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성폭행 용의자 체포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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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0년 08월 342호
요즘 인터넷 뉴스를 보노라면 속이 터질 지경이다. 어쩌면 하루가 멀다하고 성폭력이나 성추행 기사가 뜨는 걸까? 약 3년전 안양 초등생 실종사고가 터졌을 때만해도 그런일이 일년에 한번 정도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2008년 초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 가 그곳의 성폭행 (강간) 건수가 하루평균 36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연 평균 1만3천여건이면 이건 국가적 재난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오늘까지 충남 공주에서 마을주민들에 의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해병대 성폭행 사건을 접한 뒤 생각난 것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성폭행이 없었던 것이라기 보다는 지금은 신고도 더 많이 하고, 언론보도도 더 자주되기 때문에 더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닐까? 충남 공주 사건만 해도 2008년부터 2년간 벌어진 일이라고 하듯, 성폭력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단지 보도나 의식변화가 덜 됐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 최악의 성폭력 국가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민주콩고) 에서도 수년 전에는 강간통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처벌도 미미했다. 그러나 3년여전부터 서방언론에서 콩고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콩고 내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하물며 콩고 동북부에 위치한 북 키부와 남 키부 주 주도에는 유엔의 도움으로 ‘여성 및 아동경찰’이 신설돼 강간신고를 받고 당일 용의자를 체포하기도 한다.
2009년 4월, 남 키부주의 주도 부카부에 갔었을 때의 일이다. 부카부의 여성 및 아동경찰서에는 하루 평균 세명의 피해자들이 찾아와 강간사건을 신고했다. 피해자들 중에는 10대 소녀가 가장 많았다. 한 13세 소녀의 엄마는 딸이 강간을 당한 바로 다음날 경찰서로 가 용의자를 신고했다. 용의자는 이웃집 청년이었기 때문에 신원과 주소 등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찰서에는 경찰차가 한대도 없었다. 유엔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세우고 경찰관들에게 봉급을 주기는 하지만 차량을 구입하거나 유지할 예산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강간범을 체포하려면 경찰들이 도보로 용의자가 있는 곳까지 가거나 아니면 피해자 측에서 차량을 제공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피해자 어머니의 지인이 지프차를 한대 대절해주었고, 나는 경찰들과 동행취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복 경찰관 두명과 나, 통역 등은 경찰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 마을로 향했다. 부카부의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 도로여서 가는 길은 진흙탕이었다.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고, 용의자인 이웃집 청년은 집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복경찰은 그 용의자에게 천천히 다가가 상황설명을 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도주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일은 침착히 진행됐다. 잠시 후 경찰은 수갑을 채우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고 경찰서로 후송했다.
그 청년은 계속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그를 수감했고, 그는 구치소로 향했다. 구치소로 간 뒤 강간 혐의로 민간형사법정에 출두하게 된다.
콩고의 강간사건은 DNA 등 과학수사를 전혀 할 수 없어 피해자 및 목격자 증언에 의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고 정부는 성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강간용의자 검거 및 기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성폭행 사건은 제3세계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만 생기는 일도 아니고, 우리의 학교와 집 앞에서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은 숨기기만 하면 절대로 사건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야말로 성폭행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