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움직이되 마음은 흔들림 없어야 스포츠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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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으로 본 문화 - 김성우
2010년 07월 341호
“슛! 골~ 골~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낸 한국 국가대표팀이 6월 23일(한국시간)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56년만에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일구어냈다. 26일 우루과이와 8강 진출 경기가 기다리고 있지만, 국민들은 반 세기만의 기적같은 결과에 감격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과 장기 불황의 터널 아래 우울하던 국민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들이 피었다. 축구가 과연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것일까? 바야흐로 축구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동시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국가간의 스포츠 대전이 되고 있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월드컵에서는 ‘국민 캡틴’으로 불리는 박지성 선수의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월드컵 3회 연속 참가에 매 대회 골을 기록하고,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그의 두 발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로 평가받을 정도다. 겸손과 솔선수범으로 ‘소통 리더십’의 성공사례가 된 박지성 선수가 불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기만을 위한 욕심을 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아상我相과 아집我執을 허물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을 사는 참된 불자라면 응당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며 팀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하는 팀워크 본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요진姚秦 때의 고승인 승조僧肇 법사는 “하늘과 땅은 나와 같은 뿌리요(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은 나와 한 몸이다(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라는 유명한 법문을 남겼다. 나의 아집을 죽여 무아無我ㆍ무심無心이 된 불자는 에고(ego)의 틀을 벗어나기에 천지만물과 하나가 된다. 일체 만유는 연기된 것이기에 공하다고 하는 ‘연기緣起 즉 공空’의 도리를 체득하여 무아가 된 불자는 대아大我로서 동체대비의 삶을 살게 된다. 보시를 하거나 좋은 일을 해도 ‘내가 한다’는 생각 없이, 머무는 바 없이 행하기에 무한한 공덕을 쌓게 되어 저절로 만인의 찬탄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남보다 한 발 더 뛰며, 동료를 위해 빈 공간을 찾아내고, 개인의 득점 보다는 팀 전체를 위해 헌신하는 박지성의 플레이는 욕심을 비움으로써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박지성과 함께 불자 축구선수로 유명한 홍명보, 설기현을 비롯해 야구의 박찬호와 서재응, 골프의 박세리, 박지은, 안시현 등 유독 스포츠 분야에서 불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견강부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불자로서의 평정심과 집중력, 마인드 콘트롤 등이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의 마음챙김과 몰입, 승부에 대한 무집착 등은 축구의 슛, 골프의 샷, 야구의 히트, 양궁의 발사發射 순간 등에 공통적으로 해당됨은 물론이다.
실제로, 육체적인 능력 보다는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골프와 양궁, 사격과 같은 마인드 게임에서는 평상시 흔들림 없는 부동심不動心을 가진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되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젠골프》의 저자로서 PGA 투어 강사이자 심리학 박사인 조셉 패런트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서 잡념을 떨쳐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명상이고 선禪이다.”면서 골프를 통해 선禪을 체험해 보라고 권했을 정도다. 초감 트룽파에게서 불교를 배운 조셉 페런트는, 골퍼들에게 스윙을 가르치는 대신에 정신을 가다듬고 가슴으로 공을 치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양궁 역시 고도의 정신집중이 핵심인 마인드 스포츠라 할 수 있다. 활쏘기에서 발사 순간은 호흡과 몸의 이완과 집중, 그리고 갑작스런 발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야 하는 고난도의 과정이다. 너무 힘주어 활시위를 잡고 있으면 놓을 때 흔들림을 피할 수 없고, 손에 힘을 빼고 잡고 있으려니 완전히 당겨지기도 전에 튕겨나가고 마는 상황에서 무아ㆍ무념ㆍ무집착의 상태가 되지 않고는 발사 순간에 긴장을 떨치지 못하고 실수하기 십상이다. 성공에 대한 조급증이나 남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올바른 발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내가 쏘는 것이 아니라 그것(성품, 본래면목)이 쏘는 상태가 돼야 한다.
골프와 함께 최고의 ‘정신 스포츠’로 불리는 이러한 양궁의 심법心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지속적인 마음공부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심신의 안정과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참선을 오랫동안 지속하면 스포츠인들은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더욱 또렷한 마음상태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참선을 하게 되면 신경기능이 조절되고 정상화되어서 심신이 안정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마음이 차분해지고 느긋해지며 원만해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꾸준히 참선을 하다 보면 의지가 강해지고, 정신이 안정되고 집중력이 생기게 되어 운동 할 때나 일할 때도 능률이 오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느끼는 불교 공부의 장점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선사들의 안심安心 법문을 듣거나 ‘관세음보살’ 또는 ‘옴마니반메훔’ 정근 등을 통해 ‘평상심이 도’인 생활을 해나가다 보면 언제 어느 때라도 마주한 일과 행위에 끄달리지 않고 주인이 되어 늘 여여如如하게 살게 된다. 평상시 이런 여유 있는 삶의 태도가 몸에 배인 불자 선수들이 치열한 경기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축구 공이든, 골프공이나 야구공, 활의 과녁이든 마주한 대상과 일체가 되어 무심으로 게임에 임하다 보면, 어느새 대상도 나도 인식할 수 없는 무아지경에서 오로지 또렷또렷한 정신작용만이 흐르게 된다. 주관과 객관이 끊어진 상태에서 어떠한 집착이나 두려움, 분별심, 관념도 없이 순일한 무념無念 상태에서 집중된 행위가 이뤄지면, 거기에서 위대한 명승부나 대기록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탁월한 선禪의 효능을 통해 건전한 스포츠의 발전이 이뤄진다면 불교의 대중화와 생활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스포츠인들이 참선을 통해 인격을 완성하고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얻어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겠다는 대승적인 마음까지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