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시에라 리온 - 자원부국, 그러나 세계 최빈국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0년 06월 340호
어렸을 적 학교 선생님들이 “우리나라는 석유가 한 방울도 안 나오는 나라”라고 하셨을 때 ‘석유만 있으면 지금쯤 부자나라가 됐을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는 석유때문에 벼락부자가 됐고, 화장실은 온통 금도금이 돼있다고 했다. 우리는 왜 석유가 안 나서 외국에서 석유를 100% 수입해야 하나,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를 다니면서 자원이 많다고 다 잘살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금과 다이아몬드 뿐만 아니라 LCD의 원료로 알려진 콜탄 및 코발트, 납 등 각종 광산이 있어 그 자원을 잘 팔면 잘 살게 될 것 같은 데 그게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엄청난 지하자원을 무력으로 장악, 제 뱃속을 체우는 반군들이 거의 모든 광산을 장악하고 있고, 자기들끼리 세력 다툼 및 주도권 싸움을 하다보니 무고한 마을주민들만 고생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를 보라. 석유가 나오니까 하나는 미국이 공격하고, 다른 한쪽은 미국을 배척하지 않나. 이라크와 이란은 1980년대에 8년간 서로 치고박고 싸우기도 했다.
마나님들이 많이 애용하는 반짝반짝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청혼할 때 건네는 다이아몬드 반지. 그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세계최고 수준인 시에라 리온 Sierra Leone이라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이 나라도 다이아몬드 잘 팔아서 잘 살면 좋을 텐데, 정 반대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한 반군들이 나라 전체를 거의 집어삼키고, 밀수로 얻은 이익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것 뿐 아니라, 소년들을 납치, 잔인한 병사로 키우며 내전을 일으키기도 한 것이다. 주민들의 팔과 귀를 잘라가며 위협,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던 반군들은 다이아몬드를 팔아 자기네들 무기구입자금으로 썼다. 이게 그 유명한 “블러드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인 것이다!
사연이 즉슨 이러하다. 1991년, 시에라리온에서는 반군조직 ‘혁명연합전선RUF’이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연 평균 1억2,500만달러 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해 무기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 RUF 는 광산이 위치한 동부 ‘코노 Kono’ 지역을 먼저 장악한 뒤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수도 ‘프리타운 Freetown’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199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NPRC라는 세력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보안업체를 고용, RUF 를 다시 동쪽 라이베리아 국경쪽으로 몰아냈으나 1997년 AFRC 라는 단체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RUF에 정치적 힘을 부여했다.
RUF 는 무장 및 정치단체로도 활동했으나 유엔 직원을 감금하고 폭동자들을 살해하는 등 악행을 저질렀다. 2000년, 그 수장인 산코 Sankoh 가 체포돼 시에라 리온의 내전은 11년을 질질 끈 뒤 2002년 드디어 마감하게 됐다.
내전이 끝난 지 8년이나 지났지만 시에라 리온은 세계 최빈국으로 국민 대다수가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일인당 국내총생산 GDP은 311달러 (우리나라는 1만7천 달러). 영아 사망률 1천명당 89명, 5세 이하 사망률 1천명당 140명. 산모 사망률 10만명 당 857명 (정부통계. UN 통계는 2,100 명). 평균수명 남자 47.5세, 여자 49.4세.
이러니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많아도 거의 모두 밀수출되고,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자원도 많고, 정치도 안정돼 부국이 될 가능성도 높지만, 시에라 리온의 다이아몬드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전이 끝난 지금도 국민들을 빈곤의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는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