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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행자실 2 - 피의 삭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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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2010년 07월 341호
해인사 행자실에는 전수傳受의식이 몇 가지 있다. 행자 삭발식, 큰방 입방식, 반장 이취임식, 취침 전에 하는 반상회 등이 있다. 워낙 행자가 많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행자들 간에 전수해야할 내용이 많고 그것이 체계화되어 만들어진 것이 의식이다. 해인사 행자실을 나오지 않은 분들은 “무슨 행자가 되가지고 종단이나 승가대학에서나 할법한 의식을 저리 하나” 하겠지만 그런 전수와 잘 다듬어진 의식이 해인사 행자실을 지탱케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스님들이 출가를 한다면 해인사로 가라 했고 그렇기에 전국에서 해인사 스님들이 가장 많다. 그러한 의식중 가장 장엄한 것이 삭발식이다. 수행자로 처음 태어나는 것이자 이제는 속가와는 단절된 출세간의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삭발하는 행자나 동참하는 상행자들 까지 엄숙하게 진행한다.

행자생활 일주일이 지나면 드디어 삭발을 한다. 삭발은 삭발의식에 의해 원주스님과 모든 행자가 동참한 가운데 진행된다. 부전장 행자가 삭발식 습의를 담당한다.
행자가 양쪽으로 마주보며 도열하고 부전장의 진행으로 삭발식은 진행된다. 삭발할 행자가 입방하고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한다. 삭발해줄 원주스님(혹은 별좌스님)께 삼배하고 자리에 착석한다. 원주스님의 당부말씀이 끝나면 속복행자는 세수대야 앞에 무릎 꿇고 양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는 대야로 숙인다. 스님께서 삭발기를 머리에 살짝 같다 대면 속복은 합장하며 “성불하십시요”라고 크게 외친다. 이와 동시에 양옆에 도열한 상행자들은 다 같이 참회진언을 염송한다.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참회진언의 염송 속에 원주스님은 머리를 서서히 깎아 내려가고 많은 속복들은 이때 기쁨과 슬픔이 담긴 눈물을 흘린다. 선배 행자들이 참회진언을 염송해 주는 것은 속가에서 알게 모르게 지었던 모든 죄를 참회하고 부모를 버리고 가족, 친구를, 사회를 버리는 천륜을 어긴것을 참회하며 이러한 참회로 시작하여 앞으로 흔들리지 않는 수행으로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이루라는 선先행자들의 당부가 담긴 것이다.
삭발은 5분가량이면 끝난다. 원주스님이 “삭발을 마치겠습니다” 하면 행자들은 참회진언을 끝내고 사홍서원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부전장이 삭발한 행자에게 행자복을 갈아입히면 삭발식은 끝나게 된다. 금방 삭발한 행자를 보면 얼굴에 광채가 나고 머리가 반짝이며 눈이 초롱초롱하고 귀여워 보인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삭발식이 끝나면 선행자중 막내가 할 중요한 일이 있다. 삭발한 머리카락을 처리하는 일이다. 일단 세숫대야를 들고 밭으로 간다. 미리 파둔 구덩이에 머리카락을 묻고 반야심경을 외운다. 오늘 삭발한 행자가 아무런 장애 없이 흔들리지 않고 행자생활을 열심히 해 무사히 사미계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평생 승려생활 할 때까지 해인사를 잊지 못하게 한다. 나의 머리카락을 묻은 곳이기 때문에…
한편 여행자들의 삭발한 머리카락은 특별한 용도로 썼다고 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인경할 때 먹을 묻히고 한지를 대서 먹물이 한지에 잘 스며들도록 문지르는 것이 있다. 이것을 마력이라 부르는데 여행자들의 머리카락은 이 마력을 만드는데 썼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만 머리카락(승가에서는 무명초라 칭하기도 한다)을 처리하는 것도 장엄스럽게 하는 것이 해인사 행자실이다.

어느 삭발일 때의 일이다. 가끔은 삭발식에서 원주스님이 삭발하는 시늉만 하고 나가시기도 한다. 이때는 행자들이 삭발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면 나머지 삭발은 행자반장이 한다. 그런데 아무리 행자반장이라도 몇 번 해보지 않은 삭발은 익숙하질 않다. 이날 행자는 머리에 흉터도 좀 있고 뽀드락지도 몇 개 나있었던 모양이다. 잘 나가던 삭발에 반장이 “어! 포떳네” 하며 놀라는 것이다. 돌출부분을 건드려 출혈을 하여 대야가 벌겋게 물들고 있었다. 삭발하던 속복은 감정에 젖어 눈물 흘리고 있었는데 뚝뚝 떨어지는 핏자국을 보더니 두려워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피의 삭발식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