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恩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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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성준|해인사승가대학2학년
2010년 06월 340호
수년 전 입적하셨던 일타 큰스님께서는 출가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하신 바가 있다. “출가는 사회적 자살이다!”라고.
윤회하는 육도 속에서 유일하게 전생의 기억을 온전히 기억한 채 윤회의 고리를 이생에 끊어 버리겠다고 발심할 수 있는 부처님의 가피인 것이다. 다겁생의 업장을 녹여 오직 위 없는 보리도를 성취코자 하는 서원을 세운 뒤 이런 저런 세상의 연을 단칼에 베고서 출격 대장부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대복을 누릴 수 있는, 바로 그런 사회적 자살인 것이다.
그렇게 세상과 절연을 하고 불가에 들어왔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어쩔 수 없이 맺어야만 하는 인연 하나가 남아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은사와의 인연이다. 불문에서의 은사는 속가에서의 부모와도 같은 존재이다. 나아가 불제자로서 근본스승이신 석가모니부처님의 계법과 하나되는 일이며, 유구히 전승된 부처님의 혜명을 차질 없이 이어가는 승가의 일원이 되는 첫 단추이기도 하다. 즉, 주저리주저리 거추장스럽게 생겨난 인연의 또 다른 굴레가 아니라 그 모든 인연의 고리를 싹둑 베어버리기 위한 필연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사족이리라.
그런 못난 자살자에게 아낌없이 손을 내밀어 잡아주신 이가 계시니, 아니 다시금 새 생명을 살게 그 터를 내어주신 이가 은사님이 아니던가. 내 육신을 빌어준 이가 속가의 부모라면 법신의 기틀을 마련해 주신 이는 바로 은사스님인 것을. 이 어찌 작은 은혜일 것인가. 이 어찌 은혜라는 말로써 헤아릴 수 있는 것이겠는가.
나에게도 그런 대복을 누릴 기회가 닿았으니 그것이 바로 이 생에서의 은사스님과의 만남이 아닌지 한다. 되돌아보면 참으로 인연이란 지중하고도 묘한 것이다. 부처님을 비롯한 수많은 조사님께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연법만큼 철두철미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그렇게 한 치에 오차도 없는 것이 인연법인데 어찌 묘하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후일 눈이 밝아져 이 모든 인연을 돌이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지중함과 묘함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으리라.
이젠 그 은혜를 갚아나가는 일만이 남았다. 그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니 명심하고 명심하여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