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복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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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용권
1999년 03월 205호
조계종에서는 종단 소속 승려의 노후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종헌 제116조에 ‘승려의 노후생활과 건강을 위해 노후 복지원을 설치한다’고 명시하였으며, 1983년에 ‘노후복지원 설치령’을 제정 공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종무회의 결의로 기존 사찰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하여 승려 노후 복지원을 설치하고, 운영비를 그 사찰 수입과 승려 노후복지기금, 그리고 총무원 지원금으로 충당하며, 여기에 모시는 스님의 연령은 70세 이상의 대덕 스님으로, 교구본사 주지의 추천을 받아 종무회의에서 결정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원이 지방사찰에 설치되기는 하였으나, 정작 시설에 필요한 의료 기능과 문중들의 입지 등으로 인하여 실효가 별로 없었다.
노후생활문제는 고령화 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특정으로 스님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노인복지’ 문제로 크게 두드러지고 있으며, 1차적으로 국가가 국민복지정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갖가지 사회 위험에 처해 있는 현대인의 생활보장을 위해 복지사회 일수록 사회보장제도가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밑바탕을 이루는 공적 부조인 생활보호법과 의료보험법, 국민연금법 그리고 고용보험 들은 아직 복지 선진국에 비해 그 효과에서 반쪽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경제생활 자체가 본분이 아닌 성직자들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장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비교적 안정된 성직자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천주교의 경우 교구별 ‘사제공제회’를 운용하는데, 소속 사제 스스로 다달이 만 원쯤 기여금을 내고 (서울교구),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본인 부담금(수술, 입원치료 등 전 비용)을 혜택 받으며, 정기적인 종합검진을 받고, 노후 보장은 본인의 청원에 따라 퇴직한 뒤(75세 전후) 교구에서 본인 희망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해서 생활비와 가정부 임금을 지급한다.
부족한 재원은 교구 일반회계와 신도, 사제의 특별 기부금을 기금에 편입하여 활용하며, 은퇴 뒤에 병이 나면은 간병은 친척이나 카톨릭병원의 간병인 단체에서 인력을 지원해 준다. 96년부터 본당(성당) 활동을 하는 수녀들에게는 임금말고 연금명목으로 다달이 오만 원쯤 지급하는데, 기금운영은 소속단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결국 우리나라 독신 성직자들의 생활보장문제는 국가사회 보장제도가 안정되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생질의 일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종단 소속성직자 복지 문제가 매우 중요한 점을 생각하여 1997년에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고 시행하려 하였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속 스님들을 위한 연금제도를, 개개인 자격으로 사보험사의 연금에 가입시켜 혜택을 주는 것이었으며, 기여금(보험료)을 종단 예산으로 편성하여 납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산규모를 연간 15억 원(총예산의 1O퍼센트쯤)으로 편성하여 중앙총회의 의결을 받으려 하였으나 무산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들은 앞으로 승가 복지제도 설정을 위해서 토론되고 정리되어야 할 부분들이다.
첫째, 승가복지 무용론으로 올바르게 수행정진하고 포교에 힘쓰는 스님들에 대해서는 주변 신도들이나 소속사찰이나 문중에서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스님들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구제 중생의 원력을 가진 사회복지의 주체일지언정 명백한 대상자가 되어 일반인으로부터 제도적으로 구호를 받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며, 오히려 불교 교단이 부처님이 계실 때의 초기승단의 정신공동체로 거듭나도록 개혁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재원에 관한 문제로, 종단의 중요한 사업들에 우선하여 과다한 승가복지 예산을 편성할 만큼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이해 당사자나 소속 사찰별로 나누어 내는 방법도 있다.
셋째, 혜택을 주는 분야와 방법에 관한 문제로, 장기간 기여금을 보험사에 내고 일, 이십 년 뒤에 지급 받는 수십만 원의 연금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결국 종단의 승가복지문제는 지금 소속된 만이천여 명의 구성원이 꼭 필요한 복지 분야가 어떤 것이냐는 욕구를 파악해야 하고, 그 우전 순위에 따라 혜택의 분야와 범위가 설정되어야 하며, 혜택을 주는 방법도 성직자의 권위와 본분에 맞아야 하며,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완벽한 승기복지체제는 승단이 부처님 때의 정신생활 공동체로 돌아가서 승단 안에서 공동생활, 공동 해결하는 방안이 가장바람직한 일 이겠으나, 카두신(A. kadushin)의 말대로 예방적인 보장을 위해 제도화를 지향하지만 인간사회는 필연적으로 그때 그 사회의 우선 문제가 발생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 분야가 사후 조치적 성격을 가지며, 승기복지제도의 접근 방향도 이러한 점을 지나칠 수 없다. 결국 오랜 시간에 걸친 예견과 재원(기금)의 비축 없이 종합복지를 실행하려 한다는 것은 개혁이라 할만큼 무리가 따른다.
사회복지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택할 수밖에 없었던 기능주의적 복지방식이 많은 지탄을 받고 있지만 복지 기반이 취약한(재원과 복지 의식 등) 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성장론자들의 주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승가복지를 제도화한다면 ‘이왕이면’ 보장할 수 있는 분야를 모두 포함시켜 스님들이 안심하고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은 물론, 전문분야연구를 위해 외전을 공부하려 할 때에 학자금 문제, 잡병과 상해의 치유문제, 약정된 노후생활 보장과 호스피스, 장묘에 이르기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획일적인 기여와 혜택보다 사부대중이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참여하는 ‘공제방식’이 바람직하다. 주는 사람의 부담과 받는 사람의 자존심 문제가 보완되어 공공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체로 나누어 내는 톤의 양과 충분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성원은 적어도 십만에서 이십만 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조계종 소속 스님은 그 10퍼센트쯤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논의를 접어 두고라도 승가복지의 추진 첫 단계는 누가 보더라도 이미 나타난 욕구(문제)에 대한 해결이어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생을 수행, 정진, 포교에 전념하고도 오갈 데 없는 노스님들이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보고만 있다면 종단 구성원 사부대중 누구 하나 떳떳한 불교도라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전체 종단소속스님 중 65세 이상 노스님이 몇 명이나 되는가? 천명 미만이다. 이들 가운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이 얼마나 되겠는가? 10퍼센트? 20퍼센트? 아니, 그 이상이라 해도 상관없다.
복지 후진국인 우리나라가 정하고 있는 절대 빈곤선 이하의 국민을 생활보호대상자로 편성하며 공적부조를 시행하듯, 최소한의 생활을 종단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 일 년에 이, 삼억 원쯤은 먼저 시행이 가능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종단에 대한 ‘승가 청구권’으로 인정하여 간단한 자산조사를 통해 혜택을 줄 수 있다.
또 현실적으론 가장 직접적인 노후의 고통은 질병치료와 간병의 문제이다. 적어도 시범 전용 시설(요양원)부터 설치하거나 기존 불교 관련 요양 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방안이 모색되리라 본다.
승가복지에 대한 무성한 논란을 실천으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종단 지도층이 이렇게 최소한의 공적부조 방식에 따른 시혜 의지를 확고히 가질 때 가능하며, 지금이 바로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