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지난달에는 호주의 프리맨틀에서 포토페스티벌이 열려 젊은 프랑스 사진기자 ‘비비안 달 Viviane Dalles’과 룸메이트를 하게 됐다.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전시회와 강연회를 가졌는 데, 전시장에 미리 가 그녀의 사진들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아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비비안의 사진 스토리는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에서 내쫓겨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네팔계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보통 ‘부탄’하면 문명사회에서 고립됐지만 아름다운 나라, 전 세계에서 국민이 가장 행복한 나라, 관광객 숫자를 제한하는 나라, 잘생긴 왕이 있는 나라 등으로 생각하기 쉽다. 또한 제임스 힐튼이 1933년에 발표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향, 샹그릴라가 바로 부탄이 갖고 있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소설처럼 완벽한 세상이 어디 있으랴.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부탄일지라도 지난 80년대 말 10만7천여 명의 네팔계 주민을 추방, 이들이 국제난민으로 전락한 사건이 있었다. 비비안은 이 난민들의 삶을 기록, 바깥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약자의 아픔을 전달하려 했다.
이 네팔계 주민들은 주로 ‘롯샴파’라고 불리우는 종족으로, 1890년대 부탄 왕정의 권유로 남부지방의 토지를 개척하고 삼림을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부탄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부탄정부로부터 주민증을 받았지만 1980년대말 이들이 힌두교도이며, 네팔어를 쓴다는 이유, 그리고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온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갑자기 부탄 밖으로 쫓겨나게 된 것이다.
순식간에 무국적자가 된 이들은 네팔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게 됐고, 부탄과 네팔 정부에서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자 UN 등 국제사회가 나서서 4년간 7만명을 미국과 호주, 노르웨이 등 선진국으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한 것.
비비안은 이 취재를 위해 유엔난민국의 협조를 얻어 2009년 3월, 네팔의 벨당기 난민캠프로 가 ‘마이날리 Mainali’ 가족을 취재하게 된다. 그녀는 미국 텍사스 주의 달라스로 이민가는 마이날리 가족과 비행기에 동승, 이민국과 새 거주지 등지에서 이 가족이 새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의 스토리는 ‘망명의 여정 A Journey of Exile’이라는 제목으로 완성됐다.
비비안이 이 스토리에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첫번째는 국제 사회에 이들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함이고, 두번째는 난민 이주 프로그램으로 인해 전세계에 산산조각 흩어진 가족의 아픔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란다.
그녀는 “사진가로서 내가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이들과 교감하고, 이들에게 (난민이라는 단어가 아닌) 이름을 주어주고,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또한 이 난민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에서 1만6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또다른 정착생활을 시작해야 해요. 이제 후손들은 200% 미국인이 되겠지만 그들의 정체성 문제는 어떻하고요?”
그녀는 이 스토리 하나를 위해 사비와 프랑스 언론 ‘르 몽드’ 등으로부터 받은 취재비를 탕진해 가며 네팔, 미국, 부탄 등을 방문하는 긴 여정을 보냈다. 게다가 미국에는 두차례 방문했다. 그녀가 마음아파하는 네팔계 난민들처럼, 그녀 자신도 1년여에 거쳐 전세계를 한바퀴 도는 여정을 감수해 낸 것이다. 그녀의 포기하지 않는 노력으로 인해 약자의 아픔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