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승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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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성준|해인사승가대학2학년
2010년 06월 340호
나에게 스승이란 믿음이자 뜨거운 감동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부친의 간암 말기로 인한 6개월 사망선고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유달리 부정이 깊으셔서 어려서부터 예민했던 나의 감성을 모친보다도 잘 알아주고 따스히 감싸주셔서 같이 지낼 때나 군대에 있을 때나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부친만 떠올리면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 나에게 그렇게 특별했던 부친의 생명이 6개월 남았다는 소식은 나에게 있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예정된 기간에 부친께서 돌아가시고, 순식간에 나는 모친과 남동생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 되었다. 부친이 돌아가시고 모친께서도 많은 생각을 하셨던지 은연중에 나에게 출가를 권유하셨다. 평소에 두 분 모두 신심 깊은 불자이시라 두 아들 중 한명이 출가했으면 하고 바라셨는데, 부친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그 바람이 더 깊어지신 모양이다. 나 또한 양친의 영향으로 불교에 관심이 많아 출가에 대해 호의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친이 갑작스레 돌아가시자 출가해서 죽음이란 놈을 정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성철 스님의 행장을 책으로 읽다가 ‘작은 일을 마치지 못하는 사람은 큰 일 역시 마치지 못한다’라는 구절을 읽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출가를 하겠다고 모친과 약속을 했다.
대학 졸업이 다가오자 어디로 출가하고 어느 분을 은사스님으로 출가해야 하는지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 졸업 전에 너무나 한가한 시간들이 아깝기도 해서 출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인근지역에 좋은 스님을 찾아가 상담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절과 스님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나였기에, 모친께 찾아 가볼만한 절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다음날 아침에 같이 찾아가 보자고 얘기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 훌륭한 스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잠이 들고, 이윽고 아침이 밝았다. 모친이 아침 9시 정도에 찾아 가기로한 절에 계시는 지금의 은사스님을 친견할 것을 전화로 부탁하고, 1시간 쯤 지나 절을 찾아갔다. 스님을 찾아뵙고 출가자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법문을 듣고, 앞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찾아오라는 말씀에 그것을 계기로 출가하기 전까지 자주 찾아뵙게 되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졸업식도 하기 전에 상좌로 받아 주실 것을 청하고 스님 밑으로 출가하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찾아가기 전날 평소에 꿈을 잘 안 꾸시던 은사스님께서 이상한 꿈을 꾸셨다고 한다. 상좌에 대한 책임의식이 상당히 강하신 분이시라 더 이상 상좌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다는데, 꿈에 젊은 놈이 나타나 스님을 시봉하고 싶다고 쫓아다녔다고 한다. “나는 상좌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젊은 놈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시봉하게 해달라고 졸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잠에서 깨셨다고 한다. 그날 아침공양 때 지금의 사형스님들과 함께 아침공양을 하실 때,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오늘 똘똘한 놈이 한 놈 들어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오전에 모친이 은사스님을 친견 할 것을 요청하고 함께 방문했던 것이다.
세속에서 따뜻하고 다정했던 부친을 잃고, 출가해 자비롭고 정이 깊으신 출세속의 부친을 얻었다. 은사스님께서 공부 열심히 할 것을 당부하시며, 한 번은 “나를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해라. 네가 공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듣고 가슴속에 뜨거운 감사함을 느끼며, 이번 생 나의 전 생애를 바쳐 은사스님을 지극 정성으로 시봉했고, 시봉하는데 모자라는 것이 없는지 항상 나를 되돌아 보았다. 주위에 효상좌라고 입소문이 났고, 사형스님들이 다들 늦은 나이에 출가하셔서 은사스님 또한 젊은 나이에 출가한 나를 많이 아껴주셨다. 출가해서 해인사승가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1년 2개월 정도를 시봉하면서 은사스님 법문 다니실 때마다 항상 옆에서 모시고 다녔다. 함께 다니시면서 스님께서 개인적으로 해주신 법문들은 나의 사상이 되었고, 나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부처님과 은사스님께 귀의한 나에게 은사스님의 말씀은 나의 생명이자 법이 되었다. 지금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곁에서 모시지 못하는 것이 항상 죄스러울 뿐이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 당부에 누가 될까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태만해지는 나의 마음을 채찍질 한다. 불교의 옛 말에 인간 몸 받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힘들다고 했다. 인간 몸 받고 불교에 출가해 선지식을 만났으니, 전생에 지은 나의 복덕에 감사할 뿐이다.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에 아직도 나의 볼을 꼬집어 볼 때가 있다. 이번 생 속가의 모든 것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한 몸, 은사스님의 바람대로 열심히 공부해 그 쌓은 공부를 세상의 위해 다시 회향하는 훌륭한 수행자가 되도록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