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삶에서 치러야만 하는 고통을 고苦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세 가지 측면으로 고찰할 수 있다.
사고四苦·팔고八苦 등에서 가리키는 고통, 즉 통상적으로 거론하고 실지로 삶과 관계에서 겪고 치르며 경험하는 모든 괴로움과, 변화함으로써 겪게 되는 무상하고 덧없다는 고통(제행무상諸行無常)과, 모든 존재는 정확한 실체가 없다는 무아의 고통(제법무아諸法無我)이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사고에 애별리고愛別離苦·원증회고怨憎會苦·구부득고求不得苦·오음성고五陰盛苦 까지를 포함하는 팔고八苦는 누구든지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인정하는 경험이다.
무상함으로써 경험하는 고통이란 변화하는 고통으로 존재에 관한 시간적인 고찰로 행고行苦이다. 모든 것은 흘러가며, 영원한 것이 없으며, 일체는 천류遷流된다는 뜻의 존재의 무상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불안不安의 개념이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언젠가 병들지 않을 수 없으며, 늙지 않을 수 없으며, 그리고 죽지 않을 수 없다고 예측하는 불안함과 애정이나 감정 또한 보장할 수 없다는 불안에서 애착과 집착의 미망迷妄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실체적인 자아自我, 즉 불변不變하는 본체本體가 없으며, 그럼으로써 고통이고 괴로움이라는 것은 존재에 대한 공간적인 분석이며 고찰이다. 무상한 존재는 결국 무아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영원할 수 없는 존재에게 변하지 않는 본체나 본성本性이나 본질本質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통만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통의 소멸인 열반과 해탈을 강조하고 제시한 것이(열반적정涅槃寂靜) 불교의 특별함이며, 위대함이며 수승함이다.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 속에 침잠하여 구제될 기약이나 대책이 없어 막연하기 만한 우리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과 안락을 누리고 만끽하는 참된 삶으로의 방향과 지침을 제시하고 가르치기 위해서 부처님의 화신으로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신 것이다.
번뇌가 소멸되었으므로 열반(적멸寂滅, 적정寂靜)이며, 번뇌를 해결하고 집착에서 벗어났으므로 해탈이며, 번뇌와 집착을 뛰어 넘은 순간부터 고통과 괴로움의 삶에서 최상의 행복과 참된 안락과 평온의 삶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누리자는 것이 부처님의 한결같은 법문法門이며 가르침이다.
모든 생명과 존재에게 필연적인 고통의 굴레 속에서 열반적정의 해탈을 본보기로 시현함으로써 깨달음의 화신, 부처의 화신, 화신불이라는 칭호로 2천5백 여 년이 넘도록 인도와 중국을 거쳐 동방의 한국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로 불자와 인류가 지심至心으로 귀의하는 존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태어나신 탄신일을 맞이하며, 우리는 과연 무엇의 화신으로 자신을 칭할 수 있을 것인지, 남들이 나를 일컬을 것인지 점검하고 돌아본다면 보다 뜻 깊고 소중한 불탄일을 맞게 될 것이다. 미덕의 화신인지, 정열의 화신인지, 분노의 화신인지, 자비의 화신이지, 인욕의 화신인지, 과연 어떤 호칭을 내 이름 앞에 붙일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해보자.
부처님을 수순하는 불자라면 적어도 보살의 화신化身은 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바로 불자의 의무이자 소임所任이며, 불자로서의 정체(正體 ; 정확한 실체)를 확립하는 정도(正道 ; 올바른 이치와 도리)이기 때문이다.
보살의 화신이 되기 위해서는 보살의 행동, 보살행의 실천이 선행先行되어야만 한다. 고통 속에서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는 것은 부처님의 행동이자 깨달음이다. 반면에 고통 속에서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는 것을 잠시 미루더라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향한 자애로운 마음(대자심 大慈心)과 측은한 마음과 애통한 마음(대비심大悲心)을 거두지 않는 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 자비심慈悲心이다.
자비심의 대표적인 행동과 표출은 보시布施이다. 중생을 향한 자비심의 행동은 보시로 드러나고 확실해진다. 육바라밀六波羅密과 사섭법四攝法 등의 모든 보살행에서 보시를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도 자비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과 도덕이 무의미한 것과 같이, 보시로 표현되지 않는 자비는 그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무소유無所有의 화신化身 법정 스님께서 주창하신 ‘맑고 향기롭게’도 보시로 표현하는 자비를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월 초파일, 열반과 해탈을 증득하여 고통과 괴로움의 삶에서 수승한 행복과 안락을 만끽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방도方道를 가르치고 인도하신 부처님의 탄신일을 맞이하면서, 부처님의 탄신을 경축하고 부처님의 깨달음과 수행을 수희隨喜하고 수순隨順하는 불자로서 보살의 화신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보살행, 자비심, 보시행을 실천하고 다짐하고 원력을 맹세하는 도량道場과 법석法席이 된다면 그 어느 해보다도 더 기쁘고 귀하고 환희로운 초파일을 펼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