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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가며 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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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배병우 2010년 03월 337호
작년 연말 내셔널 트러스트가 김 원(건축가) 선생과 인터뷰를 주관하여, 얘기 중 김 원 선생이 내게 굴업도에 가보기를 권유했다. 서해에 그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CJ그룹이 골프장을 만든다며,그곳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하더라도, 배선생이 아름다운 섬에 가보고 찍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작년 12월 24·25·26일 3박하며 굴업도를 답사하였다.

덕적군도는 인천항에서 30MILE 전후에 굴업도, 주섬, 백아도, 덕적도를 비롯하여 자월도, 소이작•대이작도, 문갑도 등이 떠있는 다도해이다.
인천항 연안부두를 출발하여 적덕도에서 해양호를 갈아타고 2시경에 굴업도에 도착, 이장 댁에 짐을 풀고 바로 마을 앞 큰말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걸어 서쪽언덕 개머리억새군락을 향해 해변 절벽을 타고 갔다. 섬의 한 부분 이지만 섬의 원시적이고 빼어난 풍경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나는 섬이나 바닷가에 가면 해안을 타고 걸어간다. 조그만 게, 깨끗한 모래 속의 작은 조개들, 파도와 모래 그리고 바위 사이에는 익숙한 생명 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굴업도는 아직 싱싱히 살아있는 생명의 해안선이다. 모래와 더불어 응회와 쇄설암으로 이루어진 바위해변은 아직 지구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해식지형이다. 바닷가 생명체와 지구의 마그마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강한 해변이다.
억새군락으로 오르니 해는 서쪽으로 기우며 찬바람 속에 억새와 소사나무들이 싱싱하다. 산등성을 따라 씩씩하게 서있는데, 이곳 소사나무들도 군락을 이루며 바닷바람을 이기며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정도의 답사만으로도 난 이 섬이 우리 서남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단정 할 수 있었다.
서쪽 끝 개머리 억새군락에서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해가 저물고 동서남북 어디에서 덕적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보이지만 이곳도 굴업도 풍광의 대표적 뷰포인트라 할 수 있다. 방목된 염소와 사슴들이 섬 풍경을 그림같이 느끼게 하고 풍요롭게 한다. 저녁시간이 다가온다. 바다는 파도소리만으로도 아름답다.
저녁 밥상에는 어린 시절 내가 먹을 수 있었던 깨끗한 바다만이 줄 수 있는 청각, 조그만 자연산 굴, 대수리고동이 오른다. 다시 아침을 기다리며 잠을 청한다.

해뜨기 전 7시 동쪽 공룡산을 향해 끝말해수욕장과 목기미 해수욕장을 지난다. 남해에 아니 제주도 옆에 이런 섬과 해수욕장이 있다면 이미 세계적일 터이다. 인간도 섬도 터가 중요한 것이다.
왜 이런 섬을 파괴하여 골프장과 리조트를 만들려 드는 걸까. 이대로 자연체험의 섬으로 한다면 우리도 훌륭한 자연체험공간을 갖게 될 터 인데, 찬바람을 맞으며 중얼거린다.


모두 다 개발해버려 자연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한반도 산과들, 이런 원초적 섬은 후대를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바람에 모래사장의 모래들이 해안사구에 쌓이며 작은 언덕, 둔덕을 만들어 놓았다. 공룡산 가는 작은 해안사구는 소사나무 군락은 가장 흔한 나무이고 가장 건강하다. 모래사구 언덕과 바위틈에서 강인한 뿌리를 내려진 지 100여 년 지난 것들 이다.
여수앞바다 금오도 산정 길에 10km이어지는 소사나무길이 생각난다. 바람 바람에 가끔 소나무들은 숲 속에서 쓰러져 누워있지만, 소사나무들은 튼튼한 뿌리에 가느다란 흰 줄기가 아름답기도 하고 장하다. 동백꽃은 한파에 얼어버렸다. 가장 북쪽의 동백이 아닐까? 겨울풍경이 이러해 봄과 가을 사이는 더욱 더 풍요로우리라 생각한다.
공룡산 정상에 오르니 섬의 전체가 보이고 멀리 있는 섬들이 내 고향 남해를 연상시킨다.
찬바람이 카메라 잡은 손을 시리게 한다. 해안선의 하얀 포말들이 바람이 불고 있음을 보여준다.
섬 어느 부분도 빠지지 않는 전체조망이 다 장대하다.

이전 주 또다시 난 굴업도에 제자들과 함께 다시 찾아갔다. MBC ‘휴’라는 프로그램에 굴업도를 소개하고 싶어서 였다.
일행은 모두 이 섬의 경관에 감탄하고 내가 간 길을 따라 걸으며 겨울 풍광을 만끽했다.
바다안개가 피어 오르며 앞섬, 앞산들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을 밤이 찾아올 때까지 지켜보았다. 개머리억세언덕을 후레쉬로 밝히며 내려왔다. 일행은 저녁 노을에 감격하며 섬들의 얘기들을 나누며 이 섬의 이 모습 이대로가 보존되길 빌며 잠을 청했다.
관광공사가 뽑은 우리나라 최고 섬에 1위 보길도 3위 거문도 6위 사도 27위 덕적도라 한다. 그러나 덕적도는 덕적군도로 수많은 섬과 바위가 있고 그 중 굴업도가 포함되어 있다. 굴업도가 몇 번째냐고 내게 물으면 내 고향 앞바다 6위 사도 보다는 더 아름답다고 단연코 얘기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