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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송광사 여름수련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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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각안┃송광사 포교국장 2010년 07월 341호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에 승보종찰이다.
승보종찰의 이미지는 스님들의 여법한 수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재가 신도들의 여여한 수행에까지도 미친다.
재가 불자들의 수련 프로그램인 여름수련법회는 전국 사찰 중에서 송광사에서 처음 시작했다.
올해로 40회째 맞는 송광사 여름수련법회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생활에서 쌓이는 심신의 피로를 공해가 없는 산사에서 해소하기 위해 해마다 600여 명이 찾아와 ‘참나를 찾는 수행’을 하고 돌아간다.

송광사 여름수련법회는 1971년 조계총림 초대 방장이셨던 구산 스님 때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지를 못했고, 각 신도 단체를 대상으로 장소를 제공하고 지도법사들이 생활지도를 하는 정도에 그치다가 1984년에 법정 스님께서 수련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정비와 개발을 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이때는 방장스님 조차도 수련생들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자리에 드셨다니 사중에서 여름수련법회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수련생 선발에 있어서 초기에는 선착순으로 선발하다가 신청자가 증가하고부터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수련 기회를 제공하여 보다 효과적인 수련법회를 운영하기 위해 서류심사를 통해 수련생을 선발했다. 이때는 기본적으로 몇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수련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으며 수련 기회를 얻기 위해 별의별 방법이 다 동원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다른 사찰의 여름수련법회 증가에 맞물려 선착순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상설 수련원이 따로 없는 관계로 마감 후에 문의해 오는 신청자들까지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송광사는 총림이기 때문에 150여 대중스님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승보종찰의 전통을 면면히 잇고 있는 스님네들의 수행도량이기 때문에 수련생들이 전체 대중스님들의 생활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단기 출가자󰡑신분임을 상기 시키고 이에 준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하안거 결제 기간 중 한 달 이상을 재가불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련법회를 운영하는 데는 사실 어려운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수련법회의 공식 명칭은 <참나를 찾아서 또는 출가 4박 5일>인데 타 사찰과 달리 ‘수련회’ 또는 ‘수련대회’라 하지 않고 \'수련법회\'라 부르는 것은 이 행사가 단순한 수련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 여름수련법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예불, 묵언黙言, 차수叉手, 발우공양, 좌선, 차 한 잔을 나누며, 철야 용맹정진, 수계식 등을 꼽을 수 있다.
예불은 반드시 대웅보전에서 전 대중과 함께 하며, 전통 불교의 장엄하고 엄숙한 예불의식을 통하여 수련생들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묵언은 잡담으로 인한 소음에서 벗어나 정신의 산란함을 없애고 평소 밖으로 향하던 자신을 돌이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말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탓에 이런 묵언의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은 자아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차수는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자칫 어질러지기 쉬운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데, 출가자는 먼저 자존심을 버리고 하심下心하는 마음부터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발우공양은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환경보호라는 차원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이 현대 산업사회의 여러 병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치유책으로 꼽고 있는 불교만의 오랜 전통이다.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 정혜결사를 일으키고 당시 중국선을 답습하던 풍토를 고쳐 새로운 한국선을 확립하여 펼친 정혜결사 도량이다. 따라서 수련기간 중 좌선시간을 많이 배정하고 있다. 초심자에게는 하루 4시간 이상의 좌선이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화두에 대해서도 감이 잘 잡히지 않고 다리가 못 견딜 정도로 아프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우선은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을 통하여 사람들은 다리가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 정도만 해도 좌선의 효과는 충분하다.
차 한잔을 나누며 시간에는 저녁예불을 마친 후 용맹정진에 들어가기 전 몇일 동안의 묵언을 잠시 트고 차담을 먹으며 수련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1부에서는 참가자 중 몇 몇 특별한 경우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간단한 소감을 들으며, 2부에서는 그 동안의 강의 때 수련생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내용들을 질문지를 통하여 강사스님들의 답변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한다.
마지막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수련법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철야 용맹정진을 한다. 체력이 상당히 요구되지만 마치고 나면 수련생들에게는 지금까지 있었던 어떠한 밤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며 다음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밝은 얼굴을 대할 수 있다.
철야정진을 마치고 아침공양 후엔 수계식을 한다. 종교가 달라서 불명을 받지 않더라도 의식에는 모두 참석해야 하며, 3귀의와 5계를 지키겠다는 서약과 연비를 한 후 불명을 받는다.
또한 송광사 여름수련법회는 수련생들에게 다른 사찰과는 달리 수련오계를 요구한다.
수련오계는 수련생들이 송광사에 입산하기 전부터 여름수련법회에 걸맞은 몸가짐과 마음자세를 미리 갖춰보라는 의미이다.

투철한 출가정신으로 임하자
여름수련법회에 동참한 수련생들은 가장 먼저 새겨야 할 것은 비록 재가자의 신분이지만 출가자 못지않은 투철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가에는 기간이 따로 없고 장소도 따로 없다. 사흘 출가도 출가요, 삼십년 추가도 출가다.
