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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천도재의 의례용 불화 감로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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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성보 - 홍성희 2010년 03월 337호
죽음은 산 자들에 의한 인식의 문제이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의 전제 앞에서 끝을 절감하 기도 하고 이승의 반대편에서 전개될 새로운 세계 를 내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존재의 영속성에 대 한 추구는 인간이 본연적으로 지닌 종교적 심성이 라 할 수 있다.
사찰 법당의 한쪽 벽면에 자리한 영단은 인간 본 연의 심성이 불교적으로 수용되는 한 단면을 드러 내주고, 여기에 망자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생 生과 사死에 대한 인간의 지향점을 불교의 내세 관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영단 앞에 걸린 감로탱은 감로왕도, 감로왕탱 또는 하단탱 이라고도 불리는데, 죽음을 둘러싼 불교적 방식의 총체적 논의를 한 폭의 그림으로써 표현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불단 좌측이나 우측에 마련된 영가단에 봉안하고 그 앞에는 영가들의 위패를 모신다.
감로탱에서의 감로의 의미는 중생이 마시면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를 수 있는 감미로운 불사의 영약이고, 또한 이 탱화는 육도윤회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과 판관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음신中陰身의 영가들이 감로를 마시고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영가천도재의 의례용 불화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그림이다.
해인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감로탱은 폭 275㎝, 높이 261㎝의 삼베바탕에 화려하게 채색된 불화로 1723년 4월에 신감信鑑, 신오信悟, 득총得聰 세 화사에 의해 그려졌다.
이 탱화는 고통 받는 중생의 생활상, 영가천도의식·불·보살의 내영來迎이라는 기본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어느 사찰에나 있는 것과 동일하지만 세부내용과 공간구성은 제각기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선, 상단에는 중단의 정성스러운 의식儀式에 감응해 하단에 표현된 아귀와 고통 받는 중생들을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내영하는 칠여래七如來와 관음, 지장, 대세지보살 등 아미타불과 관련된 보살들 및 고통 받는 영가들을 칠여래七如來에게 인도하는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묘사되어 있다.
중단은 하단의 아귀와 대표되는 고통 받는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앙에 풍성한 제단을 마련하고 그 좌우 한쪽에는 의식을 집행하는 작법승중作法僧衆을, 다른 편에는 역대 제왕과 후비·성현·문무백관들이 묘사되어있다.
하단에는 감로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실체인 아귀를 중심으로 육도윤회에서 고통 받는 다양한 인물들이 표현 된다. 아귀의 주변에는 지장보살과 지옥의 모습, 사람들의 생활상이 묘사되며 모두 죽음과 관련된 도상圖像이다
이처럼 불화는 감상대상으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신앙생활과 관련되는 실용화로서 그 속에는 불교사상이 방편적으로 농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를 통해 자기 성찰의 삶을 가능하게 하고 종교적 심성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감로탱 역시 죽음을 화두로 삼아 중생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불교의 정신을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서사적으로 그린 그림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