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헌이나 유물 등을 통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사후세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등 사후세계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두려움이 지금의 종교를 만들었으며, 그 목적도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사찰이건 명부전이라는 전각이 있다. 명부전은 대개 법당 오른쪽 뒤에 있는데, 사찰내의 다른 전각들에 비해 격이 떨어지므로 건물의 크기나 양식에서 차이가 난다. 가운데에는 지장보살을 모시고 협시로 지옥을 출입한 승려 도명존자道明尊子와 전생부터 지장보살과 인연을 맺었다는 무독귀왕無毒鬼王을 두며, 그 좌우에 명부시왕을 둔다. 이곳에서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거나, 죽기 전에 미리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비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부전 안에는 다른 어느 전각보다도 많은 불상과 불화가 봉안되어 있으며 그 내용도 무시무시한 지옥을 연상시키는 것들이어서 전각 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이런 명부冥府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시왕도十王圖가 아닌가 싶다.
시왕도는 인간이 살아있을 때 지었던 죄를 죽은 후 명부에서 시왕이 7일(제1 진광대왕)· 14일(제2 초강대왕)· 21일(제3 송제대왕)· 28일(제4 오관대왕)· 35일(제5 염라대왕)· 42일(제6 변성대왕)· 49일(제7 태산대왕)· 100일(제8 평등대왕)· 1년(제9 도시대왕)· 3년(제10 오도전륜대왕)의 10번에 걸쳐 심판하여 마지막에 육도윤회六道輪廻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도상화한 불화이다. 이러한 시왕도의 도상은 크게 시왕과 권속, 지옥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시왕은 제1 진광대왕으로부터 제10 오도전륜대왕까지 10명의 왕으로 이루어져있다. 지옥형벌장면은 각 왕별로 한 장면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장면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그 장면까지 합한다면 약 12장면 정도로 확인 할 수 있다.
해인사의 명부전에도 시왕도가 있는데, 이 탱화는 지장 주불탱과 함께 본사本寺 불모佛母 혜식慧湜스님이 조선 영조 15년(1739)에 조성한 탱화이다. 각 축마다 뒤에는 병풍을 두르고 시왕을 중심으로 좌우에 판관判官, 록사錄事, 사자使者 등 제권속諸眷屬을 배치했는데, 이들은 한결 같이 일산日傘과 당번幢幡을 받들고 시립했다. 그 전방에는 각기 죄의 경중輕重을 논하고 기치창일旗幟槍釰을 나열했으며, 아래는 그 대왕에 해당되는 지옥을 그리고 있다.
시왕상은 지장삼존의 좌우로 각 5왕씩 배치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제 2초강대왕· 제4 오관대왕· 제6 변성대왕· 제8 평등대왕· 제10 오도전륜대왕 등 짝수왕이, 그리고 왼쪽에는 제1 진광대왕· 제3 송제대왕· 제5 염라대왕· 제7 태산대왕· 제9 도시대왕 등 홀수왕이 배열되어 있다.
이처럼 명부전은 망자가 육도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는 곳이며, 생전에 재를 올려 사후 지옥의 고통을 면하고자 기원하는 곳이기도 한다. 명부전에 봉안된 시왕도는 바로 이와 같은 바램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 할 수 있고,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원적인 죽음의 문제를 이미지화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