다만 마음 출가냐, 몸 출가냐가 있을 뿐인데, 불가에서는 마음출가를 심출가(心出家)라해서 진정한 의미의 출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겉모습은 속인일망정 마음으로 세정(世情)을 떠났다면 그 것이야말로 진정한 참출가다.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자
송광사 수련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단기출가의 뜻을 살리기 위해 엄격한 규율에 따라 철저하게 교육한다.
수련 청규는 제대로 지키되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야 하며, 청규 가운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묵언인데 이 묵언도 스스로 입을 닫고 눈을 내면으로 돌리는 자세를 갖춰야 가능하지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참는 식이 되어서는 고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지도법사를 은사로 받들자
수련생들은 지도하는 법사스님의 말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수련생 가운데는 다른 사찰의 수련법회에 참여해본 경험자도 많은데 사찰마다 조금씩 교육방법이 다르므로 이에 대해 이견을 내는 경우가 있다.
지도법사 스님들은 오랫동안 수련경험이 있는 분들이며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서 지도에 임하고 있으며, 지도법사 스님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워 가겠다는 적극적이고 순응적인 자세를 가져야 단기 출가한 보람을 더 알차게 누릴 것이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배워가자
앞에서 지도법사의 지시에 잘 따르라고 말했지만, 이는 교육받는 자세의 문제이고 실제적으로 단시일 내에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배워가기는 힘든 일이다.
여러 가지 교육을 받겠지만 그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배워가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저것 두루 체험하면서 그 가운데 내게 걸맞고 내게 필요한 것 하나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야말로 단기출가에 가장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자
수련법회를 회향하고 하산하는 것으로 수련생들의 한 철 인연이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시연을 소중히 여겨 다른 선연으로 이어가는 이들도 많은데, 비단 불자모임이 아니더라도 수련법회를 계기로 사회생활에 윤기를 더하고 또 신행생활에도 깊이를 더하는 인연을 이루면 얼마나 좋은가.
인연은 법대로 가는 것이지만 선벗들이 마음을 내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사찰 여름수련법회는 재가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제한된 기간이지만 승가의 생활을 익히게 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인데, 예불, 발우공양, 묵언, 차수, 좌선, 철야 용맹정진 등은 사찰 수련법회 고유의 불교적인 것으로 일반 사회의 어떤 수련회에서도 모방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송광사 여름수련법회는 이러한 불교적인 프로그램을 널리 일반인들에게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고 지금까지 많은 효과를 보고 있는데, 수련생의 절대 다수인 연세 지긋한 보살님들에서 최근 들어 남자 수련생의 비중이 늘어나 처사님들이 40%에 육박하는 차수도 있고, 젊은 20~30대의 비율이 30%를 넘는 차수가 보이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송광사는 예전부터 3무無와 3다多가 유명하다. 3무는 풍수지리상 연화부수의 형국이라 대웅전 앞마당에 석탑이 없고, 전각 처마 끝엔 풍경이 없고, 전각의 기둥에는 주련이 없다는 것이며, 3다는 스님과 보물과 전각이 많다는 것이다.
온 도량에 텔레비전과 에어컨이 없으며, 핸드폰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세 가지를 신3무라 이름 지었는데, 최근엔 핸드폰 전파 도달거리가 점점 길어지고 있기도 하다.
강원의 스님들은 선풍기조차도 사용하지 않는 송광사에서 여름수련법회가 열리는 사자루에 에어컨을 설치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것이 송광사 정서인데, 이 무더위에 에어컨이 없다고 투정부리던 수련생들도 있지만, 에어컨이 잘 갖춰진 사찰에서 수련을 경험하고는 송광사 사자루에서의 찜통더위 더위 속에서 한줄기 스쳐 가는 바람 맛이 떠올라 다시 사자루를 찾았다는 수련생, 사자루에서 좌선할 때 들었던 계곡 물소리를 잊지 못해 다시 사자루를 찾는다는 수련생들은 4박 5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수련법회에서 얻은 기운으로 적어도 몇 개월은 거뜬히 견디겠고, 이 기운이 떨어질 때 쯤 다시 송광사를 찾겠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오랫동안 지도법사 소임을 보신 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저마다의 고민과 번뇌를 앉고 여름수련법회에 동참했다가 잠시나마 헤어날 수 있는 조그마한 방법을 찾았다고 말씀하시는 수련생들을 볼 때 마다 비록 몸은 힘들어도 여름수련법회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송광사 여름수련법회는 매년 전국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찾아주시는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곳에서의 노고와 마음가짐이 없이는 절대 굴러갈 수 없는데 이맘때만 되면 송광사에 와서 자원봉사를 해야 1년이 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그야말로 송광사 여름수련법회 자원봉사 매니아다. 이 지면을 빌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자원봉사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