮤지션을 초청해 박물관야외음악회를 처음 열었어요. 일종의 문화적인 쇼크라고도 할 수 있었죠. 복합문화공간인 박물관에서 순수와 통속의 경계쯤에서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도 그들을 만날 수 있는 한 방편이죠.”
-이 시대 박물관의 역할은 어떤 것이며 그것을 실현함에 있어 걸림돌은 없는지요?
“박물관이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문화 창조의미가 없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봅니다. 박물관은 문화 창조의 용광로이기 때문입니다. 현대를 문화전쟁이라 할 정도로 선진국의 문화적 관심은 치열합니다. 각국의 문화적 에센스는 모두 박물관에 있습니다. 따라서 박물관은 매우 중요한 곳이죠.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에 비해 뒤쳐진 프랑스 현대문화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표적인 <그랑루브르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프랑스는 세계최고의 문화국가로 위치를 공고히 했습니다. 박물관을 통해 국가문화를 부흥시킨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건축가 I.M.페이의 역량이 돋보이지만 그를 발탁한 미테랑대통령의 문화적 식견과 안목도 대단히 중요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그이의 이런 마음들이 하나 되어 스테디셀러《문화재 다루기》(열화당,1996)를 펴내게 한 원동력으로 모아졌는지도 모른다.
산사의 새벽예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그리고…
이내옥박물관장은 얼마 전 청도운문사 새벽예불을 다녀왔다. ‘절집의 새벽예불이 보여주는 장엄함은 카톨릭의 그레고리안챤트와 비견되는 것으로 우리 전통음악의 원형질이며 종교음악의 진수다.’라고 유홍준교수가《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적었듯이 산사의 새벽예불은 세상만물을 깨우는 사물소리와 목탁소리와 낮은 염불소리가 어우러지는 최고의 명상음악이다. 이 무형의 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는 그이에게 나는 해인사 새벽예불 동참을 권했다. 가야산을 울리는 범종소리의 장엄함과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우렁찬 염불소리가 그의 바람을 마음 바깥으로 뛰쳐나오게 할 요량으로. 지난해 한국최초사찰전시로<동화사특별전>을 기획전시한 그이는 송광사특별전을 욕심내는 한편 일본오이타이현 불교미술전을 교섭중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하는 동안 스님들과의 인연도 각별할 것 같다.
“지금은 입적하신 사진 찍는 관조스님과 함께 《사찰꽃살문》(솔,2003)을 펴냈지요. 관조 스님의 시선이 담긴 꽃살문과 바람기운이 담겨있는 사진들에서 여전히 스님을 느낍니다.” 사진집을 펼치니 진리로 향하는 문, 극락으로 이르는 문, 깨달음으로 열리는 문’이 두 손 모으게 한다. 영원한 건 없지만 영원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학자 이내옥, 문화인 이내옥, 아버지 이내옥
아주 오래전,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무심코 최현태입니다…라고 대답했다가 그건 당신 이름일 뿐이죠. 진정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재차 질문에 나를 깊이 바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나를 그 어느 것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음을 깨닫고 자유로워졌던 시점을 떠올리며 이내옥관장에게서도 참 여러 겹의 그이를 보았다. 이내옥 국립대구박물관장은 80년대초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기업체 근무를 마다하고 박물관업무를 시작하며 스승을 만났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한 걸음 앞서가며 탁월한 안목을 가진 스승이 있었기에 학문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도 이겨낼 수 있었고 이만큼의 성취도 이루었단다.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공재 윤두서》(시공사)를 세상에 내놓은 그이는 박물관에서 은퇴하기 전에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학문적 연구를 마무리해서 또 한권의 책을 출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일과 끝나고 혼자 있는 시간에도 늘 공부만 하느냐고 물었다.
“주로 책을 보죠. 영성에 관련한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근래 삶과 죽음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납관부일기를 읽었어요. 주인공이 염습과 입관을 하면서 써내려간 일기형식인데 후반부는 불교이야기로 마무리 되지요. 그리고 영화도 꽤 많이 보는 편인데 일 포스티노를 추천하고 싶어요.”
문화를 일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매우 직접적인 것이라 말하며 박물관에서 영화도 상영하고 또 다른 고품격문화도 만날 수 있으니 두루두루 이용하라는 홍보성멘트 날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답사나 발굴현장, 또는 여러 경로로 문화예술품을 대하면서 가슴 뛰게 한 어떤 것이 있었나요?
“언젠가 육군박물관 관장실에 갔는데 만해 스님 글씨풍상세월風霜歲月이 있었어요. 서체에 승려로, 시인으로 독립운동가로 살아온 만해 스님의 풍상세월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눈을 뗄 수가 없었지요. 혹 스님의 다른 글씨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골동품상을 기웃거려보았지만 구하지는 못했어요.”
이 대목에서 우리는 때로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광주, 진주, 부여, 청주에서 대구까지 옮겨 사는 동안 그이의 아버지노릇은 어땠을까?(남자로 세상에 태어나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은 아들과 아버지노릇이라는 소리를 들었기에)
“아들에게 3천배를 이뤄내면 산티아고에 보내준다 했어요. 서울 화계사에서 3천배 하는 아들을 지켜보는데 2천배가 넘어서니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면서도 끝까지 해 내더군요. 산티아고순례를 끝내고 돌아와서 ‘내가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서니 상대도 안아 주었고 주머니에 동전 몇 개 달랑거렸지만 온 세상이 내 품안에 있었어요.’ 라고 말하는데 뿌듯했죠.”
문화인으로, 학자로, 아버지로. 박물관 운영자로...이 여러 가지 것들이 이내옥관장이 바쁠 수 있는 생의 의욕일 것도 같다. 10월,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퓰리쳐상수상 사진작품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시달리고 지친하루를 건너왔다면 박물관으로 한걸음을 옮겨보자. 달빛이 은빛으로 출렁이는 박물관이 모두 당신차지다. 주말 가을밤에는 박물관 대문이 열려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