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리응원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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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0년 07월 341호
요즘 TV를 통해 새벽에 전국 곳곳에서 열린 월드컵 거리응원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신나기도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가 금방 떠올랐다.
1. 새벽에 온 국민이 응원과 TV 시청을 할 수 있는 빵빵한 전기 사정
2. 새벽에 주민들이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고, 소매치기 하나 없을 도로 안정된 치안 등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항상 제3세계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풍요롭고 축복받은 곳이라는 점을 항상 깨닫기 때문이고, 이를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나라는 주지하다시피 선진국에 비해 GDP는 연 2만 달러도 안되는 중진국이지만 여러모로 너무나도 풍요로운 곳이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곳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중동이나 동남 아시아, 아프리카에는 전기가 24시간 나오지 않는 곳이 다반사이며, 가게에는 정전을 대비한 발전기가 항상 비치돼 있다. 전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음료수 가게에는 냉장고가 없고 스치로폴로 된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어 음료수를 판매한다.
또한 치안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도 물론 흉악범이 설친다. 그러나 여러나라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안전한 편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국만 해도 개인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전기가 24시간 나오지 않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해가 진뒤 부녀자가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다. 물론 밤늦게 이동하려면 차량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일부 외국인과 부유층의 이야기이고, 보통 서민들의 경우 전기가 나오지 않는 어두운 밤거리, 특히 새벽 거리를 활개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강도의 표적이 된다.
제3세계 국가 주민들 중에서도 특히 분쟁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실상은 더 처참하다. 그들은 밝은 대낮이라도 시골 길을 거닐다가 무장군인들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떤 나라에선 이런 수만명이 모이는 군중집회가 큰 인명 사고로 연결되는 곳도 많다. 파키스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특정 정치집단이나 종교집단 (수니파 혹은 시아파 이슬람) 이냐에 따라 폭탄테러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의 군중 집회는 그야말로 테러리즘이라는 도구로 빠른 시간에 많은 인원을 사상시켜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공포를 안겨주기 딱 안성마춤인 것이다.
한 가지 더 하자면 아직도 상당수 국가에서는 남녀가 같은 장소에 뒤섞여 있는 것 자체가 금지된 곳도 있다. 하물며 여자가 외간 남자 앞에서 머리카락과 팔, 다리 등 속살을 내놓을 수도 없는 건 당연하다. 조선시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21세기인 현재, 종교 및 문화적 이유로 이런 혼성 집회가 사회적,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곳들을 일컫는 것이다. 그런 나라들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러한 자유를 게다가 24시간 제공되는 전기와 안전한 길거리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목소리 높여 응원을 한다.
우리도 한때 제3세계 국가였었고, 전기가 잘 나오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전기가 없기 때문에 밤거리는 어두웠었고, 당연히 치안도 불안정 했었다.
우리가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새벽 거리 응원. 그러나 우리의 거리응원은 군사독재를 이겨낸 민주화, 정치, 경제, 사회적 발전, 종교의 자유, 그리고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는 사회 분위기가 밑거름이 되는, 우리가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축복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