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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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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김영일/조계종 총무원 기획차장 2010년 05월 339호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 하는 불교’. 제33대 총무원 집행부의 슬로건이다. 현 집행부의 출범은 종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몇 차례의 선거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는 종도들에게 자부심을 주었고 사회적으로는 종교 단체의 모범적인 의사 결집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소통’이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완성된 형태로서의 ‘소통’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통’은 진정성을 전제로 한 과정의 소중함을 일컫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한 소통의 과정을 거친 결과로서 ‘화합’이 나타난다. 물론, ‘소통’과 ‘화합’이 단순히 선후의 과정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고 구분없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소통’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
조계종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단체이다. 사회의 구성이 그렇듯 종단의 구성원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 사회의 복잡한 양상이 종단 내에도 그대로 내재되어 있다. 정치적 성향에서부터 지역적 편차, 사찰의 살림살이 등 한가지로 규정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종교 편향의 문제, 소외와 사회적 약자의 문제 등에 있어서는 종교의 본원적 의미 실천, 특히 종단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33대 총무원장스님이 당선되자마자 처음 찾아간 곳이 용산 참사 현장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월 정기적으로 복지 시설을 찾아 격려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것 또한 의미깊다. 경색 국면으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방북을 전격적으로 실행한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장에서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관료, 이웃 종교 지도자 등도 중요한 ‘소통‘의 대상이기도 하다. 소외된 자와 힘없는 자를 만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책 입안자도 만나는 것이 종단의 대표자이다. 피해자를 위로하고 가해자를 교화하고, 시민 사회와의 공감을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권력의 올바른 길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종교 단체의 바른 역할이다.
제33대 총무원 집행부 출범 약 5개월 여, 약 500여 건의 면담이 이루어지고 약 4천여명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소통’의 과정들을 조직적 차원에서 조금 더 체계(시스템)화해야 한다. 약 5개월 여의 기간 동안 여러 여론 수렴 기간을 거쳐4개년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핵심·주요 과제를 제시하였고, 각 원 부서별 실행 계획을 작성하였다. 이제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통’의 구조를 만들고 현장을 찾아내야 한다.
한편, 종교편향이나 불교의 사회적 위상 제고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항의나 불만, 문제제기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준비와 모색,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더 ‘종단화’되어야 한다. 원력있는 스님, 단위 사찰의 모범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별적 노력과 성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계종의 정체성. 수행과 사찰 운영, 포교와 승가 교육. 이제 모든 면에서 종단 차원의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가치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33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시행한 몇 가지 대표적인 정책들은 개별 역량들을 어떻게 종단화할 것인가,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종단적 소통과제 - ‘종단화’
사찰 토지 처분금을 해당 사찰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보다는 종단 차원으로 모아 필요한 곳에 전략적으로 불교회관을 짓고 사찰을 건립하고, 복지 시설을 세우는 데 활용하자는 것이 ‘사찰 부동산 관리법’이다. 이미 2007년도에 중앙종회에서 통과된 법이지만, 신속히 시행하고자 했던 ‘사유재산 기증 시행령’도 부득이하게 개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종단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사찰 운영의 주요 항목을 세부적으로 정하여 기준을 세우고 이에 따라 평가하여 주지 인사를 실행하자는 ‘주지인사고과제’ 또한 이제는 사찰 운영을 체계화하고 종단화하자는데 있다. 직영 사찰의 위상이 변해야 하고, 직할 교구가 활성화해야 한다는 종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들이 종단 개혁 이후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대중들에게서 회자되었고 종단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 막상 공식 의제로 채택하고 집행하려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유들로 반발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소통 부족을 많이 지적한다.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집행부에서는 당연히 새겨들어야 할 의견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기하는 측이나 행위를 집행하는 측이나 다 원칙과 본질적인 문제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계종이 현대적인 종단의 외형을 갖춘 것이 이제 40여 년이다. 1700년의 한국불교 전통을 다 담아내기에는 매우 부족한 세월이다. 1700년 한국불교의 저력을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지금 변화하고 있는 종교 환경은 한국 불교의 오랜 전통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들다. 큰스님 한 분의 힘만으로 불교의 저력을 지켜나가기에는 우리의 환경은 너무도 엄혹하다. 스님이 따로 있고 종단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사찰의 신도와 조계종 신도가 달라서도 안된다. 종단이 아무리 부족해도 종도라면 안의 일을 섣불리 밖의 해법으로 풀려고 해서도 안된다.
문제는 다시 ‘종단화’이다. 제33대 집행부는 지금 ‘소통’의 고민에 직면해 있다. 원로회의,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회의 등 이외의 소통의 구조를 만들고 현장을 찾는 노력에 더 집중하여야 한다. ‘종단화’ 노력에 대한 개별사찰들의 반발을 극복하고 불교중흥을 위해서는 비판과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눈과 귀와 마음을 종도들을 향해 더욱 크게 열어 ‘화합’의 길이 열리도록 종책 생산과 집행 과정의 합리성을 더욱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교중흥의 큰 과제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