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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학교 인문대학 철학 교수 이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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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피플 - 최현태 2010년 06월 340호
유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황금찬시인이 노래한 <유월>이다. 해인사 청화당 앞 소나무 숲에 서니 시인이 노래한 유월 가운데 들어선 것 같다. 유월 바람에 송홧가루 흩어질 것 같은 그곳에서 수원대학교 철학과 이주향교수는 청풍 같은 마음을 내놓았다.
철학자 이주향, 그냥 이주향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날마다 다른 날이지만 그날이 그날 같고 그래서 살아 내야하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철학자의 삶은? 철학자 이주향의 일상은 어떤가?...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일상도 철학도 모르겠다는 철학자의 대답이 돌아온다. 난감해하는 필자에게 옆자리의 지인이 거들어준다. “이 선생은 철학하는 사람다워요. 생각이나 말을 하되 늘 근거가 있고 사실이나 개념으로 현재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들이 보여요.” 라고. 일상의 삶에도 늘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인가요? 하고 거듭 물었더니<공주님의 달>이야기를 하며 개념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문맥이나 사상이 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짐이기도 하며, 또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니 철학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냥이야기나 하잔다. 不敢請耳 固所願也(불감청이 고소원야)라 했던가....그이가 철학자이니 철학이야기를 아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무거울 것 같고. 하여 곰 두 마리 어깨에 매달고 있었는데 이토록 가벼울 수가... 2007년 가을 홍류동이 그 이름값을 할 즈음 나는 해인사에서 자연인 이주향을 처음 만나 밤을 보냈다. 하루 더 지내자는 그이의 청을 기쁘게 받아들여 우리는 온 마음으로 비로자나부처님을 친견했고 온 마음에 가을을 물들였다. 가야산에 깃든 이주향은 철학자, 베스트셀러작가, 방송진행자, 인기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유명인이 아니라 그냥 이주향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완전~~무장해제 되어버렸고 그이는 내안으로 들어왔다. 해인사라는...삶의 공간을 떠난 자리에서 권력에 매혹되지도, 권력 없음에 주눅 들지도 않은 순정한 만남이었기에 우리는 더 자유로웠는지도 모른다. 가야산에 얼음 풀리고 계곡물이 소리 내며 흐르던 어느 봄날, 함께 마애불을 오르며 <청산은 문수의 눈, 물소리는 관음의 귀, 우리는 행복한 중생입니다.>를 중얼거렸고 열탕 같은 도시를 떠나온 여름날은 홍류동 맑은 물에 탁족을 하는 동안 더위를 날리며 우리는 우리의 인연을 기꺼워했다.
온갖 일을 마다 않고 오히려 즐기는 그녀
키가 그리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몸피가 두껍지도 않고, 그다지 튼실해 보이지도 않는 그녀가 지금까지 해 온 일,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은 도대체 너무 많아 무엇부터 열거해야할지 순서를 정하기도 버겁다.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것이 본업이고 유명일간지부터 주간지까지~ 그이의 말에 따르면 지방지 빼고는 글을 안 써 본 신문이 없는 것 같단다. 그 글쓰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그동안 <EBS철학에세이><KBS제1라디오 이주향의 책 마을 산책, 이주향의 문화 포커스>방송진행에 이어 올 봄부터는 국악방송에서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 반 동안<맛있는 라디오 이주향입니다>로 대중을 향해 맛깔스런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렇게 몇 마디로 그이의 일을 이야기했지만 조카들은 볼멘소리를 한단다. ‘고모는 사생활 제로’ 라고. <사생활 제로>가 예감되는 그녀에게 물었다. 강연회요청과 방송출연과 원고청탁 등등을 어떻게 모두 해결하는지? “꼭 필요하다면 6개월 후에는 약속드리겠습니다.... 라고 하죠.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 원고청탁이든 다른 일이건 담당자가 거의 교체되거나 잊어버려요. 그래도 기억하고 다시 연락 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그리고 그 모두를 거절하지 않는걸 보면 일을 즐기는 편인가 봐요.” 웬만한 사람이면 한 옥타브쯤 올라가야 할 대목이지만 그이는 참 담담하다. 40대중반인 그녀~ 마흔이 되면서부터 그렇게 혹하지는 않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욕심을 놓은 것일까? “완전히 욕심을 버렸다고 하면 그것조차 오만일거에요. 글쎄 ..인생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이 좀 웃기긴 한데...나는 이 세상에 배우러 왔다고 생각해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그물에서 벗어나기란 힘들겠죠. 하지만 그것도 헛됨을 알 수 있는 불혹을 지났으니까요”
머리로 사는 삶, 가슴으로 사는 삶
그동안 너무 머리로만 살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불교가 좋았단다.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 일배 하신 수경스님과의 인연으로 학교 때 설렁설렁 공부했던 불교가 매혹적으로 다가와 금강경을 찬찬히 읽고 반야심경을 새겨 쓰고 성철스님의 백일법문, 송담스님, 전강스님의 법문테이프를 끼고 살았다. 화계사, 용화사. 해인사, 봉암사를 드나드는 동안 마음은 순하게 풀어지고 순해진 마음으로 절을 시작했는데 절을 하는 동안 분노와 조급증과 두려움, 욕심, 고뇌를 덜어낼 수 있었다.
