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군왕의 보물을 누가 흥정하는가

다음 게시물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님 2010년 03월 337호
약욕매금자若欲賣金子면
수우매금인須遇買金人이라
만약 금을 팔고자 한다면
금을 살 사람을 만나야 되느니라

흥화존장興化存獎 선사에게 후당後唐의 장종莊宗황제가 물었습니다,
“짐이 중원을 평정하고 보물을 한 개 얻었는데, 아무도 값을 매기지 못합니다.”
“폐하의 보물을 잠깐 보여 주소서.”
황제가 두 손으로 복두건幞頭巾의 끈을 들어 보였더니 선사가 말했습니다.
“군왕의 보물을 누가 감히 흥정하겠습니까?”

흥화존장 선사는 처음에는 임제스님에게 의지했으나 임제께서 열반한 이후에는 삼성三聖화상의 회상에서 수좌首座소임을 맡았습니다. 그 때 마침 장종황제가 하북지방으로 행차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나들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왕의 노정路程에 한계가 있을 때는 어떠합니까?”
그 질문에 선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날마다 오백의 수레를 달리느니라.”
그렇습니다. 왕의 행차를 두고서도 이렇게 선문답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납자입니다.
그 날 황제는 위부魏府의 행궁行宮으로 돌아와 흥화 선사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리와 차를 권한 뒤 ‘보배’를 가지고 서로 공부의 경지를 드러내 보이게 됩니다.

달마대사가 양나라 무제를 찾아간 것은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시절인연이 맞지 않아 헤어진 후 갈대 잎을 타고 양자강을 건너 소림굴로 들어갔습니다. 반대로 염관鹽官 선사와 선종宣宗임금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것은 함께 안목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었습니다. 이처럼 해와 달이 때를 맞추어 뜨고 진다면 광채가 있는 곳의 따스한 바람결은 꽃과 나무를 서로 감화 시킵니다. 이처럼 인왕人王과 법왕法王이 서로 만날 때엔 서로의 위치에서 걸맞는 문답이 있어야 제격인 법입니다.

어쨋거나 전륜성왕의 상투 속에 있는 구슬을 경솔하게 남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 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귀종 선사를 만나려 온 관리에게 선사 역시 모자의 양쪽 끈을 당겨 보이면서 물었던 것입니다.
“알겠는가?”
그러자 그 관리는 말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무나 알아들을 수 있는 법문이 아닌 까닭에 이렇게 말한 것은 당연한 대답인 것입니다.

삼각법우三角法遇 스님이 주지소임을 맡았을 때 일입니다.
어느 날 절에 산적이 찾아와서는 선사에게 공갈과 함께 위협하면서 말했습니다.
“화상은 값진 보배를 내놓으시오.”
이에 삼각선사가 말했습니다.
“나의 보배는 그대들에게 필요치 않을 것이오.”
그러자 도적이 말했습니다.
“어떤 보물이오?”
이에 선사는 문득 크게‘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도적은‘할’이 왜 보배인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조개 속에서 진주를 주워도 제대로 쓸 곳이 없는 격이라고 하겠습니다.
밖의 보배만 찾는 이에게는 자기 속에 있는 진짜보배는 도무지 찾을 기약이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숭산혜안崇山慧安 선사는‘여하시조사서래의如何是祖師西來意’를 묻는 납자들에게
‘자신의 서래의西來意는 묻지않고 왜 남의 서래의西來意만 묻고 있느냐’고 도리어 힐난했던 것입니다. 마조선사 역시 “자기 집에 있는 보물창고는 돌아보지도 않고서 더욱이 그 집마저 버리고서 밖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으니 도대체 뭐하는 짓꺼리냐?”고 일갈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자기집 보배창고 속에 이미 온갖 것을 갖추고 있으니 마음대로 사용하면 될 것이니 따로 밖에서 구할 것이 없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임제선사는 이렇게 한 마디로 단언했습니다.
“이요여조불불별儞要與祖佛不別인데 단막외구但莫外求하라.”
그대가 조사와 부처와 더불어 다르지 않으니 다만 밖을 향해서 구하지 말라

보물을 보여달라는 흥화 선사의 질문에 장종황제는 두손으로 복두건幞頭巾의 끈을 들어보였을 뿐입니다.그러자 선사는 ‘어느 누구도 군왕의 보물을 흥정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문에서 흥화 선사는 황제의 공부경지를 긍정한 것입니까? 긍정하지 않은 것입니까?
만일 인정했다면 흥화의 안목이 제대로 된 것입니까?
만약 인정하지 않았다면 흥화의 허물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해제 이후에도 만행하면서 동안거 한 철 동안 챙겼던 ‘자가보장自家寶藏’을 제대로 챙기기만 한다면 그 해답을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진불엄위眞不揜僞하고
곡불장직曲不藏直이라
참은 거짓을 가리지 않고
굽음은 곧음을 감추지 못한다.
2554(2010) 정월보름 동안거 해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