그이의 집에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성찰을 하는 공간이 있다. 한갓진 곳 이지만 그이 마음의 중심이 되는 자리다. 어느 때 해인사 응진전에서 함께 108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란히 서서 절을 하다가 무심코 바라본 그녀의 일 배 일 배는 더할 나위 없이 정성스러웠다. 15분이면 끝나는 필자의 108배에 비해 30분도 더 걸리는 그이의 108배는 아침저녁으로 늘 계속된다. 바쁜 세상살이에 아침저녁 30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주향교수에게 108배하는 그 시간은 시간 밖의 시간이다. 어쩜 그 시간은 그녀에게 시간의 중심이 되어주는 시간이기도 하리라.
모름지기 불자라면 하루 한 번 108배와 한 줄의 부처님 말씀이라도 새겨야한다는 당신~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발뺌하지 말자. 아무리 바빠도 사랑할 시간이 있듯이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가도 절을 하고 못하고는 마음의 문제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이렇게 일러주신다. 禮拜者敬也伏也 恭敬眞性屈伏無明(예배자경야복야 공경진성굴복무명) 절을 한다는 것은 공경하는 것이며 굴복하는 것이다. 참된 성품을 공경하는 것이며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리더(Ieader)는 곧 리더(Reader)다
많은 위대한 사람이 독서가였고 책으로 자신을 경영하였다. 그들은 독서를 단순히 취미수준이 아닌 생존방법으로 받아들이며 훗날 세상을 움직일 위대한 사람이 될 내공을 쌓았다고 한다. 이주향~그녀는 어떨까? 그이는 편집증적으로 책을 읽는 편이란다. 융을 읽으면 그에 대한 책을 6개월 정도 섭렵하고 티벳을 읽으면 티벳에 관련된 책을 몇 달이고 읽어나가는 식이란다. ‘소갈 린포체가 쓴 <티베트의 지혜>를 참 편하고 재미나게 읽었다든가 <티벳사자의 서>를 이야기하다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로 옮겨가기도 하면서 우리는 해인도를 따라 걷고 편집실에서 차도 마시고 청화당 건너 소나무 숲으로의 산책도 이어졌다.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그이는 책과의 관계가 매우 도탑다. 지식과 정보와 여유를 주는 즐거운 책읽기를 제안하는 KBS 제1라디오<이주향의 책 마을 산책>을 진행하며 그녀의 글 읽기와 저자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전해주었고 조선일보에 <이주향의 책 향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며 자신이 읽은 책속에 담긴 사랑, 가족, 변화, 고통, 삶, 자연, 지혜, 영혼을 그녀의 빛깔과 목소리로 독자들을 만났다.<<그래도 나는 가볍게 살고 싶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내 가슴에 달이 들어>>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이주향의 치유하는 책 읽기>> <<사랑이 내게로 왔다>>등의 책을 펴낸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녀는 기독교 모태신앙이었고 불교적 시선으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동안 펴낸 책 모두에게 싸인해서 보내달라는 주문을 강요하고 해인사도량을 가만가만 걸었다. 이번 한 철 일주일에 한 번 해인사를 오고 갈 그이는 삶이 많이 바뀔 것 같다면서 ’시방삼세 부처님과 팔만사천 큰 법보와 보살성문 스님네께 지성귀의 하옵나니...로 시작되는 발원문을 외고 있었다. 두 사람 머리위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